오피니언

[혜암신학칼럼] R. 니버의 크리스천 리얼리즘과 민주주의의 허(虛)와 실(實)

김경재 박사(한신대학교 명예교수, 혜암신학연구소 편집고문)

본 글은 혜암신학연구소의 허락을 얻어 전문을 게재함을 밝힙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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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1. 들어가는 말

한국의 20대 대통령 선거가 2022년 3월 9일에 끝났다. 한국 사회의 정치적 성향을 진보와 보수라는 두 진영으로 구별한다면, 보수 진영의 윤석열 후보가 진보 진영의 이재명 후보를 이기고 당선되었다. 표 차는 투표 인구수의 0.73%에 불과한 247,077표 차이였다. 정치평론가들은 0.73% 차이의 승부는 "준엄한 민심의 경고"라고 평하거나, 심지어 "절묘한 신의 한수"라고까지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대선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서 국민이나 하늘의 뜻을 들먹이는 것은 잘못이다. 땅 위 정치적 행위와 결과는 인간들의 몫이다. 오늘 남한 국민의 적나라한 민낯의 드러남이자 우리 사회의 갈등 상황이 여실히 표출된 것뿐이다. 역사의 밭에서는 "심는 대로 거둔다"는 엄중한 역사법칙만 작동할 것이고 그것이 하늘의 뜻일 것이다.

이번 칼럼은 2022년 한국의 대통령선거를 경험하면서 20세기가 낳은 걸출한 기독교 윤리학자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 1892-1971)의 '크리스천 리얼리즘'(Christian Realism)을 주제로 삼았다. 먼저 라인홀드 니버의 윤리학의 핵심을 정리해보고, 그 빛에서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본질 속에 숨겨져 있는 빛과 그림자, 허(虛)와 실(實)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2. R. 니버 윤리학 이론에서 '크리스천 리얼리즘'의 본질

지나간 20세기 기독교 개신교 신학운동 과정에서 돋보이는 5대 신학자 이름을 들라면, 칼 바르트, 폴 틸리히, 루돌프 불트만, 게하르트 폰 라트, 라인홀드 니버를 거명하고 싶다. 라인홀드 니버의 아버지 구스타프 니버(Gustav Niebuhr)가 독일에서 신대륙 미국으로 이민하여 정착했고, 아버지가 목회자인 가정에서 R. 니버는 자랐다. 다시 말하면 라인홀드 니버는 신대륙 미국 태생이지만, 그의 혈통과 사상 속에는 유럽대륙 특히 독일 개신교 신학의 풍부한 정신적-영적 유산이 암암리에 있어서, 라인홀드 니버 윤리학 이론 속에는 유럽 대륙신학의 육중한 진지함과 미국 신대륙의 자유로움과 프라그마티즘(pragmatism)의 실용적 형질이 융합되어 있다.

모든 신학사상의 근저에는 그 신학자의 신관과 인간이해가 핵심을 이룬다. 사회윤리학자로서 R. 니버의 '크리스천 리얼리즘'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그의 인간이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R. 니버의 인간이해는 그의 수많은 저서들 속에서 나타나는데, 집중적으로는 1939년 그가 영국의 저명한 기포드강연(Gifford Lecture)을 책으로 출판한 『인간의 본성과 운명』에 잘 나타나 있다.

R. 니버에 의하면 인간은 이중적 본성 즉 차원이 전혀 다른 두 가지 본성을 한 몸 안에 지닌 존재이다. 한편으로 보면 인간존재는 흙으로 지음 받은 존재이다. 그 말의 뜻은 인간은 자연의 자녀요 생물학적 존재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물학적 존재로서 생존본능과 번식 욕망과 충동 감정에 휘둘리며, 형제들 위에 군림하고 지배하려는 욕망으로 우쭐대고, 죽음에 이르는 운명 앞에서 늘 불안해하는 존재다. 그 사멸성과 유한성을 잊어보려고 안간 힘을 쏟는 존재다. 한마디로 줄여 말하면 인간의 자연성과 유한성 그 자체가 죄는 아니지만 죄를 짓고 죄성에로 기울어지는 경향성을 갖는 '원죄성'을 지닌 존재다.

다른 한편 인간은, '자연'을 부분적으로나마 초극하고 자기를 초월할 수 있는 정신적 존재이고, 영적 존재, 진선미를 추구하는 존재다. 그것의 핵심은 자유로운 결단과 책임성을 지닌 인격적 존재요 하나님의 품성을 닮아서 '사랑과 정의'를 추구하는 존재라는 말이다. 기독교 인간학은 그 점을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말한다.

동일한 한 몸 인간 존재 안에 갖추어있는 이중적 양면성 곧 동물적 자연욕망 충족본능과 '정의와 사랑과 거룩함'을 추구하려는 '하나님 형상'이 항상 불가분리적으로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인간 개인에게나 사회 안에는 갈등, 불안정, 투쟁, 비극이 존재하게 된다. 인간이 죄를 짓는 것은 무지하거나 동물적 욕망 때문이 아니고, 형제들 위에서 군림하고 자유의지를 남용하여 피조물 동산에서 제멋대로 살려는 야심에서 발생한다.

R. 니버의 '크리스천 리얼리즘'은 무엇보다도 위와 같은 그의 신학적 인간이해에서 도출되었다. '크리스천 리얼리즘'(Christian Realism)은 우리말로 '기독교적 현실주의'라고 번역할 것인데, 그것은 그리스도인들이 인간 개인의 삶과 사회적 삶의 현실을 정직하게 인식하여 경박한 유토피아적 낙관주의, 입술로만 쉽게 말하는 사랑 타령의 감상주의, 역사현실에 대한 비관주의, 종말론적 대심판 대망론 등에 빠지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삶의 현실을 직시하고 책임적 그리스도인으로서 현실적 대안을 내놓으면서 윤리적 삶을 살자는 주장이다. R. 니버는 끝날까지 민주주의 신봉자이면서 동시에 날카로운 비판자였는데 다음의 유명한 말은 그의 윤리학설이 그의 인간이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잘 말해준다.

"정의(正義)를 지향하는 인간의 가능성이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고, 불의(不義)에로 향하는 인간의 경향성은 민주주의를 필요로 한다." (Man's capacity for justice makes democracy possible, But his inclination to injustice makes democracy necessary.)

3. 개인윤리와 사회윤리의 차이

R. 니버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또 실제로 그를 유명하게 만든 명저가 1932년에 출판된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Moral Man and Immoral Society)이다. 이 명저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포드자동차 공장이 밀집된 디트로이트에서의 목회경험(1915-1928)에 기초하고 있다. 1929년 10월 뉴욕증권거래소의 붕괴와 함께 시작된 본격적인 경제대공황은 미국뿐만 아니라 공업국가로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정책을 채택하여 번영을 누리던 유럽사회에 심각한 위기와 비참한 현실을 초래하였다. 특히 미국에서는 실업자가 날마다 쏟아져 나오고, 포드자동차 회사 같은 대기업가들은 회사를 어찌하든지 살려내려고 임금 삭감과 노동자 해고를 밥 먹듯이 하였다.

R. 니버가 포드 자동차 제작공장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커뮤니티를 이루고 교회에 출석하는 디드로이트시에서의 목회활동 기간 동안(1915-1928), 그는 초기엔 시장자유경쟁 경제원리와 개인의 도덕적 양심과 이성의 합리적 판단에 따라 경제대공황을 이겨내리라고 기대했다. 요즘 한국 보수당의 통치 이데올로기처럼 듣기 좋은 "자유민주주의"가 오직 참된 유일한 사회정치경제 원리라고 확신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처럼 전개되지 않았다.

개인의 합리적 이성과 도덕적 양심명령에 따르는 행동 처신이 맘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노동자와 기업가, 하층민과 상류층, 배운자와 못 배운자, 기득권자와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이민 온 사람들 사이엔 첨예한 이해 갈등, 대립, 상호 비방, 적대감, 증오감이 증대하는 것을 보았다. 교회 강단 설교에서 목사들이 아무리 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 정신으로 사회통합과 화해를 이뤄가자고 호소해도 아무런 힘이 없는 '크리스천 가식과 위선'만 드러났다. 라우센부쉬의 '사회복음'(the Social Gospel)의 한계를 통절하게 체험했다.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가 말하려는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인간 개인은 항상 도덕적일 수 있지만 사회집단은 비도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말하려는 요점은 이것이다. 개인의 윤리적 판단과 선택행위는 양심의 소리, 이성의 합리적 정언명령, 인류문명이 전승해준 귀중한 '인의예지의 덕목', 자기 개인의 희생 등을 실천에 옮길 수 있다. 그러나 사회집단이 되면 될수록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통찰이다. 정치적 정당, 대기업, 노동조합, 의사협회나 교수집단, 소비자집단, 그리고 심지어 교회라는 신앙집단이나 국가라고 부르는 가장 큰 단위 사회집단이 되면, 도덕적 양심의 조절 능력과 비판적 자기통찰 능력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집단적 이기심과 권력 욕망은 급격히 강화되고 증대한다.

인간의 사회적 행동과 태도는 자기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에 철저히 근거하며, 정치적 영역에서는 집단적 이기주의(collective egoism)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개인 간의 윤리는 "서로 사랑하고 자비를 베풀라!"는 계명을 어느 정도 실천할 수 있지만 집단 간에는 "정의 실현을 통하여 사랑이나 자비를 간접적 방식으로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책임적 크리스천으로서 윤리적 삶을 살아내기 위하여 개인 낱개로 흩어져 있는 무력한 약자 인간들의 힘을 조직화 해야 한다. 조직화된 집단적 힘들은 그 조직단체가 또다시 비도덕적 행위를 저지르기 쉽기 때문에, 서로 견제하는 다양한 단체들을 조직 육성하여 상호견제, 견인, 상부상조해가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R. 니버가 1930년대에 미국의 경제공황을 겪으면서 그가 초기에 가졌던 개인의 윤리성과 종교적 자기희생 용기에 대한 기대 등이 너무 낙관적 생각이었음을 반성하고 자유주의적 시장만능 경제제도의 대안으로서 사회주의 경제정치 철학에 관심을 가진 바 있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소련의 스탈린이나 중국의 모택동 등 사회주의 국가들 안에서 전개되는 일당 독재정치와 개인의 자유를 박탈한 인간존엄성 경시 정책 등에 실망하면서 사회주의 국가들의 비인간화를 비판한다. 사유재산 제도를 없애고 경제와 정치 제도를 사회화해도 그것을 운영하는 인간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태만, 교만, 기만의 죄성에 떨어지고 만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R. 니버의 윤리학에 의하면 지상에서 어떤 정치제도나 정치적 집단도 완전한 선과 완전한 악은 없다. 어떤 정치 경제 제도이든지 그것들은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영위하고 채택한 하나의 상대적 방법일 뿐이다. 인간 존재성 안에 있는 '하나님 형상'과 '근본악 같은 죄성' 때문에 모든 정치단체, 정치조직, 정치경제 이념, 위대한 정치지도자 안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다. 그것들은 철저히 상대적 가치를 지닐 뿐이다.

특히 그리스도교 예수의 산상수훈과 여러 비유에서 나타난 '사랑의 절대계명'과 '하나님 나라 비전'에서 볼 때, 현재 지구상에 나타난 어떤 형태의 정치경제적 이데올로기를 절대선이라고 고집하는 것은 독단, 독선, 교만, 우상숭배에 해당한다. 한국 기독교가 한국전쟁 이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곧바로 기독교적이라고 믿는 맹신이 형성되었고, 그러한 이데올로기 절대화는 반공주의와 보수정치집단과 결합되어 심각한 선교장애를 유발시키고 있다. R. 니버는 개인이나 집단이나 윤리적 행동이나 취하는 자세에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교만'과 '위선'이라고 경고한다.

정치권력과 국가권위 등에서 교만과 위선은 곧바로 부패와 멸망의 결실을 맺게 된다. R. 니버는 자유주의 국가 안에서 기독교인들의 도덕적-종교적 독선과 위선을 예리하게 비판했고, 미국의 대내외 정치에서 '교만'을 진지하게 비판하고 경고했다. "기독교 교회 집단과 미국의 정치는 언제나 옳고 규범적 심판척도가 된다"고 자부하는 독선, 독단, 교만이 가장 무서운 죄악이라고 강조한다. 세속적 국가로서 미국은 세상을 구원하는 메시야가 아니고 세계 패권국가가 되려고 힘을 추구하는 세속적 정치 집단체라는 것을 깨달으라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진보나 보수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기독교인 개인의 결단 문제이고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소위 '태극기부대'라고 세인들이 칭하는 전광훈 목사집단의 정치적 행태가 극우적 기독교 지도자들에겐 용기 있는 태도라고 보일지 몰라도, 그러한 행태는 4천 800만 명 남한 인구 중에서 기독교인 숫자를 900만 명 선에 묶어놓고 더 이상 증가하지 못하게 하고 도리어 줄어들게 하는 결정적 선교 장애물로서 역기능을 할 것이다.

R. 니버에 의하면 '예수의 사랑의 절대법'은 힘의 원리와 냉혹한 정글 법칙이 지배하는 현실정치와 경제사회에서 순수하게 100퍼센트 실현될 수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크리스천의 윤리적 결단과 행동을 포기하거나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최선(最善)이 아니더라도 차선(次善)을 다해야 하고(lesser evil theory), 어떤 정치 정당이나 이념도 100퍼센트 완전한 것은 없으므로 예수님이 제시한 '사랑의 법과 하나님 나라 비전'에 가장 접근하도록 최선을 다해서 정치 현실에 참여해야 한다(approximation theory).

4. 민주주의 정치제도는 신성하고 가장 좋은 선한 정치제도인가?

한국의 현대사는 조선왕조 국가멸망과 일본 식민정치 시대를 거친 후, 어찌하든지 세계의 정치이념 중 가장 발전하고 인류가 여러형태의 정치제도를 수천 년간 경험한 이후에 결론 내린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한국은 1961년 군사혁명 이후 '부국강병과 국가보위'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군사독재 정권이 자행하는 폐해를 30년 동안 경험하면서 민주주의 회복과 인권옹호를 위해서 수많은 젊은 학도, 언론인, 지식인, 시민들이 피 흘리고 목숨 바쳐 싸웠다. 그러는 동안에 우리들의 두뇌와 마음 속에 무의식적으로 "민주주의란 가장 숭고한 정치질서이고, 그 자체가 선한 것이고 신성불가침한 가치를 지닌 것이다"라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정치이념 속에 가리워져 있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라는 국가의 정식명칭도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 아닌가? 헌법상 국가정체(國家政體)를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든가, 국가권력의 구조상 형식적으로 입법 사법 행정 등 삼권분립 형태를 갖춘다거나, 대의적 의회정치를 실시한다고 해서 진정한 민주주의 비전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다. 위장된, 가짜 민주주의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었다. 제왕적 대통령 권한과 이미지, 검찰 공화국이라는 탄식, 사법부 재판의 납득되지 않는 수많은 권력과 재력 눈치보기 판결, 당파적 국회 운영의 이합집산을 보면서 생각하는 시민들은 가장 위험한 정치기피증 혹은 정치혐오증 병을 앓는다.

한국은 '자유 민주주의'를 정치이념으로서 삼는 나라이다. 구체적으로는 경제원리는 기본적으로 시장원리에 따르고 정치권력은 삼권분립을 정립하여 나라살림을 운영한다는 원리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진지하게 생각할 점은, 자본주의 시장원리와 삼권분립 원칙을 기본틀로 하는 민주주의 정치제도는, 두 가지 모두다 "인간본성은 이기적이고 탐욕적이며, 권력지향적이고 독단 독선 교만에 기울어지기 쉬운 본성을 갖고 있는 존재이다"라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것을 제도적으로 방지하려는 방편에 불과한 것이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현실정치에서 순수한 초기자본주의 시장원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나라는 없다. 중국도 사회주의 경제정책을 기본으로 하면서 시장경제원리를 받아들였다. 서구사회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자유주의 선진 국가들도 국가 혹은 정부가 나라의 경제활동을 기업에게만 온전히 맡기지 않고 개입하고 제약하고 통제한다. 사회의 보편적 복지제도 실현과 복잡다단해진 인간 삶의 양식이 순수한 자본주의 경제든지 사회주의경제든지 실현시킬 수 없다. 오로지 정신적으로 국민을 세뇌시켜온 정신적 후진사회인 한국 사회에서만 아직도 '자유 민주주의'를 신성불가침한 종교경전처럼 타락한 언론, 정치인, 종교 지도자들이 국민들을 우롱하고 속이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에 의하면 인간 생명 가치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없다. 국가, 정치이념, 경제 제도, 전통문화가 무엇이기에 인간을 전쟁터에로, 무한 경쟁의 교육투쟁장과 절망적인 바닥인생으로 존엄한 인간들을 약자라고 해서 휘몰아 가는가? 그리고서 말하기를 "우리는 법률이 정한 대로, 위에서 명령한 대로 충실하게 행동할 뿐이야!"라고 말한다. 이러한 태도와 언행이 R. 니버가 경고한 위선, 자기기만, 교만이며 아우슈비츠 유대인 가스실 처형장 근무자들이 흔히 하던 말이다.

R. 니버의 기독교 윤리사상은 20세기 중반기에 절정을 이루었지만, 도대체 민주적 정권교체나 언론자유나 시민의 의사소통이 원천적으로 금지당했던 남미나 제3세계 사회현실에서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남미의 해방신학이 나오고, 인도의 달릿신학이 나오고, 한국의 민중신학이 나왔다. 모든 신학들은 모두 상대적 가치를 지닐 뿐이며, 시대적 문화사회적 한계를 갖는다. R. 니버의 윤리적 정치신학도 그러하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통찰력은 오늘 한국정치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한 점이 많다. 그의 마지막 기도문이 오늘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주 하나님,
우리에게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정심을 주소서!
그러나, 바꿀 수 있는 것은 담대히 바꾸려는 용기를 주소서!
그리고, 그 두 가지를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분별력을 주소서!

이민애 theworld@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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