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장신대 총장을 지낸 1세대 민중신학자 고 김용복 교수가 7일 소천한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빈소가 마련됐다. 고인의 빈소엔 에큐메니칼 인사의 조문이 잇따르고 있다.
고 김용복 교수는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70년 귀국해 민중신학을 알리는 데 공헌했다.
이날 세브란스 병원에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데 이어 ‘고 김용복 목사 에큐메니칼 장례위원회'도 꾸려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안재웅 이사장이 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이홍정 총무는 고 김 교수를 "평생 민중과 생명이란 화두를 붙들고 한반도가 겪은 고난의 세월을 믿음으로 승리한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고 김 교수께선 모든 생명이 잔치를 벌이는 세상을 만들고자 꿈꾸고 실천하고, 믿음으로 정진했다. 명예나 부를 탐하기 보다 민중의 자리에서 시작해 그 자리로 돌아간, 실천의 삶을 사신 분이기도 하다. 고 김 교수를 역사 속 선물로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 분의 제자도를 따라 살겠다"고 약속했다.
안재웅 이사장은 민중신학자임을 강조했다. "고 김 교수는 이 땅의 민중이 역사의 주체라고 강조했다. 민중신학에 상당한 영향을 준 토대를 마련해 준,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에큐메니칼 운동의 방향성을 늘 전해줬던 선지자였다. 그에게 고맙다"고 안 이사장은 밝혔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추모의 글이 올라고 있다. 대한성공회 주낙현 신부(영등포교회)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중의 사회전기>라는 그의 방법과 고민이 내 이십 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던가? 민중신학계에서 그의 방법론이 신학적 문화기술지로 더 나아갔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고민을 깊이 했다. 그 탓에 교회사를 공부했고, 연관이 없는 듯 하지만 다시 전례학으로 지경을 달리 펼쳐나가는 작은 계기이기도 했다"고 적었다.
한일장신대 차정식 교수도 "고인은 내가 이 학교(한일장신대) 신학과 교수로 지금까지 봉직하며 연구하고 가르칠 수 있도록 후한 조건으로 불러주신 분"이라면서 "좁은 파당적 울타리에 매이지 않고 널리 인재를 구해 한국의 신학을 혁신하고자 한 김 박사님의 꿈은 아직도 온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지만 후학들이 그 바톤을 이어받아 꾸준히 정진해 나가리라 믿는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장례위원회는 9일 오후 5시 고별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고인의 발인은 9일 오후 8시이며, 장지는 국립하늘숲 추모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