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오늘의 기독교는 죽었다는 도올의 작품을 보고..."

숨밭 김경재, 도올의 '마가복음' '예수전'에 독자 반응 비평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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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유튜브 영상화면 갈무리)
▲숨밭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독자 반응 비평을 하고 있는 모습.

신학자 숨밭 김경재 박사(한신대 명예교수)와 철학자 도올 김용옥(한신대 석좌교수)이 도올이 쓴 『마가복음』과 『예수전』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눠 주목을 받고 있다.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도올의 마가복음과 동경대전'이라는 연속 강연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4일 유튜브 영상으로 공개된 네 번째 강연이 숨밭과 도올의 대화로 꾸며졌다.

독자 반응 비평의 형식으로 먼저 마이크를 잡은 숨밭은 "도올은 단도직입적으로 지금 기독교는 죽었다라고 보고 세상 사람들이 성경을 정경으로 해서 읽는다고 읽지만 성경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라고 보고 있다"고 운을 뗐다.

도올의 『마가복음』에 나오는 "나는 편집비평의 성과에 힘입어 그리고 나의 영적 교감에 의하여 마가의 예수상을 매우 명료하게 그릴 수 있었다. 나는 이 새로운 예수를 조선의 민중에게 전하고 하는 것이다"라는 도올의 주장을 인용한 그는 "나의 영적 교감에 의하여"라는 표현을 주목했다.

숨밭은 "도올 선생한테 당신의 영적 교감이 뭐요. 밥 먹을 때도 물어보지 않았다. 비밀이기 때문에 그렇다. 영적 교감이라 어쩌면 예수라는 분과 도올 김용옥의 영혼에 깊은 영적인 교감일 수 있고 여러가지 의미심장한 이야기다. 요새 교회 용어로 말하면 성령 받았다 그 말이다. 도올식으로 성령 받았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 텍스트를 마주할 대상을 "조선 민중에게"라고 특정지은 것에 대해서는 "한국 국민에게 이렇게 하지 않고 조선 민중에게라고 했다. 동북아시아 온 세계에 흩어진 조선인을 대상으로 쓴 것"이라고 확인했다.

도올에게 영향을 준 안병무의 민중신학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숨밭에 의하면 안병무는 서구 신학에서 예수를 조명하되 종교, 문화사적 관점에서만 비춤으로써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1차원적인 또 다른 맥락, 즉 정치적이고 경제적이며 사회적인 차원을 놓쳐버린 우를 범했다고 판단했다.

숨밭은 "말하자면 서양 신학자들은 무대에서 배우를 비추는 서치 라이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경제적 서치 라이트를 다 꺼버린 것이다. 안병무의 민중신학은 그것을 켜자. 그것을 켜고 봐야겠다. 그래야 예수가 누구고 기독교가 뭐고 왜 그리스도교가 이 땅 위에 출현했는가를 알 수 있다라고 하는 것을 주장한 것이 안병무의 민중신학이었다"고 주장했다.

안병무의 민중신학의 태동 계기도 분명히 했다. 숨밭은 "안병무는 자기의 민중신학의 태동을 전태일 분신 사건으로 특정했다"며 "불교 용어를 빌리면 소신공양을 한 것이다. 안병무는 자기의 민중신학은 거기에서부터 출발했다"고 전했다.

안병무가 민중신학을 구성해 내는 시기에 다른 여타 복음서들 보다 마가복음에 주목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도 부연했다. 숨밭은 "아주 구체적으로 불의한 당시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의 종교권력의 실체를 몸으로 경험한 안병무는 서양에서 10년간 유명한 불트만 제자들한테 대학원 세미나에서 강의 들을 때 보이지 않았던 복음서. 특히 마가복음서의 진면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마가복음이 강조하는 소위, 갈릴리의 오클로스. 무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고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숨밭은 그러면서 "민중신학은 철저히 안병무, 서남동을 비롯한 학자들이 서재에 앉아서 서구 신학 그만하고 우리 신학, 주체적인 신학을 하자고 해서 도서관에 앉아서 학자들이 세미나 하면서 만든 사물이 아니었다"며 "전태일의 분신을 보고 감옥 살이를 하면서 삶의 밑바닥에서 체험을 하면서 성서를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예수 운동의 초대 그리스도교 운동. 예수를 비추었던 서치 라이트에서 꺼버린, 구체적인 삶의 또 하나의 등.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정치, 경제, 사회 그 처절한 비참한 현실의 등을 켜고 봤다"고 전했다,

다시 도올의 작품으로 돌아온 숨밭은 "영적 교감에 의해서 예수의 마음과 당신 자신의 마음을 일치시키는 서술 방식으로 '내가 예수입니다' 처음에 책 제목만 갖고 보면 '도올이 이거 완전히 돌았구만 자기가 예수라고 자찬하는가 보다' 오해할 수 있다. 그런게 아니고 그때 말하는 '내가'는 예수를 말한다. 예수가 자기를 1인칭으로 해서 마가복음에 따라서 자기 실상을 소개하는 형태로 쓴 예수전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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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유튜브 영상화면 갈무리)
▲숨밭 김경재와 도올 김용옥

통상적 목회자들이나 신학자들이 도올의 작품을 보고는 "웃기고 자빠졌네"라고 반응을 보였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숨밭은 "도올 자기가 무슨 신학자라고. 동양학자면 고전이나 쓰지 무슨 성서를 안다고 성서 주석서를 쓰고 건방지게 이를데 없다라고 하는 욕 소리가 도올 선생의 귀에는 안 들리는 것 같아도 내 귀에는 크게 들린다. 에라스무스나 다 그런 사람들은 평신도들이었다.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도올의 작품을 변호했다.

숨밭은 "도올은 이 책을 통해서 복음의 원석을, 오리지날한 예수의 천국 복음 운동을 보여주겠다 하는 의도와 야심이 있었다. 그런데 왜 다시 민중신학었냐"라고 반문하며 "지금 교실 세미나 시간에 논의되는 2,3세대의 민중신학 그림은 죽은 민중신학이다. 그런 신학이 아니었다. 그래서 도올이 그것을 살려내려고 그림을 그린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도올의 교회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도올은 자신이 쓴 『예수전』에서 "교회는 성전이 아닙니다. 교회는 천국 운동을 위한 방편적 거점에 불과합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숨밭은 "한국은 교회당하고 교회를 혼동하고 있다"며 "우리 할아버지 세대만 해도 분명했다. 예배당 간다. 교회당. 건물 있는 곳을 향해서 가자는 것이다. 지금은 교회를 사고 파는 매매광고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어떻게 교회를 판단 말인가? 교회당 건물이 보이지 않는 신령한 교회 에클레시아. 회중의 무리. 그런거 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정신 분열 상태가 되어 있는데 (도올의 교회론은)이런 정황에서 의미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독자로서 느끼는 아쉬움도 밝혔다. 숨밭은 "도올의 작품에 99% 동의한다"면서도 "그리스도교 신앙 본질에서 볼 때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가 항상 그렇게 대립적 관계. 양자택일의 관계이어야 하느냐? 역사적 예수를 말하는 성서학자는 정직하고 사실적이고 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신앙의 그리스도를 말하는 신학자는 신화적이고 교리적인 산물을 가지고 씨름하는 잠꼬대냐? 꼭 그렇게만 봐야 하느냐"고 물었다.

숨밭은 특히 바울이 전한 복음에 대해서 "반드시 예수의 복음과 전혀 이질적인 하나의 종교 천재의 종교 지성의 산물이라고 가볍게 매도해도 좋으냐"라며 "이 책을 쭉 읽으면서 바울이 옆에서 굉장히 '도올 선생. 나 억울해 못 살겠어. 나를 그렇게 몰아 붙이지마. 나는 나대로 말이야 나도 헬라의 지혜도 알고 유대인들의 기적을 구하는 묵시문학적인거 다 알지만 난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려고 30년 간 지중해를 가르고 다녔는데 나를 간단하게 한 두마디 말로 예수의 반동분자처럼 몰아 붙이지마'라고 말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숨밭은 그러면서 "역사적 예수와 케리그마 예수의 관계를 대립 관계나 양자 택일로 보지 말고 불가에서 흔히 말하는 쌍차쌍조(雙遮雙照)나 혹은 니콜라스 쿠자누스의 반대일치나 아니면 오늘날 양자물리학에서 빛을 상호 모순적인 파동이면서 입자로 보는 이론을 받아들이듯이 역사적 예수와 케리그마 그리스도는 마치 빛의 입자와 파동과 같은 그런 관계로서 어떻게 좀. 왜? 두 초점을 붙잡지 않으면 실질적인 현실 목회에 기반을 두고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할 수가 없다"고 강변했다.

응답에 나선 도올은 "함석헌 선생이나 안병무 선생을 통해 배운 것은 왜 기독교가 서양을 중심으로 해서 신학이고 왜 서양 중심으로 꼭 해야 되느냐? 우리의 구원이 꼭 예수라는 유대인을 통해서만 이뤄져야 되느냐? 예수 사건이라는 것을 조금 폭넓게 생각할 수 없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누가 민중이고 누가 억압하는 사람인지. 이런 시대일수록 정말 우리가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신앙의 힘이라고 본다. 신앙의 힘으로 깊게 생각하고 깊게 고민할 줄 알면 이런 문제도 극복이 될 것이고 우리 사회의 진정한 부조리가 어디 있느냐. 우리 삶의 진리가 점점 우리 삶으로부터 유기되어가고 떠나고 있는 이런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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