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가 "가난 그 자체를 미화해서는 안 되지만 부를 성공의 척도로 삼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지난 24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복이 있다"는 예수님의 팔복 선언을 되짚으며 "하나님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 편에 서서 세상의 불공평과 억압을 제거하시는 분"이라며 이 같이 전했다.
김 목사는 가난과 결핍이 인간 실존에 미치는 비극적인 면도 가감없이 들추어냈다. 그는 "(예수님은)지금 굶주리는 사람이 복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이것은 우리 경험과 배치되는 말씀이다. 가난이나 굶주림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가난과 굶주림은 사람을 절망의 벼랑 끝으로 내몰기도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난한 이들은 자칫 잘못하면 자기 인생을 실패로 규정하기 쉽다"며 "그들은 부유한 이들을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적대적인 감정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선망'과 '원망' 사이에서 바장이는 이들은 늘 자기의 결핍에만 마음을 두고 산다. 이미 주어진 것조차 누리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가르침의 참 뜻이 시선의 이동에 있음을 강조했다. 김 목사는 "딱한 이들은 오히려 남이 누려야 할 몫까지 빼앗아 자기 배를 불리는 이들이다. 그들은 부유한 듯하나 실은 가난한 사람들이다"라며 "결핍이 아니라 풍요가 오히려 탐욕을 만든다"는 16세기 사상가 몽테뉴의 언명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돈이 만일 우리를 오만하거나 무정하게 만든다면 돈은 행운이 아니라 저주다"라며 "탐욕스러운 부를 하나님은 미워하신다. 하나님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 편에 서서 세상의 불공평과 억압을 제거하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은 정의를 세워 가난한 이들이 도둑맞은 존엄성을 회복시켜 주려 하신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또 "가난이 때로 복이 되는 것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눈물의 자리에 서 본 사람이라야 지금 눈물의 골짜기를 통과하는 이들을 도울 수 있다"며 "그 마음이야말로 '우리 속에 있는 보배'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이사야는 "주님을 경외하는 것이 가장 귀중한 보배"(사 33:6)라고 말한다. 다른 이들의 고통스러운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이 문득문득 일어날 때, 바로 그 때야말로 하나님 나라가 우리 앞에 열리는 순간이다"라고 했다.
예수님의 팔복선언의 가르침은 물질적 가난 보다 마음의 가난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도 분명히 했다. 김 목사는 "여기서 가난이란 겸손하고 유순하게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하나님께 속한 것임을 알아차리는 것이다"라며 "세상에 내 것이라곤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넉넉함 안에 머무는 것이 영적인 의미의 가난이다. 그렇게 가난한 사람만 다른 이들을 부요하게 할 수 있다. 이때 가난의 반대말은 부요함이 아니라 오만, 자기만족, 자기주장이다. 물질적으로 가난한 사람이라 하여 다 선한 것은 아니다. 가난하면서도 교만하고 이기적인 사람도 많다다. 부유하다 하여 다 악하지도 않다. 부유하지만 겸손하고 너그러운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가난과 부를 선악의 기준으로 삼지 말라는 당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의 유혹을 쉽게 떨쳐 내지 못하는 신앙인들의 현실에 주목한 김 목사는 "돈은 우리에게 마치 자신이 전능한 존재가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돈이 많은 이들은 어느 곳에 가든 당당하다. 주눅 드는 법이 없다. 돈이 주는 권력에 사로잡혀 다른 이들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이들이 있다"며 "하지만 돈이야 무슨 죄가 있겠는가? 잘못은 사용해야 할 돈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목사는 "돈 중독에서 해방되는 길은 없는가? 속으로 일단 원없이 가져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분도 있지 않은가? 허망한 꿈이다. 본문에서 바울 사도는 디모데에게 부자들에게 꼭 가르쳐야 할 것을 일러주고 있다. 교만해지지도 말고, 덧없는 재물에 소망을 두지도 말고, 오직 하나님께 소망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선을 행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아낌없이 베풀고, 즐겨 나누어 주는 것이야말로 앞날을 위하여 든든한 기초를 쌓는 것이고, 참된 생명을 얻는 길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