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화제작 <수리남>을 두고 개신교 목회자들 사이에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수리남>에서 마약왕 전요환(황정민 분)이 목사를 사칭하는 장면이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심지어 전 목사가 목회하는? 해당 교회 여성 리더가 납치한 어린이들에게 약물을 먹이고 중독시키는 장면은 교회를 마치 폭력적인 사교집단으로 전락시켜 이들 목회자들의 비위를 더욱 거슬리게 한다.
<수리남>의 실존 인물 조봉행이 사칭하지도 않은 목사 타이틀과 종교중독을 약물중독으로 절묘하게 포장해 내는 <수리남>에 반기독교 코드가 들어있다는 식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수리남>이 종교의 잘못된 습성을 지적하고 뒤틀린 종교성의 폐부를 찌르고 있는 수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 <수리남>에서 사교집단으로 전락한 교회의 신앙 체계를 폭력성과 중독성이라는 두 가지 틀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러한 종교 비판이 새로울 것이 없는 것은 신앙은 강박이고 아편이고 우상이며 환상이라는 종교 비판가들의 예언자적 외침이 일찍이 있어 왔기 때문이다. 다만 정통이란 이름을 내세우는 이들이 이러한 비판에 자기들 만큼은 예외라며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왔을 뿐이다.
하지만 기복주의적 아편 신앙과 아버지와 아들 목사를 우상화 하는 신앙 그리고 특정 이념을 우상화 하여 다른 신념을 가진 이들에 대한 유무형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신앙 등 여전히 중독성과 폭력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교회의 현주소는 <수리남>의 기독교 비판이 과하다기 보다는 되려 적실한 문제제기였다는 점을 반증해 주고 있다.
한편 <수리남>에서 목사로 신분을 세탁한 전요환은 교회 신도들을 등에 업고 세력 과시와 돈으로 정치 권력과 결탁하는데 이 과정에서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과도 친분을 맺는다. 전요환의 말 한 마디에 대통령의 군사 지원을 받아 숙적인 중국 깽단을 궤멸시키는 장면은 압권이다.
전요환이 신도들을 길들이는 방식도 볼 거리다. 자신의 뜻과 반한 행동을 하는 이에게 전요환은 "사탄에 들렸다"고 다그치며 뺨을 때리면서 정신을 차릴 것을 주문한다. 그릇된 욕망에 빠져 있는 목회자가 자기 뜻을 거스르는 신도들을 가리켜 "신천지다" "사탄에 들렸다"며 배척하고 종교적 폭력을 가하는 모습과 오버랩되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