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혜암, 보수-진보 신학자들의 만남의 장 열었다"

김균진 박사, 혜암 이장식 박사 서거 1주년 기념사 발표

kimkyunjin
(Photo : ⓒ혜암신학연구소 제공)
▲김균진 혜암신학연구소 소장(연세대 명예교수)

15일 혜암 이장식 박사 서기 1주기를 맞아 혜암신학연구소 김균진 소장이 '혜암 이장식 교수님 서거 1주년 기념사'를 발표했다. 

고인의 뒤를 이어 혜암신학연구소 제2대 소장을 맡고 있는 김균진 박사(연세대 명예교수)는 이날 "일 년 전 2021년 9월 15일 세상을 떠나신 고 혜암 이장식 교수님은 파란만장했던 한국 근대사를 몸으로 사신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김 소장은 이어 "일제 치하에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셔서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으시고, 해방 후 좌익과 우익의 사상 투쟁,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출범,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까지 3년에 걸친 한국전쟁, 4.19 혁명과 5.16 군사혁명, 1970년대에 일어나기 시작한 한국 경제의 급속한 발전과 한강의 기적, 한국 사회의 정치적 민주화 등, 실로 이장식 교수님은 한국 근대사의 산증인이라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이장식 교수님은 세속의 명예를 탐하지 않으시고, 학자로서 묵묵히 자신의 사명을 다하시는 모습을 후학들에게 보여 주셨다"며 "한국의 역사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처럼 사회 활동, 정치 활동에 열심하는 일부 교수님들에 비해, 이장식 교수님은 역사의 흐름을 하나님께 맡기고, 불모지와 같은 한국 신학계에서 자기 전공 영역의 학문적 기초를 세우시며, 학자로서 또 교육자로서 자기에게 주어진 사명에 묵묵히 충실하는 분으로 저희 후학들에게 각인되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느 것이 정말 나라와 민족을 위한 것인지, 후대의 역사가 판단해 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한국신학대학에서 정년 은퇴하신 후 이장식 교수님은 70세가 넘은 연세에 머나먼 아프리카로 가셔서 선교에 몸을 바쳐 교회와 학교를 세우기도 하시고 신학교육에 전념하기도 하셨다"고 했다.

김 소장은 또 "약 10년 전 혜암신학연구소를 설립하셔서 한국 기독교의 보수 계열과 진보 계열의 신학자들의 만남과 친교의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처음으로 에큐메니칼 신학 운동을 시작하셨다"며 "이장식 교수님이 출판하기 시작하신 연구소의 논문집 「신학과 교회」는 보수 계열 신학자들과 진보 계열 신학자들이 공동의 주제 하에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한국 신학계 유일의 에큐메니칼 연구지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교수님이 서거하신지 벌써 일 년이 지났지만, 교수님은 저희 후학들에게 한국 기독교 역사의 별과 같았던 분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 혜암 이장식 박사는 지난 2010년 기독교신문 <베리타스>의 초대회장에 취임하며 교계 내 언론의 역할, 특히 특정 교파와 집단의 이해관계를 뛰어 넘은 공개 토론장의 기능을 강조한 바 있다. 또 지난 2014년에는 진보와 보수 신학의 상호동격적 대화주의를 표방하는 <혜암신학연구소>의 초대 소장을 맡으면서 100세를 넘기기까지 끊임없이 연구와 교육 활동의 횃불을 들어 올려 후학들의 주목을 받았다. 고인은 지난 2021년 9월 15일 101세를 일기로 소천했다.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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