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가 23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평택 소재 SPC 빵공장에서 청년 노동자가 야간 근무를 하던 중 소스 배합기에 끼어 숨진 소식을 전하며 자신의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김 목사는 해당 공장이 그런 끼임 사고가 있었음에도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채 "억울한 피가 채 마르기도 전에 그 현장을 흰색 천으로 덮어놓고 다른 노동자들에게 작업을 계속하게 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측의 무정한 태도에 대해 김 목사는 "이 사건은 '돈'이 주인 노릇하는 세상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돈의 욕망에 사로잡히는 순간 사람의 공감 능력은 점점 줄어들게 마련이다"라며 "상대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알아차리는 인지적 공감은 물론이고, 상대가 느끼는 감정이나 고통을 그대로 느끼고 아파하는 정서적 공감도 작동하지 않는다. 무정한 마음은 굳은 마음이고 죽음에 가까운 마음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정한 마음과 대비되는 말은 다정함다. 다정함이란 상대와 감정을 공유하고, 그에게서 나와 닮은 점을 찾아낼 줄 아는 능력이다"라며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에게 감동하는 것은 주님이 베푸시는 무한한 은혜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은혜의 통로가 바로 다정함 혹은 공감 능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특히 "주님은 병들어 신음하는 이들의 아픔을 당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셨고 깊은 소외감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쓸쓸함과 공허감을 어떻게든 덜어주려고 애쓰셨다"며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수납하는 주님에게서 사람들은 깊은 위로를 받았고, 절망을 딛고 일어나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역사의 진보란 바로 공감 능력의 확대다"라고 했다.
하지만 은혜를 악용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제동을 걸었다. 김 목사는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는 대가나 희생을 전혀 요구하지 않는 은혜는 싸구려 은혜라 했다"며 "싸구려 은혜는 우리의 죄를 덮는 덮개에 불과하다. 삶의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아직 은혜의 세계 속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김 목사는 "심판과 징계는 우리가 그것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받아들일 때 주님의 은총이 유입되는 통로가 된다. 이것이 은총의 신비다"라며 "하나님은 죄악을 사유하시는 분이시다. 진노하시되, 그 노여움을 언제까지나 품고 계시지는 않고, 기꺼이 한결같은 사랑을 베푸시는 분이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