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이하 화통위)가 한미연합공중훈련(비질런트 스톰)과 북한의 맞대응 미사일 발사로 증폭되는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황을 심각히 우려하며 성명서를 지난 4일 발표했다.
'적대적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평화의 길을 택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화통위는 "지금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솟고 있다.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 중에도 지난 월요일(10월 31일) 한미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은 강행되었다"며 "한국군의 F35A, 미군의 F35B 등 공군 전력 240여 대가 출격하는 북한에 대한 대규모 폭격훈련이 11월 4일까지 진행 될 예정이었으나 하루 더 연장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북한은 지난 11월 2일 여러 차례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그 중 한 발은 북방한계선(NLL) 남쪽 공해 상에 떨어졌고,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발령되었다. 남한은 이에 맞대응하여 북방한계선(NLL) 이북 공해 상에 공대지미사일 3발을 발사하였다. 이에 북한은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다. 이와 같은 군사적 초긴장 상태를 바라보는 접경지역의 주민들과 온 국민들 마음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화통위는 이어 "정부는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 중에 자행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 규탄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또한 남북한의 적대행위들에 대한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도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가애도기간 중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공중훈련을 감행한 것이 사실이다"라며 "전쟁연습을 시작하여 지금의 한반도 위기를 증폭시킨 대한민국의 책임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계속해서 대북 방어의 목적으로 감행한 훈련이라고 변명하지만, 명백히 공군의 대규모 폭격훈련이었다. 북한의 맞대응도 이미 예상된 바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계속해서 전쟁연습, 즉 적대적 군사행동을 이어가며 한반도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무력시위를 통한 억제정책만이 해결책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역대 최대 국방비 예산 편성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화통위는 "윤석열 정부는 2023년 국방비 예산안을 57조로 통과시켰다. 2022년 본예산 대비 4.6% 증가한 또 한 번 역대 최대 국방비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라며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군비증강은 남북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으며, 북한의 핵·미사일의 고도화 및 비대칭 전략개발에 몰두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를 화약고로 만드는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과 더불어 한미일 군사협력으로 한반도의 위기를 신냉전 구도 속에 국제전으로 치닫게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와 같은 강대강 전략과 대결과 반목의 정책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전망을 더 안개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북한의 7차 핵실험 강행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그 길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한반도에서의 무력 총돌은 공멸이며 동시에 동북아시아의 파국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 화통위는 "여전히 남과 북이 대화할 시간, 평화외교의 기회가 존재하며, 이를 시도할 공간이 남아있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남북관계의 군사적 긴장을 하루빨리 멈추고 평화적 방법으로 이번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더 이상 남북관계를 정치적이며 정략적인 의도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남,북,미를 향해서도 "적대적 행위를 즉각 멈출 것"을 촉구했다. 화통위는 "한반도의 위기가 악화일로로 흘러간다면 '전쟁'의 위기에서 파국의 상황이 도래할 수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1950년 한국전쟁도 전쟁 발발 1년 전, 천 여건 이상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났고, 우리는 결국 민족상잔의 비극을 몸소 겪었으며, 여전히 좌우분열과 이념논쟁으로 값비싼 갈등비용을 치루고 있다"며 "한반도에서 그 어떠한 전쟁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현재 적대적 군사행동에 대한 서로의 경고를 무시해서도 안 되며, 외교실패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 반드시 평화의 길을 택하며, 그 어떠한 폭력행위도 거부해야 한다"고 전했다.
화통위는 끝으로 "골로새서의 사도 바울은 21세기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평화'를 가슴에 새기고 한 몸이 되라고 권면한다"며 "지금껏 한반도에 사는 민(民)들이 겪었던 한반도의 분단과 냉전의 역사를 통해 볼 때, 평화는 총부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평화의 길은 그리스도께서 명령하신 평화의 마음과 사랑과 정의로 연대하는 평화적 수단을 통해서만 열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