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재정비리 의혹 K목사, 기소의견 검찰 송치에도 ‘결백’ 주장

K 목사 노회 면직 처분도 무시, 강도권 행사하려다 제지 당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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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1년 가까이 재정비리 혐의를 받던 천안 C 교회 K 목사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하지만 K 목사는 무죄를 주장하며 주일인 21일 오전 주일예배 집례를 시도하다가 성도들에게 제지당했다.

1년 가까이 재정비리 의혹을 받아왔던 천안 C 교회 K 담임목사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K 목사는 결백을 주장하고 있고, 이로 인해 성도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가는 모양새다.

앞서 2021년 12월 이 교회 성도들은 K 목사를 고발했는데, 사건을 맡은 천안 서북경찰서는 혐의 일부를 인정해 지난 11일 K 목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K 목사의 검찰 송치 소식은 주일을 앞둔 18일 경 알려지기 시작했다. K 목사는 검찰 송치 입장을 묻는 기자에게 "경찰이 교회의 특수성에 대해 이해가 부족해 이 같은 결정이 나온 것으로 본다. 검찰 수사에서 결백을 재차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K 목사는 줄곧 결백을 주장해 왔는데,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는데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K 목사는 대담하게도 주일인 20일 오전 주일예배 집례를 시도했다.

하지만 성도들이 K 목사를 막아섰다. 이때 성도들은 ‘경찰도 인정한 도둑목사 ○○○'이란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단상에 올랐다. 이러자 K 목사를 지지하는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급기야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생겼다.

일단 경찰이 K 목사에 대해 인정한 혐의는 횡령, 사문서 위조와 그 행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K 목사는 자신이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복지시설에 교회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당회의 동의 없이 1000만원을 송금했다는 의혹을 받았었다.

이어 2018년 8월 교회 건축 부지 매입 과정에서 제직회가 개최되지 않았음에도 부지를 담보로 돈을 빌리도록 제직회가 결의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사문서 위조)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위조문서 행사) 정황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경찰은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경찰은 2017년 1월 부임 이후 2021년 12월까지 목회활동비 8천 여 만원을 K 목사 개인계좌로 빼돌린 혐의(횡령)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신도들은 경찰이 K 목사 측근 A 씨의 말만 듣고 무혐의 처분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수사결과 통지서를 보면 경찰이 무혐의의 이유를 상당 부분 A 씨의 증언에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허점 힘입어 횡령혐의 피한 K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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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담임목사의 재정비리 의혹이 지역의 중견교회를 흔들고 있다. 담임목사는 자신의 의혹을 전면 부정하고, 이로 인해 교회는 목사를 따르는 성도와 반대 성도로 갈렸다. 사태 진원지는 천안 C 교회로 예장합동 교단 소속이며, 신도수 1,000여 명에 연간 재정규모 20억 가량이다.

종교인과세의 허점도 K 목사의 횡령혐의를 벗기는 데 한 몫 했다. 지난 2018년 1월 정부가 종교인과세를 시행하면서 정부는 종교단체가 종교인에게 직접 지급하는 돈 이외의 비용, 즉 종교활동비를 과세 항목에서 뺐다.

또 세무조사 시 종교단체가 소속 종교인에게 지급한 금품 외의 종교 활동과 관련하여 지출한 비용을 구분하여 기록·관리한 장부 등은 조사대상이 아니라고 적시했다.

경찰도 이 같은 제도적 근거에 따라 횡령으로 접근할 수 없다며 K 목사의 목회활동비 횡령 의혹에 대해선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한편 K 목사는 일체의 혐의를 부인하며 버티기로 일관 중이다. 게다가 K 목사가 그간 제기된 비리 혐의를 무시하고 설교를 할 수 있는 권한인 ‘강도권'을 행사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교회의 소속 노회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충남노회는 올해 3월 K 목사를 면직 처분했지만, K 목사는 이 노회가 사고노회라며 면직 처분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 노회는 정기회와 속회로 분열해 갈등해왔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20년 9월 정기회를 정식 노회로 인정했다. 그런데도 총회는 이 노회를 사고노회로 지정했고, K 목사는 이를 근거로 면직이 무효임을 주장해 온 것이다.

게다가 K 목사는 지난 8월 속회와 결탁하려는 시도를 했다가 예장합동 총회가 제동을 걸면서 K 목사의 줄타기 시도는 무산됐다.

비록 지역교회지만 K 목사의 행태와 뒤이은 교회 분열은 한국교회에서 종종 불거지는 재정비리의 전형적인 축소판이다. 게다가 종교인과세의 허점도 사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하지만 성도들은 이제부터 갈등을 메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K 목사 비리를 고발해온 성도측 A 씨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이 넘어간 경우 대게는 목사 직무는 정지되고 또 목사 스스로 자중해야 한다. 하지만 K 목사는 자신을 지지하는 신도들을 방패막이 삼아 목사 행세를 계속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진실의 일단이 드러났다. 우리 교회는 오랜 기간 건강한 교회로 자리매김했는데, 이번 일로 충격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 지금부터 성도들간 화합과 교회 안정을 위해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활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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