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성서신학자 E. P. 샌더스 교수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듀크대학 신학부에서 봉직했던 샌더스 교수는 역사적 예수 연구와 초기 바울과 초기 유대교 연구에 몰두한 신학자로 루돌프 불트만에 버금가는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어로도 번역된 그의 대표작은 『Jesus and Judaism』, 『Paul and Plaestinian Judaism』 등인데 많은 이들은 그의 학문적 성취로 초기 유대교에 대한 편견을 부수었다는 점을 꼽고 있다. 다시 말해 기존 바울 신학에서 주장해 온 은혜의 종교 기독교 vs 율법의 종교 유대교라는 왜곡된 도식을 깨트렸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유대교는 율법주의나 행위를 강조하는 종교가 아니라 은혜 개념을 담은 "언약적 율법주의"라는 게 그의 핵심 주장이었다.
호주 출신 신학자 Michael F. Bird는 샌더스 교수의 주된 주장에 대해 △역사적 예수는 유대 회복 종말론의 예언자였다 △사도 바울은 유대교와 구별되는 종교로서 기독교로 개종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율법의 행위"를 행함이 없이 믿음으로 이방인들을 받아주신다는 것을 확신한 유대인의 이방인 사도였다 △우리는 1세기에 대부분의 유대인들이 공유한 일련의 공통된 믿음과 관습으로 이해되는 "공통 유대교"에 대해 정당하게 말할 수 있다 등으로 요약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역사적인 예수나 사도 바울에 대해 읽는 모든 것이 샌더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장담한다"며 "샌더스 교수는 신약성경 연구의 많은 부분을 위한 의제를 설정했다. 그의 책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계속 읽힐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신약학자 차정식 전 한일장신대 교수도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유대교와 기독교의 왜곡된 도식을 깨트린 샌더스 교수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며 "바울 전후 300년간 유대교 문헌을 모두 섭렵해 확인해 보니 그 어느 곳에서도 유대교가 율법과 행위로써 구원을 받는다는 증거가 탐지되지 않더라는 것이다"며 "그 이전에는 1차 증거자료를 충분히 확인하지도 않은 채 종교개혁자들의 섣부른 구호를 500년 가까이 복창해왔던 셈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1937년생인 샌더스 교수는 노환으로 지난 22일(현지시간) 소천했다. 향년 85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