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참사가 16일 꼭 49일째를 맞았다.
이날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는 사고 현장인 이태원역 1번 출구 대로변에서 ‘49일 시민 추모제'를 열고 희생자를 추모했다.
이날 추모제엔 이태원참사 유가족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정의당 이재명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 인사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녹사평역 3번 출구 들머리에 마련된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시민분향소)에도 일찍부터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참사로 숨진 이들의 영정 사진 앞에 헌화했고, 몇몇 시민들은 두 손 모아 기도하기도 했다.
추모제는 먼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원불교 교정원·천주교 예수회·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4대 종단 종교의식으로 막을 올렸다.
이어 참사 당시 최초 112신고가 접수된 오후 6시 34분 실제 음성영상과 함께 침묵으로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침묵시위가 끝나자 이번엔 유가족이 공개에 동의한 희생자 사진과 이름을 담은 추모영상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상영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희생자 이름이 나올 때마다 이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리고 책임지지 않는 정부를 규탄했다.
배우였던 고 이지한 씨 어머니는 "희생자 유가족들은 우리 아들, 딸들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며 정부는 그 원인을 말해주고 있지 않다. 정부는 오히려 희생자들에게 부모 허락도 없이 마약검사를 실시했다는 이해하지 못할 일들을 저질렀다"며 "대한민국 용산 이태원에는 그때도 국가는 없었고, 지금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개신교계 "참사 유가족 입장 정리되는 대로 지원할 것"
이날 추모제에 개신교계도 함께 했다. NCCK 정평위 위원장 장기용 신부(대한성공회)는 가장 먼저 단상에 올라 "정부 여당은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매도하면서 온전한 추모도, 온전한 위로도 할 수 없도록 방해했다"며 정부 여당에 날을 세웠다.
이어 "무엇이 정치적이고 무엇이 정치적이지 않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행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사과와 철저한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게 왜 정치적으로 매도당할 일인지 알수 없다"라면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정부가 안하면 국민이 한다. NCCK 정평위는 소속 교단 모든 신앙인들과 더불어 가족들과 함께 기도하고 연대할 것"을 약속했다.
현재 NCCK인권센터와 정평위는 시민대책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NCCK 인권센터 박승렬 소장은 추모제에 앞서 기자와 만나 개신교계가 얼마든지 유가족과 협력할 채비를 갖췄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와 달리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연결고리를 쉽사리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정쟁에 이용당할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데다 요구사항이 명확히 정리돼 있지 않은 실정이기도 한데, 교통정리가 끝나는 대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는 게 박 소장의 말이다.
박 소장은 그러면서 "현재 시민들은 참사에 대해 안타까워 하는 동시에 정부의 비밀주의에 분노하고 있다. 개신교뿐만 아니라 각 종단의 지도자들이 이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달랠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간 가교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 국가책임인정·대통령 공식 사과 ▲ 피해자가 참여하는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 이태원참사 기억·희생자 추모 공간 마련 ▲ 인도적 지원 등 종합적 지원대책 마련 ▲ 2차 가해에 대한 적극적 방지대책 마련 ▲ 재발방지와 안전사회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 등 6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시민대책회의는 오는 30일 오후 2차 시민추모제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