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에 대한 지향을 잃을 때 역사는 욕망의 전장이 되고 만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이들을 수단으로 삼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풍요와 편리를 누리기 위해 다른 이들의 몫을 빼앗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꿩 잡는 게 매'라는 방편적 사고가 지배하는 곳에서 평화의 꽃은 피어나기 어렵다."
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가 지난 18일 '한나의 시간'(삼상 1:9-11)이란 제목의 주일예배 설교에서 사사시대가 끝이나고 왕정기에 들어서는 역사적 이행기에 도덕적 혼돈 상태가 극에 달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목사는 사사기시대 말기를 가리켜 "언약을 통해 '제사장 나라, 거룩한 백성'이 되기로 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은 그런 지향 자체를 망각하게 만들었다"며 "모두가 자유인이 되어 사는 평등공동체의 꿈은 퇴색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존 논리가 사람들을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혼돈의 시대, 인간이라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인 칸트의 정언명령도 나만큼은 예외라는 예외주의 앞에서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굴복했음도 알렸다. 그는 "과도한 욕망에 사로잡힌 이들은 '나'만은 예외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들은 서슴없이 다른 이들을 자기 욕망 충족을 위한 수단으로 대한다. 인간성의 파탄이 이렇게 일어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선을 옮겨 오랜 기다림과 기도 끝에 닫혔던 태의 문이 열려 아들을 얻은 한나의 이야기를 주목하며 한나가 겪은 시간에 대해 "슬픈 마음을 가눌 수 없어 비통하게 흐느끼던 시간은 지나갔고 기쁨의 시간이 도래했다"며 "그 시간은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선물 같은 시간이다. 그 놀라운 경험을 통해 한나는 하나님에 대한 깊은 인식에 도달한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은 오만한 자를 부끄럽게 하시는 분이다.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은 사람이 하는 일을 저울에 달아 보시는 분이다. 하나님의 저울 앞에서는 어떤 허위의식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시련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한나가 깨달은 것은 "용사들의 활은 꺾이나, 약한 사람들은 강해진다"(삼상 2:4)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특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에서 승리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사탄이 심어주는 마음"이라며 "하나님은 아픔 속에 있는 이들을 건드려 상처를 덧내는 이들, 자기에게 위임된 힘을 자기와 정파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이들을 그냥 두고 보시는 분이 아니다. 억울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힘 없는 이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삶이 위태로운 이들을 향하여 "하나님은 아이를 낳지 못하던 여인의 비통한 울음소리를 들으시고 그 여인의 태를 여셔서 아기를 낳게 하셨다"며 "희망은 하나님으로부터 온다. 현실이 제 아무리 암담해도 하나님을 믿는 이들은 새로운 역사의 꿈을 꾸기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