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등 4대 종단이 최근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종교인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혐오와 비하 그리고 모욕을 2차 가해로 규정하고 이를 멈출 것을 촉구했다. 먼저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158개의 별들이 이태원 하늘 위에서 빛을 감췄다"며 "충격과 공포에 놀란 국민들의 탄식은 하늘에 사무치고 사랑하는 자식 잃은 부모들은 비탄과 절망 속에 몸조차 가누지 못하고 울부짖고 있다. 이 괴로움은 비할 단어조차 없이 참혹하고 슬픈 일이라 우리는 겨우 '참척(慘慽)'이라고 부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 희생자를 향한 입에도 담기 힘든 무차별적인 혐오, 비하, 모욕이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분향소를 지키며 고통을 삼키고 있는 어느 희생자의 어머니가 면전에 쏟아지는 조롱에 충격을 받아 실신하는 사건까지 생기고 말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성경은 "혀는 곧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 혀는 우리 지체 중에서 온몸을 더럽히고 삶의 수레바퀴를 불사르나니 그 사르는 것이 지옥 불에서 나느니라(야고보서 3:6)"고 준엄하게 꾸짖고 있다"며 "손을 맞잡고 함께 울어도 간장을 도려내는 듯할 아픔이 덜해지지 않을 유가족들에게 오히려 저주를 퍼붓는 그들을 보며 우리는 공동체가 존재하는 이유를 다시 묻게 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유가족을 향한 저열한 언어폭력을 바라보며 일어나는 분노와 솟구치는 좌절 속에서도 우리는 고개를 들어 희망을 찾고자 한다"며 "희생자의 영전에 올려진 이름 없는 국화꽃 한 송이는 그들이 남이 아니라 우리와 한 몸이기에 절로 우러난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발현이며, 유가족의 애끓는 절규를 보며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남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不忍之心)에서 시작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끝으로 "유가족은 우리와 서로 없어서는 살지 못할 소중한 이웃이자 가족이다. 비하, 질책과 책임 전가 비난과 조롱 등의 모욕적인 언어폭력을 즉각 멈출 것을 요청한다"며 "2차 가해에 대한 경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요청한다. 정부는 유가족의 사회적 보호를 위한 조속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다. 저희는 끝까지 유가족의 곁에 서서 모든 정성과 역량을 다해 신앙적 의무를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전했다.
호소문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천주교예수회 인권연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등 4대 종단 산하 단체들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