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북리뷰 《미움받을 용기》: 우리는 현재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인이다

알프레드 아들러

우리는 현재를 산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와의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가 과거는 아니지만, 과거의 토대 위에 현재가 전개되고 있다. 또 미래가 현재에 인과론적 영향을 준 바는 없지만, 미래를 보는 시각에 따라 현재의 양식이 결정된다. 현재에 살면서 한쪽을 등한시할 수 없다. 과거를 잊으면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고, 미래를 생각지 않으면 진보가 없다.

이 논의를 개인의 삶과 내면(심리)에 적용해보면 이런 논술이 나온다. 한 사람이 현재를 살 때에,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삶에 일정 영향을 주었을 것이고, 과거와는 별개로 그가 생각하는 미래가 현재 삶의 양식을 일정 결정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과거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다면 현재는 과거에 잠식될 것이고, 만약 미래만 지나치게 쫓는다면 현재가 희생될 수 있다. 삶에서 균형은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개인의 내면(심리)을 대하는 시각에 있어서, 과거에 편향되어 있었던 면이 있다. 이것은 사실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트라우마'는 일상적 용어가 되었다. 과거의 특정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면, 그것은 현재의 삶에 가시적 영향을 미친다.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와 연구는 보다 진전되어, 우리는 '집단 트라우마'나 '사회적 트라우마'라는 개념도 이제 대중적으로 사용한다.

트라우마를 본다는 것은 과거를 보는 것인데, 이것은 한편으로 사회가 발전하고 안정된 상태에 진입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 한국사회에서 '트라우마'에 이해는 확실히 사회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깊어졌다. 전쟁 후 나라를 재건하는 상황에서,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급박하여 한시라도 경제 성장을 늦출 수 없었던 국가 분위기에서 우리는 개인의 과거 상처를 보듬을 겨를이 부족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일가친척 중 부당한 해를 입지 않았던 사람이 없는 집안은 찾기 힘들 그같은 격동기를 우리는 20세기에 지나왔다. 그때 우리가 과거의 상처에 집착했더라면, 이토록 빠른 성장의 결과를 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물질이 넉넉해지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우리는 개인의 삶과 내면에도 오랜 시간 눈길을 줄 수 있게 되었다. 트라우마 없는 집안이 없었을 한 세기를 지나왔으므로, 우리 사회는 트라우마라는 개념을 너무나 잘 이해했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심리적ㆍ사회적 프로그램이 만들어졌고 운영되었다. 치유가 필요한 곳이 많았으므로, 이 분야는 꽤 성행하였다.

트라우마 치유가 상황에 따라 필요하지만, 치유의 행위 그 자체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현재는 또한 미래가 도래하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움받을 용기

이 선상에서, 국내에서 《미움받을 용기》가 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로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는 현상이 희망적으로 보인다. 이 책은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의 심리학을 소개했다. 일본의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가 철학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아들러의 심리학을 연구하였고, 그의 연구를 작가 '고가 후미타케'가 글로 써낸 책이다.

아들러(1870년-1937)는 지난 세기 활동한 정신과 의사로, 지그문트 프로이드(1856-1939)와 동시대 사람이다. 한때 프로이트와 한 학회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나, 입장 차이로 결별하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이론을 전개했다. 《미움받을 용기》는 트라우마에 대하여, 아들러가 어떻게 프로이트와 다르게 접근하고 그것을 풀어가는가를(해결하는가를) 밝힌다.

이 책이 소개하는 아들러의 심리학은 "트라우마를 명백히 부정한다." 아들러는 '과거'의 사건이 '현재'를 규정하는 것에 대하여, 강한 반론을 제기한다. 말하자면, 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삶을 결정짓는 것을 순리로 보지 않는다. 과거의 사건이 현재를 지배하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일이 아니라 그 자신이 '선택'한 일이다. 만약 한 사람이 과거의 학대 상처로 사회생활을 거부하고 방안에서만 지낸다면(히키코모리), 그것은 그가 '히키코모리'로 지내기 위하여 과거의 상처를 '도구화'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과거의 사건이 현재를 결정한다는 시각을 가진 프로이드 이론에 대하여 "우리의 자유의지를 부정하고 인간을 기계처럼 바라보는 것"이라고 맞선다. 인간은 과거에 매몰될 선택도 할 수 있고, 미래로 나아갈 선택도 할 수 있는 자유인이다. 현재를 사는 인간이 어떤 "목적"을 가졌느냐에 따라, 현재에서의 "선택"은 달라진다. 현재의 삶은, 과거의 사건이 아닌 현재의 "선택"이 결정짓는다.

이 책은 아들러의 심리학 전체를 개론한 책은 아니다. 저자가 전하려는 것은, 아들러 연구자로서 그 자신이 아들러 심리학에서 건져낸 일종의 '희망'의 메시지이다. 이 책은 아들러를 연구한 '기시미 이치로'의 연구의 열매들을 작가 '고가 후미타케'가 대화체로 쉽게 풀어쓴 책이다. 고가 후미타케도 자신이 찾은 것이 '아들러의 심리학'이 아니라 "기시미 아치로라는 한 철학자의 필터를 통해 걸러진, 말하자면 '기시미의 아들러학'이었"다고 밝힌다.

오늘날 심리학이라고 하면 우리는 가장 먼저 프로이트를 떠올리고, 그 다음에 프로이트를 '아버지' 삼은 카를 융을 떠올린다. 이들의 이론이 성행하게 된 것에는 이들의 이론이 필요했었던 사회의 상황과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 사회가 과거를 보는 "원인론"(결정론)을 벗어나, '현재' 그리고 '다가올 현재'를 조망하는 "목적론"에의 천착을 시작했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 사회가 과거의 상처 치유 그 다음의 스텝을 생각하게 된 것으로 읽힌다.

 

북리뷰/서평 문의 eleison2023@gmail.com

*책에서 직접 인용한 어구, 문장은 큰따옴표(", ")로 표시하였음을 밝힙니다.

이민애 eleison20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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