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암신학연구소(소장 김균진 박사)의 정기간행 연구지 《신학과 교회》 제18호(2022년 겨울)가 발행되었다. 이번 호의 주제는 "민중신학에 대한 성찰과 전망"이다. 2022년은 민중신학의 개척자 안병무 선생의 탄생 100주기인 해이기도 하였다.
연구지에는 9편의 민중신학 연구 논문이 게재되었다. 7편의 국내 연구자들의 논문과, 독일 위르겐 몰트만 박사의 특별기고 논문을 포함한 2편의 독일 신학자들의 논문이 실렸다.
민중신학은 1970년대 한국 신학계에 등장했고, 세계에서 한국 고유의 신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국내에서 민중신학은 비교적 소수의 학자들에 의해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민중신학의 태동기에 비해 오늘날 한국은 사회적으로는 민주화의 수준이 높아졌고 경제적으로는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선진국 대열에 속한다. 때문에 당시 '민중'의 형태가 오늘날에 그대로 존재하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연구소는 연구지의 18호를 '민중신학'으로 주제로 삼고 펴낸 이유를, 《신학과 교회》 권두언에서 설명한다. 먼저는 오늘날 민중신학을 평가하여 그 역사적 가치를 있는 그대로 남기고, 아울러 민중신학의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을 모색해보기 위해서다. 권두언은 "그 역사적, 신학적 의의와 함께 민중신학의 문제점과 기여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드러내며,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망각될 수 없는 유산으로서의 민중신학의 위치를 밝히고자 한다. 나아가 새로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 민중신학의 새로운 과제와 전망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그 목적을 소개한다.
또한 권두언은 '오늘날의 민중'이 누구인지, 민중신학은 지속가능한 학문인지 등에 대한 고민도 없지 않았음을 서술한다. 권두언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선진국 대열에 속해 있는 나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중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있다"고 밝힌다. 불법 이민자들, 노숙자들, 투쟁에서 낙오된 소외계층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있으며, '금수저' '흙수저'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같은 속어는 민중이 사라지지 않은 한국 사회의 양극화된 현실을 보여준다고 밝힌다. 이에 '이제 민중은 없다'라는 어느 한 민중신학자의 말은 오판이라고 말하며 "새 시대는 새로운 형태의 민중의 고난과 애환을 보여준다"고 밝힌다.
이번 연구지에 실린 논문 목록은 아래와 같다.
강원돈. 민중신학의 태동과 발전: 주제와 방법의 변화를 중심으로.
김균진. 한국 기독교의 역사적 유산으로서 민중신학: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과제와 함께.
김경재. 한국 민중사상의 맥: 신휴머니즘과 자연-신-인간적 영성.
김진호. 사건론과 민중신학의 예수역사학.
최형묵. 민중신학의 구원론: 민중 주체성과 민중 메시아론.
김영한. 민중신학의 문제점과 그 타당성: 민중 사건에 대한 사회경제사적 성찰에 대한 비판적 성찰.
정일웅: 민중신학과 민중 교회론에 대한 비판적 성찰.
<특별기고> 위르겐 몰트만. 민중신학의 그때와 오늘.
폴커 퀴스터. 다문화적 관점에서 본 민중신학: 개인적 결산.
[그 외] 2022 하반기 세미나 "한국 기독교의 역사적 유산으로서의 민중신학" 발제문, 논평문 게재
제1세미나: 발제 김영한, 논평 김경재·윤철호·강원돈, 사회 김균진.
제2세미나: 발제 강원돈, 논평 오성종·박경미·김영한, 사회 김균진.
《신학과 교회》 편집위원장 강원돈 박사는 민중신학이 "민중을 역사의 주체로 불러내고, 하나님이 민중과 더불어 새역사를 펼쳐나가신다는 것을 증언하"는 등의 순기능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정치적 지향과 교회 비판적인 태도로 인해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또 '당한 죄'등과 같은 이질적 용어사용으로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음을 밝혔다. 그러나 민중신학의 맥이 끊어지지 않고, 젊은 세대의 민중신학자들이 활발한 연구활동으로 풍부한 성과를 내놓은 결과들을 제시하며 "여전히 강한 생명력을 갖고 생산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신학과 교회》 제18호가 민중신학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에 이바지하기를 바란다"고 바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