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무종교인의 숫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종교인 속도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곳은 서구권 특히 유럽이고, 한국의 무종교 상황도 유럽에 견줄만큼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14년에는 '종교인'과 '종교 없음'이 각각 50%였는데, 2025년 처음으로 무종교 인구가 총인구 절반을 넘는 56.1%을 기록했다. 그리고 2021년 「한국인의 종교」 6차 조사에서는 '종교 없음'이 60%로 나왔다. 이 때 개신교 인구는 17%, 불교 인구는 16%, 가톨릭 인구는 6%였다.)
이 가운데 서울대학교종교문제연구소 우혜란의 「신종교로서 무종교(Nonreligion)」 논문이 이 문제와 관련하여 생각할 담론을 던지고 있기에, 논문 일부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논문의 제목은 '무종교'를 '신종교'로 상정하고 있다. 무종교가 신종교가 되려면 무종교는 종교적이어야 하는데, 무종교는 종교적인 것인가? 무종교가 종교적인 것이라 했을 때, 무종교는 신종교인가?
먼저 우혜란은 논문 제목인 "신종교로서 무종교"를 영국인 연구자 린다 우드헤드(Linda Woodhead)가 2016년 영국학술원에서 발표한 "Why 'no religion' is the new religion"이라는 강연 제목에서 가져왔다고 밝힌다. 우드헤드는 2013년부터 매년 영국인의 신앙에 대한 조사를 했고, 2015년 10월 영국의 무종교인 비율이 유럽에서 최초로 총인구의 절반(51%)을 넘겼음을 보고한 연구자이다. 우드헤드는 무종교인의 빠른 확산에 대하여 "엄청난 문화적 이행/대전환"(profound cultural transition/shift)이라 평했고, 또 "무종교는 (이미) 새로운 질서이다"라고 말했다고 우혜란은 밝힌다.
우혜란은, 우드헤드의 강연 제목에서 무종교는 'no religion'이라고 되어있는데 본인은 논문제목에서 'nonreligion'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nonreligion'이 보다 폭넓은 개념이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그에 따르면 nonreligion은 주로 종교와 대비되는 제 현상을 가리키나, 여기에는 반신론, 무신론, 불가지론, (종교)무관심, (종교적 실천행위나 소속이 결여된) 비/무종교성 등이 모두 포함된다.
nonreligion 용어와 관련하여 스티븐 불리번트(Stephen Bullivant)는 이 용어가 종교사학자에게 좋은 탐구대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영국의 종교사회학 교수인 불리번트는 2014-2016년 유럽 21개국 16~29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0%이상이 자신을 무종교인이라고 답한 것을 근거로 하여 "향후 100년 내에 유럽에서 기독교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 인물이다.(통계결과 아래 표 참조)
우혜란은 프랑스 종교학자 쯔빌링(Anne-Laure Zwilling)도 소개한다. 쯔빌링은 "무종교는 신종교가 되어가는가?"(Are the 'non-religious' becoming the new religion?)이라는 기고문에서, 영국이나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사회에서 무종교인이 다수를 점하면서 무종교가 현재 두조적인 문화적 흐름이 되었음을 강조한다"고 우혜란은 밝힌다. 쯔빌링은 무종교인이 집단화되지 않고 집단적인 요구도 없기에 '침묵하는 다수'(the silent majority)라고 표현한다. 쯔빌링은 또 무종교인들이 하나의 형태가 아닌 다양한 변주(variations)를 보인다고 보았는데, 예를 들어 정기적으로 성경을 읽는 종교인, 제도화된 주류 종교에 속한 무종교인, 무신론자 성직자 등등, 기존의 종교적-비종교적 경계를 넘어서는 형태도 지적한다.
우헤란은 "'무종교' 또한 동시대의 대표적인 종교문화 현상"이라고 본다. 그리고 '무종교'가 하나의 중요한 연구분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연유에 대하여 "종교사회학에서 일종의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이 일어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밝힌다. 이유는 종교의 쇠퇴를 명제로 하는 세속화 이론이 1980년대 들어 그 기반이 흔들리게 되었는데, 이 때 '종교적이지 않다는 것에 대한' 혹은 '영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대한' 문제 등에 대한 의식이 기존의 세속화 이론을 넘어셔려는 노력과 맞닿아, (뉴에이지 운동, 신영성 운동과 더불어) 무종교 연구의 출현을 가능하게 한 환경이 되어주었다는 것이다.
한편 우혜란은 '무종교' 연구가 서구 학계에서 급성장한 배경도 밝힌다. 2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비/무종교(인) 연구는 연구 커뮤니티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하였으나 최근 10년 사이 관련 연구 저작물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SCOPUS에 따르면 무종교 관련 연구물의 약 85%는 2007년부터 2020년 사이에 출판된 것으로, 특히 전체 저작물의 66.2%, 즉 거의 2/3가 지난 9년(2012~2012) 사이 출판된 것"이다. "또 다른 조사에 의하면 1950~1972년과 2016~2020년 사이에 무종교 연구는 0.6%에서 6.0%로 10배 증가했다고 한다."
우혜란은 위와 같은 무종교(인)에 대한 세계 연구 맥락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신종교연구 또한 무종교 연구를 위한 새로운 연구 분야로 수용하여 가속화되는 한국의 탈종교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영역을 개척해야 할 충분한 당위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