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에서 사상 첫 여성 목사가 나와 화제다.
팔레스타인 개신교인이자 루터교 세계연맹 평의회 회원인 샐리 이브라힘 아자르는 현지시간 22일 예루살렘 구시가지 성지에서 첫 여성 사제로 서품 받았다.
아자르 목사는 앞으로 예루살렘 루터교회 영어 회중 예배를 집례한다. 팔레스타인 출신 아자르 사제는 레바논과 독일 괴팅엔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여기서 잠깐 루터교회의 최근 흐름을 살펴보자. 루터교회는 독일 종교개혁 당시 나왔으며 현재 독일 북부와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 뿌리를 내린 개신교 분파다.
그런데 이 분파는 팔레스타인 출신에게 고위직을 맡긴 적이 없지 않았다. 지난 2010년 7월 제11회 루터교세계연맹(LWF) 총회에선 팔레스타인 출신 무닙 유난이 아랍인으로선 처음으로 총회장에 뽑혔다.
유난 회장은 2015년 10월 한국을 방문했었다. 한국 방문 당시 유난 의장은 한반도 분단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면서 "통일은 그 어떤 정치적 쟁점 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를 이루는 가장 효과적이면서 중요한 수단은 대화다. 역사는 평화적 수단을 통해 전쟁을 무마시킨 이들을 기억할 것"이라며 무력을 통한 통일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 "극단주의는 종교가 아니다. 극단주의를 이기는 방법은 이웃의 모습에서 하나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만큼 이웃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행동은 미워하되 예수께서 그랬듯 사랑하고 수용해야 한다. 기독교는 이러한 극단주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극단주의를 경고하는 발언도 했었다.
팔레스타인은 무슬림(이슬람)이 지배하는 지역이고, 유난 의장이 경고했듯 극단주의가 횡행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리스도교 전통을 지키며 평화를 갈망하는 그리스도인이 없지 않다. 루터교세계연맹은 예루살렘과 가자지구 서안, 요르단에 걸쳐 루터교 신자가 3천 여명 있다고 밝혔다.
저간의 상황을 보면 샐리 아자르는 중동에서 소수인 루터교 그리스도인, 또 그중에서도 소수인 여성으로서 사제로 서품 받았으니 그 역사적 무게는 결코 작지 않다. 아자르 사제도 사제 서품 직전 소속 교회은 루터교 세계연맹에 이렇게 말했다.
"사제 서품은 영광이다. 그런데 루터교에서 여성 사제로 서품 받는 건 또 하나의 영광이다. 나는 루터교회 역사와 성평등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되어 행복하다. 흥분되지만, 불확실성 역시 없지 않다. 그러나 이 길이 쉬우리라 여기지 않는다."
루터교회의 파격적 행보는 한국 개신교 교회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무엇보다 한국 교회 주류인 보수 장로교단은 여성 목사 안수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보여 왔다. 그러나 보수적 신학으로 여성 안수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계속해서 억누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소수자인 팔레스타인 출신 아랍인에게 두 차례나 문을 열어 준 루터교 사례는 좋은 귀감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