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독일 양국 에큐메니컬 교회 지도자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독일개신교협의회(EKD)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한반도비상시국 평화기도회'를 갖고 한반도 평화와 전쟁 종식을 기원했다.
먼저 NCCK 최수산나 화해통일위 서기는 "주님, 언제여야 길 잃은 한반도의 방황이 끝나는 것입니까? 언제여야 남북 북남이 서로를 향했던 총칼을 내려놓고 서로를 얼싸안고 평화의 노래를 부르게 되는 것입니까?"라고 호소했다.
이어 울리히 릴레 EKD 디아코니아회 의장은 "서로를 미워하며 비난해왔던 수 십 년간, 마음의 간극은 깊어졌고 한민족 정체성은 희미해졌습니다. 이념이 그어놓은 철조망은 77년째 녹슬어가고 있고 이를 지켜보는 우리의 심정은 타들어갑니다"고 기도를 이어나갔다.
NCCK 화해통일위 위원인 이명숙 목사는 "한반도 화해와 평화는 선택이 아닌, 반드시 성취해야 할 소명임을 고백하게 해주소서. 그래서 분단의 깊은 상처가 아물고 한민족이 손을 맞잡고 기쁨의 노래를 부르는 평화롭고 자주적인 한반도의 길을 찾게 하여 주소서. 꺼져가는 남북 북남 통일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게 하소서"라고 간구했다.
기도회에선 현실 정치를 향한 질타의 목소리도 나왔다. 설교를 맡은 NCCK 화해통일위 송병구 목사(색동교회 담임)는 "우리의 비상시국은 일상적이다. 지난 78년 분단 시대 동안 계속됐다"면서도 "우리는 잊고 지냈다가 문득 비상시국이란 현실에 눈을 뜬다. 모두 윤석열 대통령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송 목사는 "새 정부의 대통령이 무리하게 나서서 북한을 향해 선제공격을 불사하겠다느니, 몇 배씩 보복을 한다느니, 판문점 평화회담 결과로 이룬 남북군사협정을 폐기하겠다고 했다. 또 우리 사회에는 금기어와도 같은 일본과의 군사협력 등을 꺼내 들어 내부 갈등과 분쟁을 스스로 불러 일으켰다"고 비판을 이어 나갔다.
그러면서 "역대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관리하고, 평화롭게 통일을 이루는 걸 의무로 여겼다. 당연히 남북 사이에 적대감을 줄이고 화해와 협력으로 나가야 한다"며 윤 대통령을 향해 "거짓 선동과 말뿐인 공정을 그치고 평화를 위한 정직한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날 평화기도회는 한독교회협의회 10차 협의회 개회 순서로 마련했다. 이홍정 NCCK 총무는 "이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다시금 위기 겪고 있고, 우리는 이 위기가 다시 한 번 한반도에 핵전쟁 가능성을 포함한 모든 전쟁을 일으킬 극한 위기 상황 속에서 한독교회협이 열린다"면서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평화의 왕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고 우리에게 평화를 만드는 사명 주셨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독교회협는 지난 1974년 독일(당시 서독) 뒤셀도르프 1차 회의를 시작으로 50여 년 간 한·독 교회와 사회의 다양한 의제를 다루며 협력해 왔다. 이번 한독교회협의회는 지난 2011년 9차 협의회를 끝으로 대면 회의가 중단됐다 이번에 한국에서 대면 회의로 다시 열리게 됐다.
NCCK는 "각 지역 파트너쉽 연대를 재확인하고 특별히 평화, 인권, 생태 등 지난 11차 WCC 칼스루에 총회 이후 협력해나갈 과제를 나누며 향후 양국교회 협력과 연대를 도모하는 유의미한 자리가 될 것"이라며 참여를 호소했다.
이번 한독교회협의회는 오는 20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