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켄터키주 윌모어에 있는 애즈베리대학교(Asbury University)에서 지난 8일(이하 현지 시간) 수요 예배 당시 시작된 강력한 기도, 회개, 찬양 운동이 보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신학자, 목회자, 그리스도인들도 관심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현상을 가리켜 "새로운 영적 대부흥 운동의 전조가 아니냐"는 등의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종교적인 부흥 운동과 신앙 열기가 자칫 감성주의에 치우쳐 개인 내면의 은밀한 영적 각성에 그친다면 실질적으로 사회나 교회를 변혁시키는 온전한 종교 부흥 운동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이번 애즈베리대학교 발 영적 각성 운동에 지나친 의미 부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새물결아카데미 김요한 대표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907년 한반도 전역을 휩쓴 평양 대부흥 운동이 "개인의 내면과 일상에는 큰 영향을 미쳤을지 몰라도 사회를 변화시키거나 특별히 일제가 대한민국을 강제로 합병하는 시점에서 국권을 지키기 위해 교회가 역사 앞에서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전혀 못했다는 점에서 결국 반쪽 짜리 종교 부흥 운동에 머물렀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깊고 강력한 기도와 찬양, 따뜻한 위로와 치유, 신비한 환상과 음성 체험을 동반한 성령 운동이 신자 개인, 교회 공동체에 미치는 유익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동시에,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강력한 성령의 임재와 은사를 체험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신학적인 사유가 깊어지거나, 현대 과학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거나, 사회 정의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증가하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신학, 과학, 사회과학, 정치적 변혁 등에 대한 전문 지식과 헌신적 태도는, 또 다른 훈련의 영역이다"라며 "그리고 그 훈련의 영역 역시 동일한 성령 하나님이 일하시는 영역이다. 따라서 양쪽을 모두 아우르는 훈련과 수련을 받지 않는다면, 어느 한쪽을 강력하게 주도하고 지배하는 성령의 역사만으로는 결국 반쪽 짜리 진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사회적인 책임이 뒤따르는 교회 부흥 운동이야말로 온전한 영적 대각성 운동이란 사실도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이야말로 교회가 진정으로 성령 충만한, 곧 부흥이 일어나고 있는 증거라고 본다"며 "반대로, 이런 삶의 변화와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예배당에 모여 뜨거운 기도와 찬양 등이 동반된 부흥 운동은 결국은 반쪽 짜리 종교 체험 현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혹독한 사회적 비판 앞에 서 있는 한국교회 신앙 현실에서 이러한 부흥 운동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초월적 탈출'을 통해 현 상황을 타파하고자 하는 동기부여를 제공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그러나 현재 한국 개신교회가 처한 상황은 훨씬 더 어렵고 치명적이다. 현재 한국 개신교의 고질적 문제들은 단순히 뜨거운 기도와 찬양, 설교 부흥이 일어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다"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교회가 문제점을 근본에서부터 고치려면 △교회가 반지성주의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교회가 중산층 이상의 계급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집단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혐오 문화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근원지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