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삼일절 기념주일 설교] 하나님의 진노

한문덕 목사(생명사랑교회 담임)

hanmoonduck
(Photo : ⓒ생명사랑교회 홈페이지(https://www.agapao-zoe.com))
▲생명사람교회 한문덕 담임목사

성경본문

열왕기상 11장 1-12절

설교문

[Chat GPT 열풍]

지난 7년의 생명사랑교회 목회를 하면서 마음이 답답하고, 큰 벽을 만난 느낌이 든 적이 두 번 있습니다. 한 번은 육성한 목사님이 교육전도사 시절, 목사수련생 과정을 앞에 두고, 당시 우리 교회가 풀타임 사역자를 쓸 수 없었을 때였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페이스북에 제 심정을 남겨 놓았습니다. 다소 길지만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18년 7월 20일의 글입니다.

"2,000만원만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교단에서 목사가 되려면 반드시 전임전도사로서 2년 이상 목사수련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는 향린교회에서 이 과정을 거쳤고, 그 때 목사수련생인 나를 지도하시는 목사님은 당회장이신 조헌정 목사님, 총회와 노회에서 각각 한 분씩 하태영 목사님과 조익표 목사님이셨다.

향린교회에서 목회하면서 조헌정 목사님께서 보여 주신 목회는 내 목회의 가장 큰 자양분이자 소중한 자산이 되었고, 두 선배 목사님의 조언 또한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 내가 내 나름의 목회를 할 수 있고, 부목사 기간을 합쳐 10년 동안 목회해 온 역량은 좋은 교회에서 훌륭한 선배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사수련생을 둘 수 있는 기장교회는 그리 많지 않다. 교회의 재정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파트타임으로 사역하는 목사후보생조차 두기 어려운 이 때에 전임교역자를 두는 것은 꿈꾸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목사수련생들에게 열정 페이를 요구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풀 타임으로 사역하는 동역자와 함께 목회를 꿈꾸어 보지만, 상가 지하를 빌려 매월 200만원 가까운 월세를 내야 하는 작은 교회에서는 어림없는 이야기이다. 내 나름 노력하여 이곳저곳 강의도 뛰어 보지만, 목회는 작은 교회나 큰 교회나 종합 예술이기 때문에 늘 시간에 쫓기고 벅찬 삶이 되고야 만다.

향린교회에서 여성목회자 양성을 위해 한 분의 장로님이 목사수련생 기간의 생활비를 감당해 주신 적이 있었다. 참으로 훌륭한 일이었다. 잘 사는 나라가 된 한국에는 돈도 넘쳐나는데, 좋은 목회자를 양성하는 일에 쓸 돈을 찾기는 참으로 쉽지가 않다!

그래서 목회는 언제나 제 자리!

교역자의 잦은 이동, 덜 여문 채 업무에 시달리며, 열악한 환경에서 계속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몇몇 교회와 목사들의 비위행위, 그리고 언론에서 터져 나오는 교회에 대한 온갖 부정적 이미지들 속에서 대다수의 애쓰고 수고하는 작고 건강한 교회들은 오늘도 구슬땀을 흘려 보지만, 더 성숙하고 한 단계 깊이 들어가야 하는 목회는 자꾸 멀어져간다.

문득 드는 생각! 당첨될까 두려워 한 번도 사지 않은 로또라도 한 번 사볼까? 어림없는 소리지! 도올 선생은 언젠가 말씀하시길, 학자는 가난하고 구걸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데도 당당한 사람이라 하셨는데, 내 자신 貧而樂 하는 것은 문제없으나, 어떻게 함께 더 좋은 목회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지는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

저의 이런 심정에 공감해주신 장로님 한 분께서 적극적으로 나서 주셨고, 11분의 도움을 받아 우리 생명사랑교회가 우리 교단의 목회자를 키워내는 교회의 첫 발걸음을 떼게 되었습니다.

또 한 번은 2019년이었습니다. 저의 담임 목회는 4년째 접어들었고, 우리 교회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지만, 너무나 빠른 세상의 변화와 한국 개신교의 추락은 작은 교회들의 미래 전망을 매우 어둡게 만들었습니다. 년 초에 한 가정이 우리 교회를 방문했고, 그 분들과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는데, 우리 교회 주변에 교회가 100개가 넘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제가 사실인가 하여 당시 우리 교회가 있었던 두산 아파트 상가건물을 중심으로 큰 원을 그리고 한번 세어 봤더니 정말 수도 없이 많은 교회가 보였습니다.

목사들이 모이면 목회 생태계를 두고 정글이라는 말들을 하는데, 정말 그래 보였습니다. 세상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접어드는데, 한국교회의 형편은 구석기 시대를 못 벗어난 듯한 느낌이었고, 지금 이대로는 생명사랑교회도, 어쩌면 내 자신이 견디기 힘들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회의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시도를 한 것이 바로 홈페이지 구축과 예배 및 교육 영상의 송출 준비였습니다. 다행히 당시 육성한 전도사가 전임 사역자로 일할 수 있었고, 강미희 전도사도 새로 부임했고, 고동욱 집사님, 조민지 교우 등 능력을 가진 교우들이 계셔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 활용하는 목회로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온라인 목회의 장을 열었는데 코로나가 터졌고, 우리는 그 위기를 넘어서 지금의 우리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저는 또 다시 우리에게 몰려오는 큰 파도를 보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작년 12월 1일 오픈 에이아이(Open AI)가 공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 '챗 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생성적 사전학습 변환기)'가 지금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챗 GPT는 문장을 통해 질문에 답을 해 주는 대화형 인공지능입니다. 출시 두 달 만에 전세계 1억명이 가입을 해서 사용하고 있고, 현재 3,500억개의 자료를 소화하는데, 올 연말까지 1조개가 넘는 자료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보의 정확성과 탁월함에 대하여 어느 정도까지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지금 현 상태로도 엄청난 역량을 보여 줍니다.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시기(singularity)를 2045년으로 예상했는데 지금 기조대로 간다면 훨씬 앞당겨질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고, chat GPT는 이미 평범한 시민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판단과 답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말뭉치를 이용해서 작동되는 인공지능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앞으로 모든 사람들의 행동 패턴과 존재하는 모든 것을 텍스트화해서 처리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 이상일 것입니다.

인터넷 검색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교육계에도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입니다. 기존의 산업혁명들이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삶을 위협했다면, 이제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들도 설 자리가 줄어듭니다. 높은 교육 수준을 요구했던 작가·기자·번역가·교사·변호사까지도 상당수의 인력이 감축될 것이라 보입니다. 의료 분야에선 이미 챗 GPT의 능력이 계량적으로 검증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의료기관인 앤서블 헬스의 연구진이 챗GPT에게 미국 의사면허시험을 치르게 했더니 모든 단계에서 약 60%의 정답률을 보이며 통과했습니다. 일반 의대생이 오픈북 시험으로 봐도 몇 시간이 걸릴 문제를 단 5초 만에 풀었습니다. 컴퓨터 코딩을 하고 오류를 잡아내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는데, 그동안 10명의 프로그래머가 필요했다면 이젠 AI의 작업만을 검토할 2명이면 충분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형상으로 우리를 만드셔서,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과 자유의지를 부여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인간은 자신의 형상으로 인공지능을 만들었는데, 이제 인공지능이 개별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어가는 형국에 다다른 것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다룰 줄 아는 기업과 사람들이 지금 시대에 앞서 나가듯이 앞으로 인공지능을 개인비서로 두고 적절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간극은 엄청나게 커질 것이 분명합니다. 이 상황에서 과연 우리 생명사랑교회는 또 어떻게 목회를 해야 할지 너무나도 큰 과제가 갑자기 들이닥친 것입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요구되는 선교 과제들을 적절하게 해낼 수 있는 공동체가 생존에 유리한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런데 새롭게 변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변화의 방향이 옳은가 그른가를 판단할 줄 알아야 하고, 새로운 변화를 몸과 마음에 익숙하게 되는 훈련을 감내해야 합니다. GPT에게 인공지능이 가져올 대학의 혁신에 어떤 것이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될 것 같은가를 물었는데, 놀랍게도 GPT는 '변화에 대한 저항(the resistance to change)'이라고 답했습니다.

[소통의 중요성과 준비]

예나 지금이나 소통하고 변화하는 공동체는 살아남지만, 불통하고 고집을 부리는 공동체는 자멸하였습니다. 지금 세상의 변화가 너무나도 빠르고 복잡하여, 두려움을 자아내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어떻게 변화된 세상 속에서도 작동할 수 있을지, 이 세상 안에서 어떻게 하나님 나라의 현실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단순 암기식 성경 공부나 교리의 수호를 위한 맹목적 믿음은 오늘날처럼 복잡한 시대에서는 실제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작동되는 것처럼 느껴지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반드시 부작용을 낳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존재하는 것이 본래 부여받은 그 생명과 존엄성을 충분히 누리도록 창조하셨지만, 많은 이들이 신앙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사람들을 정죄하고, 억압하고, 착취합니다.

하나님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세상 사람들도 고통과 상처 속에서 헤매지만, 놀랍게 교회에 다니고 신앙을 가진 사람들도 교회 가서 상처받고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저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많은 그리스도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차라리 교회를 나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하나님의 교회이지만 인간의 권력이 작동하고, 욕망이 부딪히고, 어리석은 행동들이 이어지면서 세상과 다르면서도 아주 비슷한 고통과 상처를 받습니다.

여기에 AI까지 나타나서 우리들의 경제와 삶을 위협한다면 앞으로 우리는 더더욱 정신을 차리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몰려온다고 한참 들썩일 때, 제가 여러분에게 말씀드렸듯이, 앞으로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우선 식량과 에너지 문제입니다. 둘째는 각자 자기 분야에서 고차원적 전문성을 획득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대량의 데이터에 기반한 것들은 질적으로 다른 차원에 이르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도 머지않아 극복될 것입니다. 잘 난 비서를 두려면 최소한 그 비서가 따를만한 그 무엇을 주인이 가지고 있어야 하듯이, 인공지능을 비서로 두려면 그를 부릴만한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챗 GPT도 잘 이용하려면 명령어 즉 정교한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질문이 좋을수록 일의 효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세상에서 여전히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낯설고 다르게 보기"입니다. 예술적 창의성이 계속 중요할 것입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참으로 "사람답다는 것이 무엇인가", "진정한 인간미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리스도교가 위대한 것은 인간 안에서 하나님의 형상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거기로부터 모든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는 가치를 세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생명"과 "삶"이라는 것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에 대한 교리보다도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생명과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이 앞으로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잘못된 소통의 위험: 세속적 동화(同化)]

세상과의 소통이 중요하지만, 우리가 경계하고 매우 조심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세상과의 소통이 세속에 매몰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는 하나님에 대한 신앙과 오래된 종교의 지혜 전통에 단단히 뿌리를 박아야 합니다. 이것 없이 세상과 소통하려는 시도는 잘못된 이데올로기나 세속적 가치관에 잡아먹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 솔로몬에 대한 성서의 평가가 바로 이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열왕기상 11장 1절은 솔로몬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솔로몬 왕은 외국 여자들을 좋아하였다. 이집트의 바로의 딸 말고도, 모압 사람과 암몬 사람과 에돔 사람과 시돈 사람과 헷 사람에게서, 많은 외국 여자를 후궁으로 맞아들였다."

이 부분을 읽고 솔로몬이 색욕이 강한 왕이었구나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성경을 잘못 읽은 것입니다. 솔로몬이 외국 여자를 좋아하고 이집트와 모압, 암몬, 에돔, 시돈, 헷 사람에게서 많은 외국 여자를 후궁으로 맞아들였다는 것은 복잡한 국제 외교 관계 속에서 솔로몬이 얼마나 역량 있는 왕이었는지를 드러냅니다. 솔로몬은 이스라엘 정도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받던 지배자라는 사실을 알려 주는 것입니다. 열왕기상 10장에 보면 스바 여왕이 솔로몬을 방문해서 여러 가지 어려운 질문을 하고, 시험해보고 나서 이렇게 말합니다. "임금님께서는 내가 들은 소문보다, 지혜와 복이 훨씬 더 많습니다. 임금님의 백성들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임금님 앞에 서서, 늘 임금님의 지혜를 배우는 임금님의 신하들 또한 참으로 행복하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치하하고 나서, 금 일백이십 달란트와 아주 많은 향료와 보석을 선물로 줍니다.

이런 이야기가 성경에 적혀 있을 정도니까 솔로몬 시대 이스라엘의 위상이 어떠했는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고, 그것이 크게 문제될 일도 아니었습니다. 오늘날도 여러분 모두 우리나라가 잘 되어서, 안보도 튼튼하고 부유한 국가가 된다면 다 좋다고 생각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솔로몬이 시돈 사람의 여신 아스다롯과 암몬 사람의 우상 밀곰을 따라가서, 주님 앞에서 악행을 하였다."(왕상 11:5-6a)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솔로몬은 예루살렘 동쪽 산에 모압의 혐오스러운 우상 그모스를 섬기는 산당을 짓고, 암몬 자손의 혐오스러운 우상 몰렉을 섬기는 산당도 지었는데, 그는 그의 외국인 아내들이 하자는 대로, 그들의 신들에게 향을 피우며, 제사를 지냅니다.(7-8절) 이 때문에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진노하시고, 두 번이나 솔로몬에게 나타나셔서 다른 신들을 따라가지 말라고 당부까지 하셨는데, 솔로몬은 주님의 말씀을 귀담아듣지 않습니다(9-10절).

솔로몬의 역량으로 이스라엘의 위상이 높아졌다면 좋은 일이고, 그래서 활발한 무역과 교역으로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즐거운 일일 텐데, 성경은 왜 이렇게 과민반응을 하는 것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솔로몬이 국제무대에서 권력을 갖게 되자 소수의 권력자들만 배부르게 되는 사회적 양극화가 극심해졌기 때문입니다. 열왕기상 10장 14절에 보면 해마다 솔로몬이 백성들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의 양이 금으로 육백육십육 달란트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 아시겠지만 1달란트는 노동자 17년 품삯입니다. 솔로몬은 혼자서 노동자가 1만 천 3백 22년 일해서 벌어들일 돈을 매년 가져갔다는 것입니다. 왜 요한계시록에서 666이 짐승의 숫자인지 우리는 이 구절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소수의 사람의 년봉이 노동자 한명이 만천년을 일하는 돈과 같다면 그 사회가 바로 짐승의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성경은 솔로몬이 얼마나 호화로운 생활을 했는지 묘사해 나갑니다. 그리고 그 묘사는 전부 율법에서 금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솔로몬이 왜 부자가 될 수 있었는지 알고 있습니다. 열왕기상 3장에 보면 솔로몬이 하나님께 지혜를 간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서 지혜로운 마음이라고 번역된 원어는 바로 "듣는 마음"입니다. 귀를 열고 백성들의 말을 듣는 마음이고, 귀를 열어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마음입니다. 유대 사람들이 이 구절을 영어로 번역했는데 거기에서는 understanding mind, 즉 "이해하는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왕은 백성들의 소리를 듣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때,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그것에 순종할 때만이 지혜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솔로몬을 마음에 들어 하셨고, 이렇게 복을 내려 주십니다. "네가 스스로를 생각하여 오래 사는 것이나, 부유한 것이나 원수 갚는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다만 재판하는 데에, 듣고서 무엇이 옳은지 분별하는 능력을 요구하였으므로, 이제 나는 네 말대로, 네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준다. 너와 같은 사람은 너보다 앞에도 없었고, 네 뒤에도 없을 것이다. 나는 또한, 네가 달라고 하지 아니한 부귀와 영화도 모두 너에게 주겠다. 네 일생 동안, 왕 가운데서 너와 견줄 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네 아버지 다윗이 한 것과 같이, 네가 나의 길을 걸으며, 내 법도와 명령을 지키면, 네가 오래 살도록 해 주겠다."(왕상 3:11-14)

그런데 솔로몬이 부유해지고, 권력의 정점에 서자 이제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습니다. 백성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솔로몬이 죽고 나서 그의 아들 르호보암을 찾아 왔던 백성들의 하소연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임금님의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무거운 멍에를 메우셨습니다. 이제 임금님께서는, 임금님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지워 주신 중노동과 그가 우리에게 메워 주신 이 무거운 멍에를 가볍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우리가 임금님을 섬기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솔로몬의 부유함은 바로 백성의 고통 속에서 가능했던 것이고, 솔로몬은 더이상 귀를 열지 않고 닫아 버렸습니다. 그 교만함이 하나님이 두 번씩이나 찾아오셔서 말씀하셨는데도 듣지 않는 상태까지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 생명사랑교회는 변화된 세상과 소통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소통하는 목적이 우리가 부유해지고자, 우리가 잘 되려고 하기보다는 변화된 세상 속에서 고통당하는 이들의 울부짖음과 아픔에 공감하고 책임지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귀를 열어야 하고, 그들에게 살 길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솔로몬이 자기에게 주어진 그 엄청난 부와 장수와 영화를 백성들과 나누었더라면 나라가 갈라지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한국의 교회가 배부르게 되어서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세상과 하나가 되고, 권력에 기웃거렸기 때문에 오늘 하나님께서 진노하십니다. 그 하나님의 진노 앞에 우리는 머리를 조아리고 경청해야 합니다. 솔로몬처럼 귀를 닫는다면 하나님의 진노를 피할 수 없습니다.

변하는 시대와 소통하면서도 언제나 하나님의 말씀과 민중들의 탄식에 귀를 기울이는 마음, 억울한 재판이 일어나지 않도록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정확하게 알아듣는 마음을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저와 여러분이 그렇게 할 때만이 다시 우리는 새 시대에도 희망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함께 기도하겠습니다.

* 설교 후 기도

생명의 하나님! 우리가 변하는 세상에 알맞은 복음을 전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의 몸과 마음을 훈련하여 복음의 진정성이 우리 삶에서 드러나게 하여 주소서. 세상과 소통하다가 돈이나 권력에 취하여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게 하여 주소서. 우리의 욕망을 절제하게 하시고, 하나님의 말씀과 뜻을 소홀히 하는 일이 없게 하여 주소서. 지혜는 귀를 열어 말씀을 듣는 마음에서 생긴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참된 분별은 고통당하는 자들의 아픔에 귀를 기울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순절을 보내면서 주님이 지고자 하셨던 그 십자가를 우리도 지게 하여 주소서. 늘 우리 곁에서 스승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감사기도, 하나님께 감사하는 기쁨의 소식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거룩하신 하나님! 우리들 영혼의 중심에 좌정하여 주소서. 도망치고 싶을 때, 우리를 붙들어 주시고, 외면하고 싶을 때 돌이킬 수 있도록 힘을 주소서. 숨고 싶을 때에도 찾아와 주셔서 위로해 주소서. 울부짖을 때, 주님의 강한 팔로 우리를 안아 주소서. 주님 앞에 우리의 정성을 드립니다. 애써 노력하고 귀하게 얻은 것들! 주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드립니다. 우리의 예물을 받으시고, 이 예물이 당신의 뜻과 섭리 가운데 쓰이게 하소서. 물질 때문에 고난 당하지 않게 하시고, 물질로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소서. 물질로 생명을 살리게 하시고 친구를 사귀는 지혜를 얻게 하소서. 모든 것이 당신께로부터 온 것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 파송사

사랑하는 생명사랑교우 여러분! 전국의 성도 여러분! 어깨를 쭉 펴고 똑바로 서십시오. 세상으로 당당하게 그리고 힘차게 걸어 나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귀를 여십시오.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십시오. 억울한 자들의 하소연을 들으십시오. 그리하여 지혜로운 마음을 얻으십시오.

* 축도

2023년 새해에는

여러분 손에 언제나 할 일이 있기를,

​여러분 지갑에 언제나 한, 두 장의 5만원권 지폐가 남아 있기를

​여러분 발 앞에 언제나 곧은 길이 나타나기를,

​바람은 언제나 여러분의 등 뒤에서 불고

여러분의 얼굴에는 밝은 태양이 비치기를

​가끔 여러분의 길에 궂은 비가 내리더라도 곧 무지개가 뜨기를,

불행에 대해선 가난하고,

​축복에 대해선 부자가 되기를,

​적(敵)을 만드는 것에는 느리고 친구를 만드는 데에는 빠르기를,

​이웃들은 여러분을 존경하고,

​불행은 여러분을 아는 체도 안 하기를

​역사가 여러분의 삶을 증언해 주고,

하늘과 땅이 여러분의 진실함을 알아주기를

​앞으로 겪을 가장 슬픈 날이,

​지금까지 겪은 가장 행복한 날보다 더 나은 날이기를

​그리고 하나님께서 늘 당신 곁에 함께 계시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 성 삼위일체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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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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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