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가 최근 기독교대한감리회 연회 감독들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임한다'는 내용의 봉인된 편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성애 및 차별금지법을 둘러싸고 NCCK 탈퇴 여론이 위험 수위에 이른 회원교단을 진정시키기 위해 2년 8개월이나 남은 총무직을 사임하는 용단을 내린 것.
이 총무의 이번 결단이 NCCK 주요 회원교단인 감리회 측의 NCCK 탈퇴라는 파국을 면하게 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올해 1월 신년 기자간담회까지만 해도 이 총무는 이 문제를 충분한 대화를 통해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자신감을 보였었다.
또 이 총무는 지난 1월 열린 NCCK 실행위원회에서는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NCCK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는 감리회 측의 요구에 대화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 회원 교단의 탈퇴여론을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 해결의 길은 보이지 않고 여론이 더욱 악화되자 심적 부담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이 총무는 연회 감독들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사임 의사를 밝히며 자신이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문제에 대한 우려에 공감하며 보다 발전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기 위한 공론화의 과정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감리회 측의 NCCK 탈퇴 여론이 이미 대화와 토론으로 잠재울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음을 반증해 주는 것이었다.
감리회 측은 최근까지 특정 아젠다를 중심으로 진보적 성향의 NCCK 정체성을 문제 삼으며 탈퇴여론을 주도해 왔다. 특히 NCCK의 산하단체들 중 진보 성향이 강한 단체 명의로 동성애 및 차별금지법 찬성 입장이 발표된 데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며 총무를 압박했다. 일부 산하단체의 입장이 교단 협의체인 NCCK의 공식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회원교단의 압력으로 인해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그 언로를 유지해 온 교회협의 전통이 그 뿌리에서부터 위협받기에 이른 것이다.
교회협의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이홍정 총무로서는 100주년을 앞둔 교회협의 재정난을 타개하고 주요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사의 표명 이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총무의 결단이 교회협이 갖고 있는 문제를 일시에 풀어낼 수 있는 해법이라고도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일부 회원교단의 탈퇴여론을 잠시 잠재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진보 진영의 교회협의체가 보수화 된 회원교단의 눈치를 보면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 굳어진다면 교회협의 미래가 암담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른 바, 식물 협의체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무의 사의 표명으로 교회협의 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 기로에 선 교회협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