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데스크시선] 중대 기로에 선 NCCK, 어디로 가는 것인가?

회원교단 탈퇴여론 압박에 이홍정 총무 사의 표명

lee
(Photo : Ⓒ 사진 = 이활 기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가 최근 기독교대한감리회 연회 감독들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임한다'는 내용의 봉인된 편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성애 및 차별금지법을 둘러싸고 NCCK 탈퇴 여론이 위험 수위에 이른 회원교단을 진정시키기 위해 2년 8개월이나 남은 총무직을 사임하는 용단을 내린 것.

이 총무의 이번 결단이 NCCK 주요 회원교단인 감리회 측의 NCCK 탈퇴라는 파국을 면하게 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올해 1월 신년 기자간담회까지만 해도 이 총무는 이 문제를 충분한 대화를 통해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자신감을 보였었다.

또 이 총무는 지난 1월 열린 NCCK 실행위원회에서는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NCCK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는 감리회 측의 요구에 대화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 회원 교단의 탈퇴여론을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 해결의 길은 보이지 않고 여론이 더욱 악화되자 심적 부담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이 총무는 연회 감독들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사임 의사를 밝히며 자신이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문제에 대한 우려에 공감하며 보다 발전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기 위한 공론화의 과정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감리회 측의 NCCK 탈퇴 여론이 이미 대화와 토론으로 잠재울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음을 반증해 주는 것이었다.

감리회 측은 최근까지 특정 아젠다를 중심으로 진보적 성향의 NCCK 정체성을 문제 삼으며 탈퇴여론을 주도해 왔다. 특히 NCCK의 산하단체들 중 진보 성향이 강한 단체 명의로 동성애 및 차별금지법 찬성 입장이 발표된 데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며 총무를 압박했다. 일부 산하단체의 입장이 교단 협의체인 NCCK의 공식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회원교단의 압력으로 인해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그 언로를 유지해 온 교회협의 전통이 그 뿌리에서부터 위협받기에 이른 것이다.

교회협의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이홍정 총무로서는 100주년을 앞둔 교회협의 재정난을 타개하고 주요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사의 표명 이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총무의 결단이 교회협이 갖고 있는 문제를 일시에 풀어낼 수 있는 해법이라고도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일부 회원교단의 탈퇴여론을 잠시 잠재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진보 진영의 교회협의체가 보수화 된 회원교단의 눈치를 보면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 굳어진다면 교회협의 미래가 암담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른 바, 식물 협의체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무의 사의 표명으로 교회협의 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 기로에 선 교회협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김진한 jhkim@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16세기 칼뱅은 충분히 진화론적 사유를 하고 있었다"

이오갑 강서대 명예교수(조직신학)가 「신학논단」 제117집(2024 가을호)에 '칼뱅의 창조론과 진화론'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 의미 밝혀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을 중심으로 집단리더가 구조화된 집단상담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를 통해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학철 교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 부정하는 이유는..."

연새대 김학철 교수(신학과)가 상당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을 부정하고 소위 '창조과학'을 따르는 이유로 "(진화론이)자기 신앙의 이념 혹은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모호성을 극복하는 원효의 체상용의 삼위일체론

아우구스티누스 사상과 원효의 체상용의 불교철학 사상을 비교 연구한 글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손호현 교수(연세대 신과대학)는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