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에큐메니칼 운동의 위기는 정체성의 위기"

최형묵 목사, '위기의 에큐메니칼 운동' 긴급 토론회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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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NCCK)
▲'위기의 에큐메니칼 운동: 대안을 위한 긴급 토론회'가 30일 오후 3시 서울 연지동 소재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렸다.

'위기의 에큐메니칼 운동: 대안을 위한 긴급 토론회'가 30일 오후 3시 서울 연지동 소재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NCCK 총무 사임 표명으로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운동이 위기를 맞았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자리였기에 에큐메니칼 운동 관계자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최형묵 목사(전 NCCK 정의평화위원장, 천안살림교회 담임)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위기가 "NCCK 총무 사임표명으로 촉발된 것은 아니"라며 "그것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위기의 한 징후일 뿐"이라고 진단해 눈길을 끌었다.

최 목사는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운동의 구심으로서 NCCK의 역할과 관련해 그 위기는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며 "그것은 곧 정체성의 위기와 사회적 영향력의 위축이다"라고 말했다.

먼저 정체성의 위기와 관련해 그는 먼저 NCCK 헌장의 전문을 인용하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근거로 하는 현대 에큐메니칼 운동의 정신을 되새겼다. NCCK 헌장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널리 전파되어 이 땅에 사랑과 정의에 기초한 평화 곧 그리스도의 평화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을 선교 사명으로 삼는다. 우리는 이 일을 위해, 대립과 차별을 해소하며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에 힘쓰고 인권을 증진하여 이웃사랑을 실천하되 우선적으로 가난한 자와 억눌린 자 소외당하는 자와 차별받는 자의 입장에 서는 예언자적 전통을 계승한다. 우리는 창조주 하나님께서 지으신 자연세계를 보전하고 모든 생명이 위협받지 않고 번성하도록 하기 위해 일한다"라고 적시돼 있다.

최 목사는 그러면서 "현재 에큐메니칼 운동이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은 그 정신을 온전히 구현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뜻한다"며 "보수 헤게모니가 강화되는 동안 한국교회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구현하는 공교회로서보다는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이익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보수교회의 노골적인 양상과는 다르게 보일지 모르나 NCCK 역시 내부 역학에서 힘의 우위에 의한 파당정치의 영향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으며 이에 따라 한국교회에서 공교회 전통을 대변해온 NCCK는 매우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지경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에큐메니칼 운동의 정체성 위기가 곧 사회적 영향력 위축으로 이어졌다고도 했다. 최 목사는 "교회가 사회적으로 갖는 공신력과 영향력은 내적으로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한 신실성을 근거로 하지만 외적으로는 사회에서 인정되는 도덕적 권위와 소통의 능력에 근거한다. 교회는 사회적으로 공유된 보편적 가치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이를 구현하고자 할 때 자연스럽게 도덕적 권위를 부여 받는다"라고 했다.

최 목사는 그러나 "한기총에서 한교총으로 이어지며 보수교회의 헤게모니가 강화되는 동안 NCCK는 그와 상대적으로 구별되는 교회의 위상을 확보하기보다는 오히려 발목 잡힌 형국에 처했다"며 "결국 지난 역사에서 축적되어 왔던 신뢰와 권위마저도 손상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1970-80년대 NCCK가 지녔던 신뢰와 권위는 양적인 규모가 아니라 예언자적 통찰력에 힘 입었던 결과라고 분석한 최 목사는 이어 "오늘날 변화된 조건에서 과거의 영광을 단순히 재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 것"이라며 "문제는 얼마만큼 우리 역사 가운데서 성취하였던 그 전통을 되살리기에 얼마나 헌신했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물론 단지 개인적 회심과 헌신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에큐메니칼 운동 내부에 그 정신이 발현되도록 조건을 구조화하는 노력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최 목사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위기 극복을 위해 신앙과 직제, 삶과 봉사란 두 축을 건강하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앙과 직제의 전통은 획일적인 교리나 직제의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전통에 대한 이해와 포용을 추구한다"며 "현재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대립이 NCCK 내부에서마저 서로 배우고 소통하는 대화의 장이 결핍된 데서 비롯되는 측면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서로 배우고 소통하는 기회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에큐메니칼 운동의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구심적 역할을 해야하는 NCCK 지도력에 대해서는 "에큐메니칼 정신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행할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물론 그 정신의 구현을 위한 소통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최 목사는 덧붙였다.

최 목사는 끝으로 "매우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현재의 총무의 사임의사 표명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에큐메니칼 정신에 충실하면서도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우선하여 구성원은 각기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득실을 따지는 대처방안으로는 현재 에큐메니칼 운동의 위기를 해쳐 나갈 수 없다"며 발표를 마쳤다.

최 목사이 이어 정금교 목사(대구 누가교회)는 에큐메니칼 운동 위기 극복을 위해 '풀뿌리 에큐메니즘'의 활성화를 들었고 하성웅 총무(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밑으로부터의 개혁'을 들었다. 정 목사는 "풀뿌리 에큐메니칼 운동이 지속되기 위해서 우선 지역 에큐운동가들의 경제적 어려움에 관한 관심과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하 총무는 "NCCK가 기독청년들로 하여금 직접적으로 의제를 발굴하게 해 이 의제가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를 지원해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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