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기독교 세계관, 이념적 요소에 치중하면 위험하다"

손봉호 총신대 명예교수, 기독교철학회 봄 학술대회 기조강연 발제

sonbongho
(Photo : ⓒ베리타스 DB)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교회 내 뿌리가 약한 기독교 세계관이 이념의 덫에 빠질 것을 우려한 기독교 철학자의 목소리가 나왔다. 손봉호 총신대 명예교수는 지난 13일 '기독교 세계관과 기독교 철학'이란 주제로 열린 한국기독교철학회 봄 학술대회 기조 강연자로 나서 당위성을 강조하는 세계관의 성격상 "이념적으로 치우치는 요소가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신앙 앞에 이념을 두는 행위를 우상숭배라고 질타한 바 있는 손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는 기독교 세걔관이 이념에 편향되어 실패한 사례를 살피면서 기독교 세계관의 이념화를 경계했다. 다시말해 이념이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영역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가치관에 해당하는데 기독교 세계관에 이러한 이념적 요소가 들어가 한쪽으로 치우쳐질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손봉호 교수는 "다른 어떤 종교도 기독교처럼 당위로서의 세계관을 주장하는 종교는 없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독교는 '계시의 종교'이기 때문이다. 다른 종교는 '자연종교'이다. 자연에 주어졌고 인간의 본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발견됐다"며 "그러나 기독교는 하나님이 계시하셨기에 우리가 따라야 한다. 그래서 기독교적 세계관은 당위적인 요소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독교적 세계관은 우리가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속 철학의 영역도 하나님의 주권 안에 있다는 폭넓은 안목으로 '절대주권' 사상을 내세운 칼빈의 신학을 계승한 네덜란드의 칼빈주의 신학자 아브라함 카이퍼의 정치 세력화 움직임도 짚어봤다. 손 교수는 카이퍼가 네덜란드에서 결성한 조직인 '반혁명당'에 대해 "이것은 그 당시 프랑스혁명의 인본주의적 성격에 대해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카이퍼는 이런 세속의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 이것은 동기가 그의 정치욕 때문이 아니라 그 당시의 사상과 문화에 대한 정치철학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이퍼는 유럽에 처음으로 사립대를 만들고 노동조합을 개혁하는 등 삶 속에서 그의 세계관을 현실에 이루려고 노력했다. 이것은 좋은 부분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세계관에 이념적 요소가 너무 깊이 들어왔다'고 비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네덜란드에서 카이퍼의 반혁명당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기독교 세계관이 현실에서 구현한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며 "우리나라처럼 세계관 전통이 약한 나라에서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은 큰 모험"이라고도 우려했다.

손 교수는 "기독교 세계관이 이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며 "인류에서 가장 큰 해악을 끼친 것은 '이념'이다. 마르크스, 레닌, 스탈린, 모택동, 김일성 등 또한 히틀러의 국가사회주의도 마친가지다. 이념이 종교와 연결되면 극도로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날 강연에서 손 교수는 기독교 철학의 궁극적 목적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그는 "기독교 철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이다. 지식을 발견하는 것은 철학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해 온 것은 '필로소피아'(지혜의 사랑)가 아니라 '필로그노시스'(지식의 사랑)였다"며 "성경이 말한 바 지혜를 발견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기독교 철학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기독교 철학이 이미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계속 비판돼야 한다. 기독교 철학은 성경과 동시에 현실에서 반성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하나님의 사랑의 실천의 명령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왜냐면 세상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학이 발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독교 철학의 연구 과제에 대해서는 "성경과 신학뿐 아니라 세상의 세계관, 더 나아가 '한국의 세계관'에 대해서도 더 연구해야 한다"며 "또한, '창조-타락-구속'의 3중 구조가 중요하지만, '성령의 역사'와 '마지막 심판' 같은 주제도 함께 다뤄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념과 세계관이 관계설정을 잘할 필요가 있다. 즉 세계관이 이념의 덫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며 "기독교 철학이 더 나아가 사람들을 더 살피고 사람들을 유익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지수 admin@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이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 "데리다의 환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12일 오후 안암로 소재 기윤실 2층에서 '이주노동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좋은사회포럼'을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7] 중세교회 대중들의 신앙생활

중세의 신학은 기본적으로 스콜라주의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스콜라주의 문헌들은 라틴어로 쓰여졌는데, 이것을 읽거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6] 중세 신학의 대략적 지도: 서방의 '스콜라 신학'과 동방의 '비잔틴 신학'

'중세 신학'이라는 용어는 통상 이 시기의 서방 신학을 가리킨다. 지리적으로는 유럽 지역이다. 초대교회 신학은 북아프리카와 소아시아에서 시작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5] 서구 그리스도교 신학의 터전을 마련한, 아우구스티누스!

"서방신학은 동방신학보다는 출발이 좀 늦었으나 곧 테르툴리아누스, 키프리아누스, 암브로시우스 등의 교부들이 주축이 되어 착실하게 발전해갔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4] 카르타고 학파의 거침없는 변증과 교회론

"테르툴리아누스와 키프리아누스의 신학을 오늘날 살피는 것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이들의 신학은 현실적이고 참여적이고 실존적이다. ...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3] 안디옥 학파를 반대한 것은 "민중의 종교 감정"이었다고 틸리히는 말했다

동방교회에는 알렉산드리아 학파와 함께 안디옥 학파도 있었다. 그러나 이 두 학파의 결은 사뭇 다르다. '그리스도인'이라는 호칭이 안디옥에서 처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2] 알렉산드리아 학파는 신플라톤주의를 어떤 식으로 수용하였나

알렉산드리아 학파는 그리스 철학의 영향 가운데서 배양되었다. 당시 철학은 단순한 학문의 한 분과가 아니었다. 폴 틸리히는 "고대가 끝날 무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