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WCC 중앙위,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 위한 성명

"민간교류와 협력 위해 대북 제제 '최대 압박' 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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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WCC)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CC 중앙위원회 회의 전경.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의를 열었던 세계교회협의회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가 '한국전쟁 정전 70년,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한 성명'을 발표했다.

중앙위는 성명에서 "우리는 WCC의 회원교회와 에큐메니칼 협력 파트너 그리고 세계의 선한 의지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한반도 땅에서 '평화를 이르게 하는 일들'(눅19:42, 롬14:19)에 대해 성찰하고, NCCK가 추진하는 '한반도종전평화캠페인(Korea Peace Appeal)'을 지지하며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2] 적극 동참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중앙위는 특히 "우리는, 북한의 핵 능력의 고도화는 여전히 자제되어야 하지만 북한 주민과의 민간교류와 협력, 정치적 대화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는 대북 제재 '최대 압박' 완화를 강력히 권고한다"고 전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

정전 70년,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한 성명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유대 사람과 이방 사람이 양쪽으로 갈려 있는 것을 하나로 만드신 분이십니다. 그는 유대 사람과 이방 사람 사이를 가르는 담을 자기 몸으로 허무셔서, 원수된 것을 없애시고,"(엡 2:14)

"악한 일은 피하고, 선한 일만 하여라. 평화를 찾기까지, 있는 힘을 다하여라."(시 34:14)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회는 최근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 그리고 북측의 미사일 실험과 같은 군사적 대응의 악순환으로 한반도 내 전쟁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음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갈등과 긴장의 고리를 끊어내고 평화와 대화의 길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며 전 세계의 비핵화를 위해 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땅에서 긴장과 대결의 구도가 다시 증폭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아직 공식적으로 종전이 선언되진 않았으나 올해가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이후 정전 70주년이 되는 중대한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기억합니다.

2019년 하노이에서 개최된 북미 정상회담이 돌연 결렬된 이후 남북관계는 크게 약화되어 왔습니다. 2020년 6월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철거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남북 정부, 민간단체, 시민사회, 교회 공동체간의 소통이 완전히 단절되었고 이와 같은 정황에서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WCC는 40여년 가까이 남북의 그리스도인들 간 만남을 주선하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제 에큐메니칼 연대를 지지해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국제사회의 혼란 속에서 2019년 12월 이후 조선그리스도교연맹(Korea Christian Federation, KCF)과의 교제가 성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암울한 상황을 마주하며 우리는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의 자매와 형제들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분단으로 갈라진 한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남과 북의 그리스도인들이 주도하는 에큐메니칼 공동 증언과 연대행동이 재개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현재 고조되고 있는 도발과 대결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의 대전환이 시급합니다. 한국전쟁의(1950년~1953년) 종전을 공식적으로 선포해야 하는 엄중한 시기입니다. 전쟁이 발발한 지 70년, 여전히 휴전에 봉착해 있다는 것은 갈등으로 치닫는 남북관계를 보다 불안정하게 심화시키며 더불어 현재 한반도의 현실을 고려해 볼 때 건설적이지 않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조선그리스도교연맹(KCF) 간 오랜 신뢰와 약속이며, WCC도 이를 전폭 지지하고 있습니다.(평화협정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지난 11차 칼스루에 총회에서 채택된 한반도 평화 의정서와, WCC의 '평화의 빛' 프로젝트에 반영된 것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중앙위원회는 한국전쟁에 공식적인 종전을 선언하고 1953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를 시급히 취할 것을 아래와 같이 깊이 호소합니다.

우리는, WCC의 모든 회원교회와 에큐메니칼 협력 파트너, 특히 1950년~53년 한국전쟁에 참전한 국가의 교회공동체가 각 해당국 정부와 함께 한반도 화해와 평화협정을 공동으로 지지할 것을 요청합니다.

우리는, 미국, 일본, 한국, 북한 정부가 역내 대결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적인 발언과 군사적 행위를 자제하며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상호 대화의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북한의 핵 능력의 고도화는 여전히 자제되어야 하지만, 북한 주민과의 민간교류와 협력, 정치적 대화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는 대북 제재 '최대 압박'[1] 완화를 강력히 권고합니다.

우리는, 깊은 신뢰와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앞당기는 중요한 매개로서, WCC 사무국이 가능한 한 시급히 전 세계 에큐메니칼 공동체의 대표자들과 함께 남북한 그리스도인들 간의 실질적인 '민民 - 민民' 교류를 속히 재개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WCC의 회원교회와 에큐메니칼 협력 파트너 그리고 세계의 선한 의지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한반도 땅에서 "평화를 이르게 하는 일들"(눅19:42, 롬14:19)에 대해 성찰하고, NCCK가 추진하는 '한반도종전평화캠페인(Korea Peace Appeal)'을 지지하며,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2] 적극 동참할 것을 요청합니다. 한국교회와 연대하여 지역과 세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일구기 위한 노력에 전 세계 에큐메니칼 공동체가 참여할 것을 권면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한반도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 서로 협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1]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재를 받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제재는 주로 북한의 군부와 엘리트층을 겨냥했지만, 최근 몇 년 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소위 '최대 압박'이라고 하는 북한 관련 무역, 투자, 금융 거래에 대한 거의 전면적인 금지 조치를 취한 바 있습니다. 여러 유엔 기관은 인도주의적 및 인권 영향 평가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2]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매년 8월 15일 전 주일을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남북한 모두가 광복절로 지키는 8월 15일은 1945년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 압제에서 독립한 날이지만, 한반도가 두 국가로 분단된 날이기도 합니다. 본 기간에 조선그리스도교연맹(KCF)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전통적으로 매년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 공동 기도문을 작성하는 데 협력해 왔습니다.

2023년 6월 26일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회

이지수 admin@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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