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신익상 교수가 7월 NCCK <사건과 신학>에 기고한 글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논쟁에서 빠져 있는 생태 감수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신 교수는 '그런 오염수는 없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한 정치적 입장이 둘로 나뉘며 연일 비방과 성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정당들은 당론을 정하고 그에 따라 움직인다. 마땅히 그럴 만하다. 하지만, 생명에 관한 문제, 안전에 관한 문제 앞에서는 정치공학은 좀 내려놓고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다하면 안 될까? 생명 앞에서 계산기 두드리지 말고 생명 하나만 보고 행동을 결정하면 안 되는 걸까?"라고 반문했다.
신 교수는 이어 "오염수 방류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상대방이 과학적이지 않다고 비방한다. 둘 다 절반만 맞다. 둘 다 과학적이지 않으니까. 지구생태계와 관련된 과학은 100% 확실한 무언가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다. 불완전한 예측 속에서 가장 그럴듯한 전망을 몇 가지 시나리오 형식으로 제시할 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본 정보의 오염수 방류에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한국 정부에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힌 신 교수는 "일본 정부가 제시한 정보에 오염수 방류가 가져오는 원치 않는 결과에 대한 전망이 빠져 있다면, 그건 과학적으로 볼 때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한국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고, 충분히 협의하며 일을 진행하고 있지도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게다가 앞서 말한 얘기들로 미루어 보건대 100% 과학적이라고 해서 그것이 100%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에도 모름의 영역이 있어서 그것을 늘 고려해야 한다. 그러니, 국민의 힘이 말하는 오염수가 확실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말하는 오염수는 괴담인가? 그렇지 않다. 그런 오염수는 없다"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논쟁에 인간의 안전과 생명만 고려될 뿐 생태계 문제는 소외되고 있다는 점도 고발했다. 신 교수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대하는 방식과 논리를 되돌아볼 때, 정작 후쿠시마 오염수에 가장 취약하면서도 가장 무시되고 있는 생명과 안전은 따로 있다. 후쿠시마 연안 바다에 살고 있는 무수한 비인간 생명들 말이다"라고 했다.
신 교수는 "기후의 급격한 변화를 비롯한 생태 위기의 시대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인간중심이다. 아니, 더불어민주당은 생태계 파괴 우려를 말하고 있는 걸 모르냐고? 글쎄, 생태계 파괴 문제를 정치적 세력 확장을 위해 사용하려는 건지, 아니면 정말 생태계 파괴의 위험성을 진정성 있게 고민하긴 하는 건지,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며 "지난 대선을 돌아보건대 RE100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으면서도 한편으론 경남권 메가시티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건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였다"고도 지적했다.
마태복음 25장 40절과 고린도전서 1장 28절 말씀을 인용한 그는 "만일 우리가 오늘날 가장 보잘것없는 존재이자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 생태계의 비인간 존재들을 꼽을 수 있다면, 어떨까? 그래서 이들을 우리는 환대해야 한다는 사실이 우리의 모든 결정에서 숙고될 수 있다면? 그래서 이들의 희생이 단지 상품과 먹거리로 끝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새롭게 바꾸어내는 잠재력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수 있다면?"이라며 "국제 안전기준, 밥상, 국민의 안전, 이런 문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생태 감수성이 아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