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욥기에 숨겨진 신의 폭력 연루성을 누설하다

김상기 연구원, 2023 신학사상 여름호에 논문 발표

기존의 욥기 신학이 신정론 또는 신의 절대 주권성에 기울어져 신의 폭력 연루성에 대해 침묵해 왔다고 꼬집으며 욥기 내러티브에 은폐된 신의 폭력 메커니즘을 들추어낸 연구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김상기 서울신대 글로벌사중복음연구소 연구원(기독교윤리)은 최근 신학사상 201집 여름호(2023)에 투고한 연구논문에서 "욥의 고통과 관련하여 기존의 욥기 신학은 신의 폭력 연루성에 대해 침묵하거나 무관함을 주장해 온 것이 사실이다"라며 "이른바 신정론이라는 고통에 대한 추상적 질문 형태로 형이상학화하거나, 신의 절대 주권성 앞에 인간의 절대적 순응 이데올로기로 교훈화 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욥기 내러티브에 나타난 폭력 메커니즘과 저항 담론 연구'란 제목의 이 논문에서 김 연구원은 "욥에게 가하질 폭력의 결정이 천상회의라는 비밀 공간에서 오직 사탄과의 은밀한 양자 테이블에서 이루어졌다는 것, 욥의 의지와 동의와는 전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승인되었다는 것, 그리고 욥에 대한 본격적인 사탄의 폭력이 집행되고 욥이 울부짖고 저항할 때 철저히 침묵하고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은 초법적 권력자의 폭력 메커니즘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욥의 죽음이라는 최악의 상황만은 면제하겠다는 신의 배려는 자비라기보다는 게임의 한 규칙 정도일 뿐이다. 욥기에서 신은 철저히 은밀하고 숨겨져 있으나, 폭력의 결정과 집행에 대한 책임에 있어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또 "폭력의 피해자인 욥은 평생 자신이 천상에서의 신과 사탄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부정한 도박의 희생양이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고 자신이 사악한 신의 실험에 사용된 한 마리 순진한 기니피그였다는 사실을 끝내 알지 못했다"라며 "심지어 폭력의 최종 승인자인 신에 대한 욥의 끈질긴 대면 요구에 등장한 신은 이른 바 '세 시간짜리 자연사 강의'를 쏟아냈고 욥에게서 박탈했던 자녀와 일꾼, 소를 두 배로 보상하고 140년을 더 살면서 4대 손을 보게 함으로써 사태를 마무리 짓는다. 그러나 욥이 그토록 알고 싶었던 폭력과 고통의 원인에 대해서는 끝끝내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덧붙였다.

욥기에서 신이 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한 김 연구원은 이어 사탄과 욥의 친구들도 각각 폭력의 대행/집행 메커니즘, 폭력의 정당화/영속화 메커니즘으로 풀어내며 그 폭력성을 조명했다. 먼저 사탄의 폭력 메커니즘에 대해 김 연구원은 "절대권력자로부터 승인받고 또 다른 대행자를 세워 수행하는 중간자적 위임 권력의 속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특히 "사탄은 중간 권력적 지위를 통해 신으로부터 폭력의 정당성과 한계를 부여받고 사람과 자연이라는 자시의 통제 가능한 주체들을 통해 폭력을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관료주의적 권력 주체다"라며 "비록 신의 한계 안에 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극대화하여 실행하는 주체다. 동시에 직접적 폭력과 간적접 폭력 양면을 모두 구사할 수 있는 폭력기계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욥의 친구들의 폭력에 대해서는 해석의 폭력, 상징폭력, 집단적 폭력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폭력이 향하는 최종적 폭력은 "벤야민의 법 보존적 폭력으로 종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욥의 친구들은 전통적으로 정립된 신학적 세계관의 수호자이자 기극권자이며 따라서 욥에게 발생한 예외적 현실을 기존의 전통 관념 속에 가두려는 자들이다"라며 "친구들의 법 보존적 폭력은 결국 욥의 고통의 원인이 피해자 자신에게 있다고 못 박음으로써 가해자의 논리를 정당화하고 영속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신, 사탄, 친구들의 폭력 메커니즘 앞에 욥이 피해폭로, 무죄와 의로움 주장, 탄원과 고발의 저항담론을 만들어 내고 있음을 살펴본 김 연구원은 "욥기 내러티브에서 욥은 구조적 폭력의 숨겨진 베일을 벗기려는 자이며 간접적 폭력을 직접적으로 상대하려는 자이며 상징적 폭력에 의해 진리가 되어버린 전통 해석에 대한 의심의 해석학자며 희생양을 만들어 제거하려는 만장일치적 폭력에 대항해 희샹양 되기를 거부하는 자이며 종교와 세속으로부터 추방당하여 배제된 호모 사케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자다"라고 했다.

아울러 "폭력 메커니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욥기 내러티브에서 욥은 고통의 수동적 인내자가 결코 아니다"라며 "그는 폭력 작동의 모든 과정을 꿰뚫어 보고 있는 폭력 통찰자며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의 실체를 노출시키고 문제 삼고자 하는 폭력의 폴로자며 나아가 폭력 가해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지목하여 그를 재판장에 세워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폭력 해결자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양한 폭력 메커니즘과 저항 담론을 보여주는 욥기는 폭력의 구조적 은밀성과 다층적 형태 앞에서 고통받는 폭력 피해자들에게 폭력 인지 감수성과 폭력 저항 의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위대한 서서사디"라고 전했다.

김진한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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