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교권추락 사태에 "애도와 위로 나누자"

NCCK 교육위, 교권 관련 사건들에 입장문 발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종생 목사, 이하 NCCK) 교육위원회(김한호 위원장)가 최근 교권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과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상황에 대해 입장문을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NCCK 교육위는 먼저 "애도와 위로를 나누자"고 했으며 이어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사회를 바꾸자 △관계를 기반으로 모두의 권리와 존엄이 살아있는 공간을 만들자고 교회와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냈다. 아래는 입장문 전문.

사람이 살아있는 세상을 위해 '나'부터, '교회'부터 바뀌어야 한다.

최근 교권 관련 사건들에 대한 NCCK 교육위원회의 입장

- 먼저, 애도와 위로를 나누자.

최근 교육 현장의 교사들은 비통하고 처절한 마음으로 매 주말 거리에서 교권 회복을 목이 쉬게 외치고 있다. 2년 차 새내기 교사의 극단적 선택, 유명인의 특수교사 고소, 옛 제자의 흉기에 맞아 중태에 빠진 교사 등 연이은 침통한 소식 때문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특정인을 비난하기보다 먼저 유명을 달리하신 분에게 애도의 마음을 보내고 고통 속에 있는 당사자와 주변인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해야 할 것이다.

-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사회를 바꾸자.

일련의 사건은 다른 듯 서로 닮았다. 교사를 고용된 기능인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아이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는 학교, 이를 바로잡을 의지조차 없는 관리자, 관리자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제도 속에서 더 많은 교사가, 학생이, 학부모가 고통 받는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먼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권력을 무기로 갑이 을에게 함부로 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을에 대한 공감보다 갑 되기를 쫓지 않았던가? 학교와 교회조차 승자독식 강자 지향의 이데올로기를 은혜로움으로 미화하고, 소외된 이들의 고통에 눈감아오지 않았던가?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그 어떤 '절차'와 '처분'을 도입한다 해도 변화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 관계를 기반으로 모두의 권리와 존엄이 살아있는 공간을 만들자

교사의 교육행위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호장치는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다. 현재 대책으로 논의되고 있는 사법적 절차들은 오히려 학교를 누가 더 힘이 센지, 누가 더 그악스러운지 경쟁하는 현장으로 몰아갈 위험성이 크다.

그렇기에 더 중요한 것은 학교를 관계 중심의 공간으로 회복하는 것이다. 경쟁을 기반으로 한 각자도생 출세 지향의 정글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학교는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 혹은 나라도 살아야겠다는 이전투구의 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관계를 기반으로 모두의 권리와 존엄이 살아있는 공동체적 공간을 만드는 것은 초대교회에서부터 기독교의 지향이었다. 예수께서는 단순히 율법의 글자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의미와 의도대로 마음과 행동이 나아가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를 따라 서로의 어려움과 상처를 돌보고 함께 사랑을 나누는 세상을 만드는 데 애쓰는 사람들임을 기억해야 한다. 학교를, 교회를,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서로 간의 관계를 기반으로 모두의 권리와 존엄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소명임을 깨닫고 '나'부터, '교회'부터 나서야 할 것이다.

온 율법은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 같이 하라 하신 한 말씀에서 이루어졌나니 만일 서로 물고 먹으면 피차 멸망할까 조심하라 (갈라디아서 5:14-15)

2023년 8월 8일

NCCK 교육위원회

위원장 김한호 목사

이지수 admin@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을 예속시키며 자기를 확장하는 인공지능의 몸

전철 한신대 교수(한신대 신학대학원장, 조직신학)가 『신학사상』 2023년 여름호에 노동을 이유로 인간의 몸을 점차로 예속시키면서 자기 확장을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텍스트 사이에서 16] 『침묵』의 페레이라 신부가 일본에서 만난 그리스도에 대한 수상

17세기 일본의 교회 박해는 절정에 달했다. 교회 당국도 사제들의 일본 선교를 허락하지 않으려 했다. 이 와중에 열정적인 젊은 사제들은 일본 입국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의 민중신학에 대한 위르겐 몰트만의 제언

혜암신학연구소의 연구 저널 《신학과 교회》 제18호(2022, 겨울)에 독일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박사의 논문이 실려 이목을 끈다. 이 저널의 특집 주제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욥기에 숨겨진 신의 폭력 연루성을 누설하다

기존의 욥기 신학이 신정론 또는 신의 절대 주권성에 기울어져 신의 폭력 연루성에 대해 침묵해 왔다고 꼬집으며 욥기 내러티브에 은폐된 신의 폭력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자연중심주의 주장하는 학자들에 대한 반박

김균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최근 몰트만 교수 96세 기념논문집 『너희의 구원이 가까웠으니, 너희의 머리를 들라』(Erhebt Eure Häupter, weil sich Eure Erlösung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21세기 민중신학, 삶의 자리 변화 직시해야"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가 1970-80년대 융성했다가 격변의 현실 속에서 시들어진 민중신학이 다시금 꽃을 피우려면 '삶의 자리'가 크게 변했음을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창조적 계승인가? 가문자랑의 답습인가?"

"창조적 계승인가? 가문자랑의 답습인가?" 6일 오후 1시 한신대 신대원 장공관에서 '한신을 만든 사람들'이라는 큰 주제 아래 진행되는 한신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을 폭군으로 만든 '땅을 다스리라'의 참 뜻은.."

위르겐 몰트만 박사가 혜암신학연구소가 발행하는 기관지 『신학과 교회』 제17호(2022년 여름)에 투고한 논문 「생태정의」를 통해 오늘날 생태재앙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성경을 기반으로 타자 관계 중시한 리쾨르의 철학

한국조직신학회(이오갑 회장)가 최근 9차 월례신학포럼을 개최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는 혜정 박사(Globe Covenant Seminary, USA)가 '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