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신학위원회가 8월 발행한 '사건과 신학'에서 부동산 문제를 다뤘다. 이번호에는 이민희 목사(옥바라지선교센터), 김판임 교수(NCCK 신학위원회위원)가 각각 '집은 무엇인가?' '한국사회와 전세사기'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먼저 이민희 목사는 "전세 사기 피해자, 반지하, 쪽방, 고시원 같은 취약한 주거 환경 거주자, 부동산 시장의 비합리적인 전월세로 2~4년 주기로 옮겨 다녀야 하는 임차 가구, 무분별한 재개발⋅재건축으로 강제 퇴거를 당하는 원주민들, 그 안에서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도시의 문화와 역사는 주거 공간의 파괴에 따른 삶의 파괴를 경험한다"며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 모두 연결되어있는 도시라는 유기체 안에서 모두의 삶이 일부분 함께 깎여나가는 현장이다"라며 부동산 문제가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목사는 그러면서 "지금껏 개발, 속도, 효율에만 초점을 두었던 도시 구성을 멈추고, 주거권에 입각한 공공임대주택, 전월세 임차인 보호제도, 원주민의 생활을 고려하고 인정하는 도시 정비사업 등을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며 "또한 주거권과 연결되고 중첩되는 다른 사회권들, 건강권, 사회보장권, 교육권, 이동권 등이 함께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어쩌면 수동적으로 주어진 권리를 찾아 누리는 데서 나아가, 적극적이고 참여적으로 필요한 권리를 주장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도시와 사회 중심에서 배제되었던 사회적 약자가 같은 도시 구성원임을 전면으로 주장하고, 보다 활동적으로 도시를 전유하며, 도시 곳곳을 점유하고 사용하는 것이 소유권보다 앞선다는 것을 여러 언어로 표현해야 할 수도 있다"며 "교회도 도시를 살아가는 한 구성원이다. 또한 교회 기관 안에는 도시인들이 모여 신앙 공동체를 이룬다. 교회는 주거권에 대해 어떤 말을 하고, 도시를 전유하고 사용하는데 어떻게 동참할 수 있을까. 질문과 고민의 책임은 교회라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느 누구의 삶도 소유권으로 치환할 수 없다. 주거권과 소유권은 양자택일의 관계가 아니다. 주거권은 더 앞서 있고 더 근간이 된다"며 "주거권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에서는 소유권도 바람 앞의 등불과 같다. 삶을 살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집을 살 권리가 보장될 리 없다. 주거권이 충분히 이해되고 온전하게 실현되어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동산 전세 사기 문제를 다룬 김판임 교수는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을 부동산 시장의 원리에 맡기자고 말한다. 즉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자연적으로 가격이 정해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 입시제도가 있는 한 대치동의 사교육이 있을 것이고, 남보다 잘났다는 인정을 받고 이 사회에서 특권층의 혜택을 누리고 싶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특정 지역에 다른 지역보다 많은 일자리가 있는 한, 적절한 가격이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며 "이제는 어느 지역의 아파트에 사느냐가 신분규정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필자가 보기에 한국 사회에서 주거의 안정은 주택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고, 교육정책, 노동정책과 함께 해야만 조금 길이 보일 듯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