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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굴에 갇힌 편견이 우상을 낳는다

김경재 박사(한신대학교 명예교수,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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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우상제작과 우상숭배 인간행위는 끝났는가?

과학문명이 요즘처럼 발달하였고, 계몽주의 시대이후 '비판적 이성'이 미신과 독단을 용납하지 않는 현대사회도 '우상숭배'는 인간사회의 근본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기독교의 성경적 신앙은 유독히 우상제작과 우상숭배를 엄격히 비판하는 종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기독교인들이 갖고 있는 "우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견해는 매우 초보적 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러니칼 하게도 기독교라는 종교적 집단은 도리혀 우상숭배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현실이 되고 있다.

우상제작과 우상숭배에 관한 고전적인 성경구절은 로마서 2장에서 언급한 바울사도의 말씀이 대표적이다. 창세로부터 하나님의 능력과 신성이 만물 안에 분명히 나타나 보이고, 인간성 자체 안에 그것을 인지할 만큼 능력이 내재해 있지만, "인간들은 그 생각이 허망하여 지고 미련한 마음이 어두어져서, 하나님의 영광을 썩어질 사람과 금수와 버러지 형상의 우상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롬 2:21)

그렇다. 사도 바울의 말씀이 옳다. 우상이란 하나님일 수 없는 것이 하나님 행세를 하는 것이요, 인간의 심령이 어두어 지고 분별력이 없어져서, 하나님에게만 돌려야 할 '영광과 예배찬송'을 그럴듯하게 위장한 피조적인 것에다 충성하는 불신앙적 죄악행위 이다. 그런데 현대판 우상들은 그렇게 어리석게 굴지 않는다. 현대판 우상들은 인간들의 관심과 욕망과 바라는 것들을 상당히 충족 시켜주는 매력과 능력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하면 권력과 돈으로 압축되기 때문에, 권력과 돈이 집중된 곳에 쉬파리떼 들처럼 우상숭배자들이 모여 집결한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권력과 돈에 메몰되면 스스로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에, 우상숭배자 인간들 자신이 온갖 그럴듯한 고상한 명분을 만들어 부친다. 국가, 인민과 국민의 안녕과 행복, 정통신앙 보존, 평화를 지키기 위한 군사동맹, 교회와 종교연합체, 자유 평등가치와 민주주의, 법의 지배 등등 명분은 수없이 많다. 우상 제작자 인간의 본성과 그 취약성을 날카롭게 지적한 대표적 학자는 종교개혁시대에 살았던 영국 경험론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1561-1626)일 것이다. 그의 '우상론'을 현대 감각으로 음미하여 보기로 한다. 베이컨에 의하면 우상 발생의 원인 4가지 원인을 비유적으로 말했는데 종족, 동굴, 시장, 극장이 "우상 발생의 못자리"라고 말한다.

족우상이란 무엇인가?

종족 우상이란 인간이 삼라만물에 대하여 생각하고 어떤 관념을 가질 때, 인간종족(호모사피엔스)이 생각하고 느끼고 의욕하는 방식과 동일하게 다른 생물들, 자연, 그리고 신적 존재마저도 그럴거라고 확신하는 데서 발생하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 가치관, 선입견 때문에 생기는 우상을 말한다.

예들면, 서산 넘어가는 태양의 낙조가 주는 아름다움과 황홀함을 바둑이나 고양이들도 그렇게 느낄 것이라고 착각한다. 숲속에서 새들은 짝을 구하려든지 위기를 경고하려고 짹짹거리는데, 인간들은 새들이 "노래한다"고 멋대로 생각한다. 마침내 숭배하는 종교적 신들도 사람들을 닮았고 사람들 같이 분노 보복심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종교의 모든 신상(神像)들을 사람 모습 닮게 조각하며, 기독교의 최후심판자로서 인과응보적 하느님의 처벌도 인간 법정 판검사 속성을 닮았다.

그러나, '종족 우상'을 중세기 이전 근현대적 과학지식을 모르던 고대인들의 어리석은 편견, 착각, 상상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근현대 최고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씨름하는 난제인 것이다. 예들면, 칸트의 인식론에 의하면 책상 위에 놓인 유리병에 장미꽃 한 송이가 있다고 하자. 인간은 그것을 곧바로 인지하고 우리가 보고, 감촉하고, 느끼는 그대로, 한 송이의 붉은 장미꽃이 거기에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무엇인가 꽃 한 송이가 있다는 사실은 진실이지만, 인간의 오관이 느끼고 파악한 감각적 정보들을 마음(이성,오성)이 종합하여 '구성한 실재'이지 "있는 그대로의 사물 그 자체(Ding an Sich)"를 아는 것이 아니라고 갈파했다.

196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존 에클스(John Eccles)가 강조하기를 "질감, 색상, 음향, 아름다움을 자연 그 자체가 지닌 것이 아니라, 자연의 속성은 '인간존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현대 양자물리학에서도 소위 '인간학적 참여원리'를 전제하거나 인정하지 않고서는 과학적 연구 자체가 불가능하다.

햇빛은 본래 밝고 환하다고 우리는 생각하지만, 빛을 구성하는 눈에 안 보이는 광자는 전혀 밝음과는 상관없는 에너지의 입자 혹은 파장일 뿐이다. 빛을 밝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의 시각, 뇌신경, 마음 판단등 모두 설명되지 않는 신비한 종합판단 느낌인 것이다. 사랑하는 애인이나 가족의 얼굴을 미음으로 그려낼 수 있지만, 두뇌와 마음 그 자체 안에 애인이나 가족 사진이 앨범에 있듯이 내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회백질의 덩어리 같은 물질적 뇌를 통하면서 어떻게 화학물질과 전기적 실재로 변용된 물질적인 것이 다시 맘에 영상으로서 떠오르고, 상상하고, 희망하는지 지금까지 아무도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신비인 것이다. 그러나 '종족 우상'이 극도로 잘못 발전한 결과 오늘날 생태환경파괴와 기후붕괴 재난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동굴우상, 시장우상, 극장우상은 무엇인가?

베이컨이 말하는 '동굴 우상'은 고대 헬라철학자 플라톤이 『국가 정체론』(Republic)에서 말하려는 것을 개인 경험 차원으로 축소한 것이다. 인간은 탄생이후 가정환경, 교육받는 방법과 내용, 사회경험, 물질생활의 충족 혹은 궁핍 체험, 신분 계층 차별 경험 등 여러가지 요인들에 의하여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자신만의 '관점'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이 강할수록 인간은 자기가 경험하고 이해한 가치관, 세계관이 가장 옳다고 확신한다. 그 신념이 강할 수록 그는 자기만의 동굴 곧 '동굴 우상'에 빠지게 된다. 다른 사람이나, 다른 진영 논리엔 아예 귀와 마음의 문을 닫고 의지와 신념이 굳센 사람이라고 칭찬받기도 한다.

베이컨이 말하는 '시장 우상'은 근대자본주의 시장이 발달하면서 출현한 현상을 비유로 들어 우상론을 펼친 것이다. 시장에서는 파는 상품 질도 좋아야 하지만, 입담 좋게 장사꾼의 호객행위와 상품선전이 사람들을 유혹하고 몰려들게 만든다. 요즘으로 말하면 상품광고 기술이요, 마케팅 전략이다. 그것의 핵심은 '압담 좋은 장사꾼의 말 솜씨'다. 그것을 현대 정치사회학적 용어로 멀하면 언로 정책 독점 즉 신문, 잡지, 방송 등 편집권을 잡고 관리하면서 대중들의 정치적 가치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려 시도하는 것이다. 독재정권일수록 '신문, 방송, 잡지'를 통제하고 교묘하게 조작하여 국민(대중)의 지지를 유도하려 든다. 어리석은 시장 군중은 자기가 속는 줄도 모르고 은근하고 그럴듯한 입담에 쏠리고 만다. 그것이 이른바 '시장 우상'이다.

마지막으로 베이컨이 말하는 '극장 우상'도 17세기 영국 사회에서 흔히 보는 극장의 풍경을 배경으로 한 우상론이다. 당시는 영화필름 상영극장이 아니라 배우들이 직접 출연하는 뮤지컬 드라마가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드라마 주인공은 주연배우인데 조연 배우들과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도록 전개된다. 모든 조명과 연극 스토리와 드라마 소품들도 주연 배우를 돋보이게 하는 데 집중된다. 간단하게 말하면 '극장 우상'이란 특출한 능력을 보이는 특정 인간을 절대시하고 우상처럼 받들고 대중들이 자기 정체성을 거기에 투영함으로서 사회통합을 이루려는 독재자들의 전형적 수법을 말한다. 20세기엔 히틀러, 무솔리니, 스탈린, 모택동, 김일성, 이승만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21세기 우상은 무엇인가?

본질적으로 보면, 21세기 우상제작과 우상숭배도 17세기 베이컨의 4대우상론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21세기 우상은 국가주의, 제국주의, 과학주의, 경재성장제일주의 등으로 변모한다. 녹색별 지구촌이 멸망하느냐 마느냐의 문명사적 절대위기 시대인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지난 1년 6개월동안 사상자가 50만명이 넘는다는 최근 통계가 나왔다. 문명사회에서 미친 짓거리이다.

정권을 강화하고 유지하려는 정치인들은 항상 안보 튼튼, 국민 행복, 경제적 이익 증대라는 명분을 내건다. 그러나, 한미일 3개국의 준군사동맹 강화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주의와 일본과 남북한의 부국강병 국가주의 시대착오적인 부산 산물이다. 거룩한 안식일도 '사람을 위해서' 있다고 예수님은 갈파하셨다. 국가, 제국, 경제기술 선진국, 교회부흥 성장도 모두 인간 개인의 존엄성과 신성한 영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그 반대가 아니라는 점을 그리스도인은 반드시 명심해야 된다. 묻지마 살인과 정치 실종이 우리 맘을 어둡게 하지만, 생명은 신비롭고 존엄하고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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