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본문
하박국서 2장 1-14절
설교문
[위기 한 가운데서]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성서 본문은 하박국 예언자가 전한 말씀입니다. 하박국서에는 우리가 매우 잘 알고 있는 위대한 신앙고백을 담은 말씀이 나옵니다.
"무화과나무에 과일이 없고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을지라도, 올리브 나무에서 딸 것이 없고 밭에서 거두어들일 것이 없을지라도, 우리에 양이 없고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주님 안에서 즐거워하련다. 나를 구원하신 하나님 안에서 기뻐하신다. 주 하나님은 나의 힘이시다."(3:17-19a)
가뭄과 기근으로 가난에 처하고, 곤경과 재난 한가운데에서도 주님을 향한 사랑은 변하지 않고, 주님 안에서 새 힘을 얻고 삶의 기쁨과 희망을 찾겠다는 이 고백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자기를 둘러싼 자연환경과 국제정치적 상황이 삶을 위협하여 살아가는 것 자체가 괴로움일 때에도 신앙을 잃지 않고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꿋꿋이 유지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박국이 활약하던 시대는 국제정세가 바뀌면서 세상에 흉흉해지고, 남왕국 유다에게 매우 불길한 재앙의 그림자가 몰려오는 시기였습니다. 기원전 612년 아시리아의 수도 니느웨가 바벨론 사람들에게 파괴되고 아시리아는 멸망하게 됩니다. 강대국 아시리아의 멸망을 틈타 애굽은 중동 지방을 자신의 지배 아래에 두고 통치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새롭게 부상하는 바벨론 제국의 황태자 느부갓네살은 605년 갈그미스 전투에서 애굽을 물리치고 중동의 통제권을 가져옵니다. 주전 597년에는 바벨론이 유다를 침공하여 처음으로 하나님의 백성들을 사로잡아서 자기네 땅으로 끌고 가는 일이 발생합니다. 바벨론은 아시리아보다 훨씬 더 잔인합니다. 하박국서는 그들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그들은 두렵고 무서운 백성이다. 자기들이 하는 것만이 정의라고 생각하고, 자기들의 권위만을 내세우는 자들이다. 그들이 부리는 말은 표범보다 날쌔고, 해거름에 나타나는 굶주린 늑대보다도 사납다. 그들의 기병은 쏜살같이 달린다. 먼 곳에서 그렇게 달려온다. 먹이를 덮치는 독수리처럼 날쌔게 날아온다."(1:7-8)
하박국 예언자는 애굽과 바벨론의 전쟁 이후, 유다 왕국의 백성들이 바벨론으로 끌려가던 시기에 활약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리아를 물리치고 자신의 제국을 세계로 확장하면서 무자비하게 권력을 추구하던 바벨론 세력을 보면서 하박국 예언자는 진지하게 하나님께 여쭙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옛날부터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 중략 ~ 주님께서는 눈이 맑으시므로, 악을 보시고 참지 못하시며, 패역을 보고 그냥 계시지 못하는 분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배신자들을 보고만 계십니까? 악한 민족이 착한 백성을 삼키어도, 조용히만 계십니까? ~ 중략 ~ 그들이 그물로 백성을 사로잡아 올리고 좋아서 날뜁니다. 그물을 떨고 나서는, 곧 이어 무자비하게 뭇 백성을 죽이는데, 그들이 이렇게 해도 되는 것입니까?"(1:12-17)
예언자 하박국은 시편을 쓴 시인들처럼 탄식하고 절규하며 주님께 묻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나서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초소 위에 올라가서 서겠다. 망대 위에 올라가서 나의 자리를 지키겠다. 주님께서 나에게 무엇이라고 말씀하실지 기다려 보겠다. 내가 호소한 것에 대하여 주님께서 어떻게 대답하실지를 기다려 보겠다."(2:1) 바로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의 첫 구절입니다.
[상식이 무너지는 한국 사회]
자신의 조국 남 유다 왕국이 살아남느냐, 아니면 멸망하느냐는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 속에서 깊이 고뇌하면서 주님께 묻고 기도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기다리며 주님께 매달리는 예언자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요즘 한국 사회가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서 저 또한 하박국의 심정이 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난 100여 년간 공들여서 쌓아왔던 민주 사회의 기본적인 상식들이 전부 무너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민생보다 이념 대결에 치중하고, 언론이 거짓 뉴스의 주범이 되어서 시민들의 눈을 가리고,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데 큰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일본이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는데, 한국 정부가 나서서 옹호하고 보호해 주려 하고, 동해 앞바다에서 한국, 미국, 일본이 연합작전을 펴면서 군사훈련을 할 때 미국이 동해가 아닌 일본해를 사용하겠다고 해도 꼼짝 못합니다. 육군사관학교에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겠다고 합니다. 식민지 시절 일본에게 잘 보여서 한몫 챙기던 친일파의 습성이 2023년 오늘 노골적으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현 정권의 친일적 행각에 대해서만 말씀드렸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문화, 교육, 국방 전 분야에 걸쳐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커다란 실책들이 반복되고 있는데, 실책을 실책으로 덮으면서 잘못들을 고칠 새도 없이 계속 문제가 터져서 사람들의 이목을 계속 바꾸고 있기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는지 잘 느끼지 못합니다. 세계 잼버리 대회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한 것을 보면 지금 우리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에게 전혀 책임 있는 행동을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정권의 핵심은 자신의 권력 유지에 있고, 그 밑에 수하들은 윗사람의 눈치나 보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민생은 여지 없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만약 여기에 기후재앙까지 겹쳐서 예기치 못한 악재가 발생할 경우, 실로 우리나라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서 다수의 국민이 깨닫지도 못하고 별일 아닌 것처럼 더 무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매우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깨어 있는 정신으로 가지고 바짝 긴장해서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보다 더 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고, 정신 차리지 않으면 너무나 쉽게 속임수와 거짓말에 넘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박국 예언자처럼 초소 위에 서야 합니다. 망대 위에 올라서서 우리의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교와 더불어 인류에게 깊은 지혜를 주는 불교에서는 인간 사회를 해치고 우리의 일상을 망가트리는 세 가지 악(三毒)을 말하는데 그것은 바로 '탐(貪)' '진(瞋)' '치(痴)'입니다. 탐(貪)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제어되지 않는 과도한 욕심을 뜻합니다. 진(瞋)은 모든 관계에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발끈하는 증오와 분노, 노여움을 가리킵니다. 실로 우리가 탐욕을 제어하고, 분노를 조절하는 일(懲忿窒慾)만 잘해도 고통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셋째 치(痴)는 어리석음을 뜻하는 것으로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참된 세상의 모습은 무엇인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오늘의 자본주의 세상은 우리를 무한한 욕망을 추구하면서 자기를 휘몰아치게 하기에 우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분주하게 살면서 자기를 소진합니다. 그래서 늘 피곤하고 우울증에 너무 쉽게 노출됩니다. 동시에 전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이 되고, 통신과 미디어의 발달로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을 보게 되면서 남과 비교하는 가운데 교만하여 자아 도취감에 빠지거나 열등감에 사로잡혀 주눅이 듭니다. 때로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켜 격정적인 분노를 표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세상에 휘둘리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깊은 고통에 수렁에 자신을 빠뜨리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하박국 예언자는 바벨론의 무자비한 세력 확장으로 인해 다가온 조국의 위기 앞에서 결국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바로 잡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의인의 삶을 지켜내려고 합니다.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올바르게 탐구하고 그 정신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온 세상에 주님을 아는 지식이 가득할 때까지 우상과 맞서 싸울 것을 다짐합니다.
오늘 우리도 하박국 예언자의 결기와 의지, 그리고 다짐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가 의인 열 명이 없어서 망해버린 소돔과 고모라가 되지 않도록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더욱더 정신을 차리고 올바르게 살아야 합니다. 우리만이라도 역사를 제대로 알고 상식을 지켜나가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반대 도보 행진에서 있었던 일]
지난 9월 5일 화요일 저녁에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를 반대하는 도보순례가 있었습니다. 참여하는 사람들은 종로5가역, 혜화역, 서울역, 독립문역, 을지로 4가역, 충정로역 등에서 각각 모여서 행진을 하여 광화문으로 집결하여 마무리를 하는 행사였습니다. 우리 생명사랑교회는 종로5가역에 모였는데, 문대골 목사님, 장이홍 장로님, 김학로 장로님, 박종신 집사님, 이준일 장로님, 김혜경 성도, 최광석 성도, 한창희 성도, 그리고 저 이렇게 참석했습니다. 우리 교회 말고도 한세욱 목사님이 시무하시는 청암교회를 비롯해 한 20여명의 분들이 모였습니다. 제가 기도를 한 후, 기독교 환경 운동 연대 사무국장인 이진형 목사님의 인도로 모인 사람들이 노란 우산을 쓰고 광화문까지 일렬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30분 정도 걸어가면 되는 거리였습니다.
가던 중 우리 행렬을 보고 반응하는 세 종류의 일반 시민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분은 술을 드시고 우리에게 화를 막 내시는 분이셨습니다. 자기는 노량진 수산 시장 가서 실컷 회를 먹고 왔다고 막 소리를 치면서 계속 우리 행렬을 따라왔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욕도 하면서 도보순례를 방해하다가 행진을 돕는 정보관에게 붙들려서 파출소로 인계가 되었습니다.
왜곡된 정보 속에서, 그리고 전쟁의 트라우마 속에서, 반공 이데올로기를 장착한 채 확증 편향에 사로잡힌 분이었습니다. 술 취해서 마구 소리를 질러 댔기 때문에 이런 분들을 상대하기란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권력은 바로 이런 사람의 폭력적 행위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순례를 하면서 두 번째 만난 분은 길거리 전도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전도자는 사람이 죽으면 반드시 심판을 받고,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말을 반복해서 말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알건 모르건,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건 안 기울이건 상관없이 계속 말했습니다.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자기말만 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대표적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저는 한국 개신교의 선교 형태나 전도가 큰 틀에서 이분이 보여주는 행태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삶의 문제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한 채 그저 죽은 다음 심판이 있고 천국에 가려면 예수 믿어야 한다고 외치는 허공의 꽹과리 같은 소리가 오늘날 그리스도교의 메시지가 된 것이 아닌지, 어떻게 메시지를 전해야 진정 우리 삶에 복음의 소식이 될지 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세 번째는 우리 행렬을 보면서 어떤 가족이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중에 가장으로 보이는 60대 정도 되는 분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때 반대 데모하는 것과 똑같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 분의 말은 별것 아닌 일 가지고 과도하게 시위를 한다는 것이고, 데모를 해도 별 소용이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의 판단은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 덕분에 30개월이 지나고 동물성 사료를 먹은 소고기들을 엄격하게 수입에서 배제할 수 있었고, 좀 더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지식 없이 그저 귀동냥 정도로 사건을 파악하고 판단하는 일반 사람들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세세히 따져 보지 않으면 우리는 자기 권력을 지키기 위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간교하게 속이는 모든 말에 속아 넘어가고 맙니다. 최근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김만배 육성 파일 보도"로 인해 현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된 이동관 씨는 뉴스타파의 보도가 "중대범죄이자 국기 문란 행위라고 본다"면서 "수사 당국의 수사와는 별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서 엄중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뉴스타파는 방송이 아니어서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하는 것입니다. 할 수 없는 것인데 마치 가능한 것처럼 하면서 국민의 눈을 속이는 것입니다.
전쟁 이후 반공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 세상 속에 존재하면서도 세상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살고 있는 종교인들, 잘 모르면서도, 합리적으로 따져 보지 않으면서도 그저 남의 얘기나 듣고 섣부르게 판단하는 이들 속에서 우리 사회는 더 위험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과연 누가 하박국 예언자처럼 위기를 감지하는 초소에 올라가야 할까요? 과연 누가 망대에 자리를 잡고 제 자리를 지키며 주님의 뜻을 따라 정의와 공의를 실천해야 할까요? 하나님의 희망을 말하려면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런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생명사랑 교인들이 예언자가 되어야 하고, 깨인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간토 학살 100주기 추도기도회에서 있었던 일]
지난 9월 6일 수요일 오후 2시에는 간토 학살 100주기를 기리는 추도기도회가 일본대사관 앞에서 있었습니다. 우리 교단이 70주년을 맞이해서 역사의 순례 행사로 기획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도회는 엉망진창 아수라장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엄마 부대와 같은 극우 단체들이 확성기를 틀고 계속 욕을 하면서 방해를 했기 때문입니다. 예배 인도자나 설교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는 상태에서 약 1시간 가량을 극우 단체 회원들의 막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이들의 막말은 대체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김정은 추종자들아! 이 빨갱이들아! 너희가 무슨 목사냐? 너희가 무슨 하나님의 말씀을 말한다고 하느냐? 북으로 건너가라!" 뭐 이런 식이었습니다.
1923년 9월 1일부터 약 이틀 동안 도쿄 일원의 관동(간토) 지방은 리히터 규모 7.9에서 8.3 사이로 추정되는 엄청난 지진의 연속으로 인해서 실로 상상할 수 없는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도쿄와 요코하마 지역, 치바현, 카나가와현, 시즈오카현 등에서 10만 명에서 14만 2천 명 이상이 사망했고, 3만 7천 명이 실종되었습니다. 10만 9천여 채의 건물이 전부 파괴되고 10만 2천여 채는 반파되었습니다. 피해액은 지진 발생 전년도 국민총생산액의 1/3에 이르는 수준이었고, 민심은 동요하고 사회질서가 무너지는 대단히 혼란스런 상황이 발생합니다.
일반인들 사이에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싹트는 가운데, 내무성은 계엄령을 선포하였고, 각 지역의 경찰서에 지역의 치안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하는데, 이때 내무성이 각 경찰서에 하달한 내용 중에 "재난을 틈타 이득을 취하려는 무리들이 있다. 조선인들이 방화와 폭탄에 의한 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조선인이 방화를 하고 있다' '조선인이 부녀자를 강간한다' '조선인이 폭탄을 갖고 습격해 온다'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기 위해 사전에 모의해 폭동에 나섰다'라는 등의 악의적인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일본인들은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히고, 스스로를 지키겠다고 나선 자경단은 "조선인을 죽여라"라고 선동했습니다. 자경단의 상당수는 갑오농민항쟁 학살자이자 3·1민중항쟁 학살자, 독립운동 학살자인 제대군인과 귀향자들이었는데, 그 선동에 평범한 일본인과 일본 젊은이들이 무분별하게 쓸리게 되면서 조선인에 대한 대학살이 벌어집니다.
이때 목숨을 잃은 희생자 수는 약 6,000명 혹은 6,6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추가 자료가 발굴되면서, 희생자가 약 2만 3,058명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었습니다. 이 끔찍한 사건에 대해 일본 정부도 사과하지 않고, 한국 정부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기에 간토 학살 100주기를 맞이하는 올해 우리 교단이 나서서 "어머니의 기도"라는 조형물을 만들고, 억울한 희생자를 추도하는 기도회 후 소녀상 옆에 설치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기도회는 극우 단체들에 의해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조형물은 종로구청과 서울 경찰청 등에 의해 제지당해서 실물을 보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일본 제국의 전쟁 범죄를 비판하는 자리, 극악무도한 대학살에 의해 목숨을 잃은 우리 선조들을 추도하는 자리에 나타나서 빨갱이 타령을 하는 이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우리 정부가 제대로 된 정부라면 일본에 책임을 묻고 스스로 나서서 희생자들을 추도하는 행사를 기획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간토 대학살 추도기도회에 와서 빨갱이 소리를 하는 이들이 얼마나 무지막지 한 인간들 인지를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요?
[의인의 믿음과 주님을 아는 지식]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가 자꾸 이런 상식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저마다 신념이 있고 믿음이 있지만 그 신념과 믿음이 의인의 믿음이 아닙니다. 탐욕과 분노, 혐오와 어리석음에 가득 찬 신념이요, 믿음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데, 가만 보면 주님을 아는 지식은 전혀 없습니다. "할렐루야"와 "욕설"을 함께 외치는 이들이 하나님 나라를 일굴 수는 없는 법입니다. 국군은 모든 외세로부터 자국민을 지키는 것을 의무로 합니다. 일본이든, 미국이든, 중국이든 우리나라에 위협이 된다면 국군은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그들과 맞서야 합니다. 그런데 공산주의 세력 척결해야 한다면서 이념 갈등을 부추기는 정부의 교묘한 속임수 속에서 국민은 계속 분열되고 있고, 국군마저도 휘둘리는 것입니다. 홍범도 장군이 운명을 달리하신 1943년 10월까지 누가 우리나라의 주적이었느냐는 국회의원의 물음에 어물쩡 답변을 흐리는 국무총리를 보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형편입니다.
돈에 눈이 어두워 역사의식도 사라지고, 참되고 선한 것을 쫓으려는 의지 또한 희미해집니다. 이런 시대에 주님만을 신뢰하면서 희망을 간직할 자 누구입니까? 의인의 믿음을 지닌 자는 누구입니까? 주님을 아는 지식이 온 땅에 가득하도록 만들 사람은 또 누구입니까?
다함께 기도하겠습니다.
* 설교 후 기도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 우리를 이끌어 주소서. 이땅에 바른 역사를 세워 주소서. 극악무도한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그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이들을 주님께서 치리하소서. 탐욕에 눈 어두워 소중한 가치들을 내팽개치는 사람들, 혐오 가득한 욕설을 내뿜는 사람들, 무지몽매하여 역사를 우습게 여기는 이들을 주님께서 심판하소서. 우리가 제 자리를 지키게 하소서. 망대 위에 올라 다가오는 시대를 분별하게 하소서. 의인의 믿음을 지키게 하시고, 주님을 아는 지식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잘 견디며 주님께서 이루실 일들을 함께 만들어가게 하소서. 악이 비록 성하여도 희망을 간직하게 하시고, 불의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게 하소서. 그 누구보다 우리 생명사랑 교우들이 깨인 정신을 지니게 하여 주소서.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감사기도, 하나님께 감사하는 기쁨의 소식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거룩하시고 좋으신 하나님! 이 좋은 가을날 우리 모두를 주님의 전에 불러 모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때로 배고픔을 느껴 겸손할 수 있는 마음 또한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에게 영의 양식을 주시고, 우리 맘에 진리를 향한 갈망을 주셔서 또한 감사합니다. 우리가 깨어 있는 마음으로 보고, 느끼고, 듣고, 접촉하는 모든 것에서 거룩한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게 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주님, 우리가 때때로 참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우리를 붙들어 주시고, 넘어져도 일어날 힘을 주소서. 주님의 십자가가 우리에게 위로가 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아시고 모든 것을 허락하신 주의 은총에 감사하여 오늘 우리의 삶과 예물을 드립니다. 우리는 야훼 하나님만으로 충분합니다. 드려진 예물은 꼭 필요한 곳에 써 주소서. 아프고 힘들고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쓰이고,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에게 쓰이고, 나약하고 지친 이들에게 위로의 복음을 전하는 데 쓰이게 하소서.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 파송사
사랑하는 생명사랑교우 여러분! 전국의 성도 여러분! 어깨를 펴시고 똑바로 서십시오. 세상으로 당당하게 나아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깨인 정신으로 살아갑시다. 주님을 아는 지식을 더 쌓읍시다. 의인의 믿음을 지니고 절망하지 말고 굳건히 나아갑시다.
* 축도
잔잔한 물결의 평안이 여러분에게,
흐르는 공기의 깊은 평안이 여러분에게,
고요한 땅의 깊은 평안이 여러분에게,
빛나는 별들의 평안이 여러분에게,
밤의 어두운 그늘의 평안이 여러분에게 있길 빕니다.
달과 별들이 항상 여러분을 비춰주며
평화의 아들, 그리스도의 깊은 평안이 여러분에게 영원히 있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 성 삼위일체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