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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칼럼] 추석명절에 생각하는 3가지 일

김경재 박사(한신대학교 명예교수,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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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추석명절은 연휴를 즐기면서도 '생각 하는 계절'

가을 계절 첫째달 마지막 주 금요일(9월29일)에 추석(秋夕)을 맞이하는데, 연속되는 연휴를 보람있게 보내려고 사람들 마음은 달력을 보면서 셈법하느라 바쁘다. 사회가 도시화 되고 농촌문화는 사라저 가지만, 한국인 마음 속에 추석은 여전히 큰 명절이다. 순수한 우리말로서는 한가위라고 불렀던 이 큰 명절을 한자로 표기하여 추석(秋夕)이라고 쓰고 별 생각없이 그렇게 부르는데 좀 기이한 생각이 든다. 하늘은 높아가고 우마(牛馬) 짐승들도 살이 오른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 이 좋은 계절 명절이름에 왜 하필이면 '저녁' 석(夕)을 쓸까?

생각을 깊이 한 이로서 20세기 한국이 낳은 사상가 유영모 선생의 아호가 저녁 석(夕)자를 연거푸 쓰는 다석(多夕)이다. 그분은 태양이 눈부시게 빛을 발하는 한 낮보다는 '저녁'을 더 중요시한 분이라고 한다. '저녁노을'은 어둠은 아니지만 눈부시게 시각을 자극하지도 않고, 저녁이 깊어가면 낮엔 안보이던 저 멀리 있는 대우주 속의 별들이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추석명절은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먹거리가 부족하여 늘 노심초사하고 쉴 틈 없이 노동하던 우리 조상들에게, 일년먹을 양식을 거두는 수확의 계절이었으니 감사하고, 강강수월래 춤추고 즐거워 할 명절 중의 명절이 추석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추석명절은 연휴를 즐기거나 식욕을 만족시키는 육신의 행복 계절만은 아니다. 추석이라는 한자어를 염두애 두고서 추석명절에 꼭 생각 해야할 3가지 일을 반추해 보면 어떨가?

첫째주제: 고운단풍과 오곡백과의 색갈은 빛, 시신경, 마음의 조합물

첫번째로 생각할 주제는 태양광선 곧 빛의 신비와 가을 과일가게를 눈부시도록 가득 채운 오색 찬란한 과일들의 실체와 색상에 관해서이다. 사과, 배, 복숭아, 귤, 포도, 밤 등 시장이나 대형마트 진열장에서 우리가 만나는 그 과일과 오곡의 아름다운 색상은 본래 그것들이 지니고 있는 색상인가 아니면 우리들 눈과 마음이 빛이라는 신비스러운 물리적 에너지를 받아서 그렇게 보기 때문에 그런 색상을 띄는 것인가?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러나, 과학시대에 살고있는 현대인들은 진실을 알아야 한다.

신뢰할만한 세계의 자연과학자들이 모두 동의하는 진실은 우리를 당혹하게 한다. 우리는 아침 해가 떠 오르면 밝은 한 줄기 빛으로서 이해된다. 그리고 빛이란 본래 밝고 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빛이란 '에너지의 다발' 같은 것이라고 했다. 과학자들은 그것을 광양자 혹은 광자라고 부르는데, 그 광양자 곧 빛은 에너지는 지니지만 질량(무게)은 없고, 입자같은 성질과 파동같은 성질 두가지를 나타내는 원자보다도 훨싼 작은 일종의 '아원자'라는 것이다.

빛 그 자체는 환하게 밝은 것도 아니고 어떤 때는 에너지의 알갱이처럼, 어떤 때는 중국 무술영화에서 보는 손바닥 장풍처럼 작동하는 '에너지 다발'(아인슈타인)일 뿐이다. 비온 후에 무지개나 프리즘에서 빛의 굴절하는 현상으로 여러가지 색깔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빛은 파장이 다른 여러가지 '에너지 다발'들이 인간의 감각적 시신경, 두뇌작용, 그리고 특히 신비로운 인간 마음에 자극을 주어서 밝음과 여러가지 색상을 느끼게 한다.

아름다운 가을단풍과 과일의 색상들이 그렇게 보이고 느끼는 것이라는 점을 양자물리학은 현대인들에게 밝혀주었다. 그러므로 21세기에 과학적 진실 곧 '속 눈을 뜨고서' 주위를 보면 모든 것이 온통 기적이다. 꽃들도 과일들도 그 색상의 다채로움과 모양의 아름다움 모두가 온통 기적이다. 그것을 느끼고 보고 감상하도록 사람을 신묘하게 창조하신 하나님을 찬양해야 하는 이유이며, 추석명절에 생각 해야할 기이한 일중 첫번째 사항이다.

둘째주제: 똥과 퇴비와 먹거리와 생각, 그 4딘계 생명순환의 진실

나는 추석명절에 기분상할지 몰라도 맛있는 송편과 찹쌀 떡, 향기로운 사과와 포도한알, 그리고 지극히 작은 눈동자 안에 밤하늘의 광막한 우주의 별들을 집어넣는 '마음의 신비'를 생각하면서 그것들의 기초적 바닥물체 '똥'을 자주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똥' 이란 더러운 오물이요, 찌꺼기 배설물이요, 냄새나고, 온갖 병균이 득실 거리는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기피한다. 그런데, 가을이 되면 두 가지 일이 생각난다. 첫째는 필자가 소년시절에 보고 느낀 신기하다고 생각한 일인데, 프랑스 와인 제조공장에서 포도주를 숙성시키는 나무통같은 '인분통'에 도시변소에서 인분(똥)을 농부가 퍼담아 가지고 가서 밭고랑과 호박구덩이에 부어넣는 것이었다. 그러면 가을에 밭고랑에서 고구마 고추 등 열매가 더욱 많이 주렁주렁 나오고, 머리통 크기만한 호박이 수확되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퇴비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초가지붕 걷어낸 낡은 볏단과 온갖 지푸라기와 나뭇잎, 부엌 아궁이에서 퍼내온 남은 재, 마당 쓸고난 모아진 쓰레기, 할아버지 사랑방에서 들고나온 요강속의 오줌 등등을 붓고 김이 무럭무럭 날 때까지 쌓아둔다. 퇴비는 논밭 흙을 기름지게 하는 최고의 영양소이다. 함석헌은 <맘>이라는 시 속에서 "마음은 꽃/ 골짜기에 피는 란(蘭) / 썩어진 흙은 먹고자라 / 맑은 향(香)을 토해" 라고 노래하였다. 여하튼 '똥'이 변하여 알곡이 되고 과일이 되고 꽃이 되고 생각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기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앉은뱅이가 일어서고 눈먼 장님이 눈뜨는 기적보다 사실은 더 신비로운 기적인 것이다.

'똥'과 '말씀'과의 불가분리에 대한 깨달음을 40대중반 주일날 설교강단에 오르면서 절감하였다.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증언'을 하려고 예배시간 말씀 강단에 오르는데, 갑자기 내가 말씀만 들고 강단에 서는 것이 아니라, 뱃속에 '똥통'을 함께 가지고 설교강단에 올라있다는 자각을 명료하게 깨달았다. 그 경험은 내게 충격이었다. "아, 똥과 말씀이 아주 가까이 있구나!"

음식이 변화하여 생각하는 힘이 되고, 음식 찌꺼기는 똥이 되고, 생각하는 힘은 성령의 불꽃에 점화되어 '신령한 말씀'으로 타오른다. 말씀 그 밑바닥엔 똥이 있다는 사실은 '성속일여'(聖俗一如) 변증법을 실감나게 해준 사건이었다. 추석명절에 생각해볼 둘째사항은 똥, 오곡백과, 생각, 그리고 말씀과의 거룩한 생명순환 법칙이 아닐까?

셋째주제: 민초들 생명과 고난 그 자체 속에 주님의 현존

마지막으로 추석명절에 생각해야할 사항은, 현대사회에서 인간공동체를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 집단으로 생각해볼 때, '퇴비와 똥'이라고 기피하고 폄훼하는 사람들의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다는 점이다. 사회계층 중에서 딱 집어 이런 분들이 우리사회가 오곡백과를 맺을수 있도록 밑받침하는 '퇴비와 똥'이라고 규정할 순 없다. 그러나, 희생하며 말없이 봉사하며 사회가 배설하는 똥을 치우고, 퇴비로 만들어 생명을 살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의료계 맨 아래 간호사들과 간호조무사들,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교육정상화'를 부르짖는 평교사들, 농어촌에서 생산에 종사하는 민초농어민들, 20대전후 배달원과 파트타임으로 마트를 지키는 젊은 청년들, 쓰레기 치우는 미화원들과 폐지줍는 노인들.... 눈뜨고 보면 그들이 없으면 사회가 돌아가지 않는다. 생명순환이 안된다는 말이다. 막히면 병이고 사회갈등이다.

똥이 말씀이다. 민심이 천심이다. 국민이 나라 주인이다. 끄덕하면 징계, 파면, 해임, 세무사찰, 검찰수사 등으로 겁박주는 오늘 한국사회의 권력자들은 이 뜻 깊은 추석명절에 '퇴비, 똥, 오곡과실, 이념논쟁'에 대하여 생각을 깊이 다시 해보는 추석이 되면 좋겠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우리사회에서 가장 자기 과대망상과 권력 맛에 도취되어 생명과 삶의 실상을 보지 못하고 있다. 맹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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