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구름 떠도는 창공을 저 위 높이 달아매시고
깊은 샘물을 솟구치게 하셨을 때에
바다의 경계를 정하시고 물이 그분의 명을 거스르지 못하게 하시고
땅의 기초를 세우셨을 때에
나는 그 분 곁에서 창조의 명공이 되어
날마다 그분을 즐겁게 하여 드리고 나 또한 그분 앞에서 늘 기뻐하였다"
(잠언 8:28-30)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1851)의 줄거리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소설 속 에어허브 선장은 고래에게 한쪽 다리를 잃었다.
복수하 위해 평생 그 고래, '모디빅'을 찾아다니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흔히 '위대한 미국 소설'로 불린다.
인간과 자연의 투쟁, 나아가
자연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집념을 감동 있게 그렸다나?
『모비딕』이 다시 소환된 건 영화 <더 웨일>(2022)에서다.
'더 웨일'은 말 그대로 '고래'라는 뜻.
주인공 찰리는 사랑하는 이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섭식장애를 앓았다.
몸무게가 272킬로그램에 육박할 정도로 비대해졌다.
'고래'처럼 몸이 무거워진 그의 직업은 온라인 글쓰기 강사.
그는 딸 엘리가 쓴 『모비딕』 감상문이 최고의 에세이라고 믿는다.
"선장 에이허브는 다리 하나가 없고 어떤 고래에게 앙심을 품고 있다...
그는 평생을 그 고래를 죽이는 데 바친다. 안타까운 일이다.
고래는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에이허브도 참 가엽다
그 고래만 죽이면 삶이 나아지리라 믿지만, 실상은 그에게 아무 도움도 안될테니까."
엘리의 감상문은 '위대한 미국 소설'을 오독한 것처럼 보인다.
나아가 '위대한 미국 정신'을 모독하는 것 같다.
하지만 새겨들으면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자연과 화해하지 못한 인간의 독선과 무능을 신랄하게 고발한다.
에이허브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아합 왕의 영어식 발음이다.
아합 시대는 외견상 북이스라엘의 전성기였지만, 하나님의 평가는 달랐다.
우상 숭배를 일삼아 하나님의 진노를 샀다.
소설 속 고래가 문명을 파괴하는 일그러진 우상의 상징이라면
아합의 고래는 무엇이었을까?
또 오늘 우리가 허망하게 좇는 고래는 무엇일까?
주님,
고래를 좇다가 고래에게 잡아먹히고 만 인간의 어리석음을 곱씹어봅니다.
우리가 헛된 욕망에 영혼을 팔지 않게 하소서. 아멘
기획/글: 기독교환경교육센터_살림/ 구미정
※ 본 글은 기독교환경교육센터_살림의 2023 창조절 여덟째 주 묵상레터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