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박영돈 목사(작은목자들교회)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타성에 잦어 기계적으로 사역에 임하는 목회자들에게 경각심을 던져주는 메시지를 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글에서 박 목사는 "목회에 성공할만한 자질과 은사를 갖춘 목사는 하나님을 위한 불경건한 야망과 열심에 사로잡히기 쉽다"며 "자신의 설교와 매력에 끌려 사람들이 모여들어 교회가 성장할 때 그런 열심의 불길은 좀처럼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른다"고 지적했다.
또 "그와는 반대로 목회 성공의 특별한 재능과 실력이 없는 목사는 게으름과 타성에 젖어 주의 일을 하기 쉽다"며 "주의 교회와 백성들을 섬기는 열정과 사랑을 의무와 직업의식으로 죽이고 구태의연하게 목회 일을 꾸려간다"고 덧붙였다.
일상성이라는 함정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냈다. 그는 "목회는 사람들이 획기적으로 변화되고 교회가 부흥하는 신나고 흥분된 일의 연속이 아니라 기나긴 세월 별로 새로운 것이 없이 반복되는 목회의 일상, 설교하고 교인들을 돌보고 섬기는, 어쩌면 인간적으로 매우 힘겹고 지리한 과정을 감내해야 한다"며 "그러니 처음에는 열정과 사명감에 불타서 목사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도 오래 가지 못해 그 불이 사그라져버리고 꾸역꾸역 목회를 태워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목회 현실이 녹록치 않지만 구태의연한 목회를 지양하는 목회자 유형도 소개했다. 그는 "오직 성령이 주시는 오래 참음의 사랑과 열정으로만 이 힘든 목회의 여정을 변함없는 열심과 성실함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감사하게도 그런 목사를 자주 본다. 내가 아는 어떤 목사는 40명 정도 모이는 오래된 교회에서 돕는 교역자 없이 혼자 매일 새벽기도회, 수요예배, 주일 오전과 오후 예배 설교를 다 하며 심방하고 교회들을 돌아보는 일을 한결 같이 성실하게 한다. 그렇게 섬길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해한다"고 했다.
아울러 "도시의 큰 교회에서도 목회를 잘할 만한 실력과 인품을 갖추었는데도 연로한 교인들만 남아 있는 시골 교회에서 20년 넘게 노쇠한 분들을 자식처럼 섬세하게 돌보며 섬기는 목사를 나는 잘 안다"며 "대단한 업적을 이루고 능력을 행하는 이보다, 설교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이보다 그들이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능력과 은혜에 사로잡힌 이들, 세상이 흉내 낼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목사들이 있어 주님이 한국교회를 버리지 않으실 것이다"고 덧붙였다. 해당글은 459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공감을 표시하는 댓글도 다수 달렸다. 한 페이스북 친구는 "이름없이 빛도 없이 섬기다 주어진 사명지에서 충성하다가 주님 부르실 때 미련없이 떠날 수 있는 그런 목사가 되길 소망한다"고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