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공양(燒身供養). 진리를 위해 몸을 불태워 공양한다는 뜻이다. 지난 11월 29일 오후 7시 자승 스님이 칠장사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가운데 이를 두고 조계종이 자승 스님의 죽음을 가리켜 '소신공양'이라는 메시지를 냈다.
이에 대종단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성직자의 극단적 선택을 미화해 불교 신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조계종 스님을 대상으로 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지난 2일 조계종 소속 승려 461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여 총 276명의 응답을 받았다며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자승 스님의 죽음에 대해 '불자들을 깨우치고자 부처님께 공양 올린 소신공양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6.9%에 그쳤다. 반면 '막후 실권자에 대한 영웅 만들기 미사어구일 뿐이다'(93.1%)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자승 스님이 한국 불교에 미친 영향을 물은 결과, '종단 안정과 불교 중흥을 위해 노력한 큰 스님이디'라는 응답은 6.2%에 그쳤으며 '끝없는 정치적 욕망과 명예를 추구한 사람이다'라는 응답이 93.8%로 많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자승 스님의 장례를 종단장으로 치루는 것에 대해서는 '종단장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12.7%, '종단장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87.3%였다. 이 밖에 향후 상월결사는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물은 결과, '상월결사는 계속 활동하게끔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이 9.1%, '상월결사 재산은 종단 등으로 귀속하게 해체해야 한다'는 응답이 89.9%였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소신공양은 자신의 몸뚱이에 집착이 없는 덕 높은 수행자가 할 수 있는 것이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순수한 믿음으로 정직하게 사는 수행자가 할 수 있는 것이다. 소신공양의 전형적인 모습은 거리에서 여법하게 분신한 베트남의 틱광툭 스님이 있고, 티벳 독립을 위해서 수 백명의 티벳인들이 거리에서 분신했던 것에서 소신공양의 진정성을 볼 수 있다. 사찰의 전각을 태우면서 자살한 자승의 자살을 소신공양이라고 미화하는 것은 불자들에게는 삿된 수행을 장려하는 꼴이고, 이교도들에게는 사찰의 방화를 부추기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조계종을 찾아 자승 스님을 조문했다. 윤 대통령은 조문록에 '중생의 행복을 위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펼쳐 주신 큰 스님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고 적었다. 정부는 자승 스님의 한국 불교의 안정과 화합을 이끌고 국민화합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