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원장 신승민 목사)이 오는 13일 오전 10시 30분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기독청년 인식조사: 가치관, 마음, 신앙' 결과발표회를 갖는 가운데 조사결과 중 기독청년의 사회의식에 대한 분석이 눈길을 끌고 있다.
본지가 미리 입수한 발표문에 따르면 해당 주제 발제를 맡은 정경일 박사(성공회대)는 "이번 조사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현실에 대한 기독청년의 인식을 알아보는 한편, 불공정, 불평등, 혐오 등 부정적 사회 경험에 대한 기독청년의 감정을 살펴보았다"며 "전체적으로 기독청년이 정치적 현실에 대한 불만, 경제적 상태에 대한 불안, 불공정과 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 박사에 따르면 한국 정치 현실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는 불만족이 73.7%로 높게 나타났고, 정치인에 대한 신뢰 정도에서도 불신이 76.6%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또 한국 정치가 청년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도 70%가 부정적 인식을표시했다. 한국 정치가 기독청년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정 박사는 그러나 "기독청년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사 대상 청년 중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7.5%로, 관심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 21.9%보다 배 이상 높았고, 2024년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유권자로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자도 83.2%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응답자 10.5%보다 크게 높았던 것.
이 밖에 정치적 의견 차이로 갈등하게 되는 상대에 반감을 느낀다는 기독청년은 71%로,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강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정 박사는 "정치는 사라지고 정쟁만 남은 사회에서 기독청년도 갈등과 반감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사회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는 응답자 다수인 65.6%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한국사회의 불공정 영역에 대한 조사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선택한 것은 '소득 및 자산'으로, 기독청년의 가장 큰 사회적 불공정 인식이 경제 생활과 관련된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기독청년들이 불공정을 경험했을 때 느낀 감정은 분노가 가장 많았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분노 정도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이는 대부분의 부정적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다.
특히 기독청년이 직접 경험한 불평등 영역은 사회적 지위, 경제, 성, 세대 등인데, 이 네 영역의 경험이 모두 7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 박사는 "이는 기독청년이 겪는 불평등이 매우 '구조적'이라는 사실을 가리킨다"고 밝혔다.
특히 여성과 경제적 하위층처럼 사회·구조적으로 취약한 조건의 청년일수록 불평등을 더 많이, 더 심하게 경험하는 것도 나타났다. 불평등을 경험할 때 기독청년의 반응 감정에서도 분노가 가장 많았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정 박사는 "이번 기독청년의 정치, 경제, 사회 경험과 관련된 감정을 조사하며 확인한 것은, 여성과 경제적 약자의 분노와 좌절이다"라며 "이들의 분노와 좌절은 단지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가부장제 사회, 신자유주의 사회의 구조적 차별과 불평등을 부당하게 체험하며 생긴 정당한 감정이다. 그러므로 기독청년의 분노와 좌절을 존중하면서 그런 감정을 생겨나게 한 정치, 경제, 사회 구조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사회와 교회의 노력이 절실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