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집단적 가치 유형에서 기독청년 10명 중 7명 이상이 진보적 성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원장 신승민, 이하 기사연)이 (주)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1월 8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개신교 남녀 1000명을 상대로 가치관과 마음, 신앙에 대한 '기독청년 인식조사'를 한 결과다.
기사연은 13일 오전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결과 발표회를 개최한 가운데 김상덕 박사는 '기독청년의 정치 및 신앙 성향'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 중 정치 성향을 △이념적 가치 △집단적 가치 △대안적 가치 등 세 가지 기준으로 구분했다. 또 신앙 성향은 △개인적-사회적 △교회중심-개인중심 등의 유형으로 구분했다.
조사에 따르면 기독청년의 정치 성향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유형은 집단적 가치로서 보수-진보였으며 기독청년 다수인 78.2%가 진보적 성향을 보였다. 보수적 성향은 21.8%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김상덕 박사는 "기독청년은 집단적 권위나 질서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이념적 가치 유형에서는 보수 42.8%, 진보 57.2%로 나뉘어 진보적인 성향이 약 15% 정도 높게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대안적 가치 유형에서는 보수 51.4%, 진보 48.6%로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김상덕 박사는 "기독청년은 여전히 물질적 가치와 탈물질적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이들은 사회적 맥락에선 탈물질적 가치를 지향하는 듯 보이지만 개인적 경험에서는 물질적 가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하겠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 기독청년의 신앙 유형도 전반적으로 진보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여기서 신앙의 진보란 '개인영성'보다 '사회참여'적인 신앙 그리고 '교회중심적'인 신앙 보다 '개인중심'의 산앙 형태를 더 선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독청년의 신앙 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교회 출석자'와 '가나안 성도'와의 차이에서 드러난다. 김상덕 박사는 "'가나안 성도'의 경우, '교회 출석자'보다 두 유형 모두에서 '진보적 신앙' 성향을 보인다. 즉, 개인적인 신앙보다 사회(현실)적인 신앙을 선호하고 교회(교단/제도) 중심의 신앙보다 개인 중심의 신앙을 지향한다는 의미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개인 중심의 신앙을 지향을 가리켜 "소위 '신앙이 좋다'거나 '신앙이 깊다'는 의미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며 "기독청년 응답자 스스로 자신의 신앙 단계를 1단계부터 4단계로 구분하도록 했는데 '가나안 성도'와 가장 유사한 신앙 유형은 신앙 '1단계 (기독교입문층)'와 가장 유사하다. 이 결과는 여러 추가적인 해석이 필요한 지점으로서기독청년 중 가나안성도에 대한 이해를 제공해주거나 그들의 관심사나 필요를 보여주는 자료일 수 있다"고 했다.
김 박사는 또 "기독청년 가운데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규정하면서도 교회에는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 성도'에게 전통적인 교회와 그 안에서 공유되는 담론이나 실천이 잘 맞지 않아서 이탈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라며 "그 원인이 어떻든 한국교회는 단지 신앙이 좋은 소위 '착한 청년'만을 위한 소통방식을 넘어 새롭고 다양한 신앙의 성향(혹은 필요)을 가진 기독청년들과 호흡하고 함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한편 기사연 원장 신승민 목사는 이날 인사말에서 "한 때 한국교회는 청년들이 참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버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두 가지만 말씀드리면 첫째, 교회가 청년들의 종교적, 영적 갈급함을 만족스럽게 채워주지 못했다는 것이고 둘째, 대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교회가 비전과 희망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조직이고 청년 없이는 미래를 만들 수 없다. 지금 한국교회는 청년들의 귀환을 위해 그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라며 "이번 기사연의 인식 조사가 교회와 사회의 청년 지도력을 길러내는 일에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