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청년의 감정을 조사하는 설문 문항 중 자신의 삶을 평가하는 질문에 "행복하다"고 답한 이들이 43.5%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원장 신승민, 이하 기사연)이 (주)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1월 8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개신교 남녀 1000명을 상대로 가치관과 마음, 신앙에 대한 '기독청년 인식조사'를 한 결과다.
'기독청년의 마음: 감정, 관계, 공동체'를 주제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송진순 박사(이화여대)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기독청년의 감정 문제가 다뤄진 것은 감정이 비단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송 박사는 "최근 사회문제의 근저에 흐르는 부정의 감정이 범죄로 표출되고 사회 전체의 경직성으로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개인 차원이 아닌 국가와 공동체 차원의 인식과 대응이 요청된다"며 "이처럼, 현재 사회 구성원의 감정에 관심을 갖는 것은 사회제도와 체제 근저의 문제를 보는 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감정은 인간 자신과 타자 그리고 세계에 대한 1차적 반응이자 동시에 인간의 사고, 사회의 규범과 긴밀하게 관련된다. 그것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어떠한 행동과도 연결된 것으로, 가치있는 관계와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는 기제가 된다"고 전했다.
'기독청년의 감정'에 주목한 조사는 크게 네 개의 항목으로 구성됐다. 첫째, 기독청년 자신의 삶의 모습을 감정을 통해 진단하고, 둘째, 생활 만족도와 그 이유를 파악하고, 셋째, 교회와 사회에 대한 인식 넷째, 구체적으로 기독청년이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차원에서의 만족도/외로움/불안/분노에 대한 평가를 다뤘다.
먼저 기독청년 삶에 대한 평가 항목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행복함, 불안함, 지루함, 외로움, 우울감, 분노' 등 여섯 가지 감정을 구분해 그 동의 정도를 물은 결과 '행복하다'에 대한 동의율이 43.6%로 나타났으며 '불안감'(38.5%), '지루함'(34.0%), '외로움'(27.6%), '화남(25.8%) 등의 순으로 동의율이 나타났다.
삶의 만족을 나타내는 감정에서는 정치성향, 봉사여부, 직분 등이 영향력있는 변수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신앙 정도, 소득 수준의 정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경제 수준 즉,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행복 감정은 높았고, 불안, 지루함 우울, 외로움, 분노 감정은 낮았다. 신앙 정도에서도 그리스도 중심층이 기독교 입문층 보다는 긍정 감정이 높고, 부정 감정들이 낮게 조사됐다.
교회에 대한 인식도 물었다. 조사 결과 청년들에게 교회는 2명 중 1명이 안전하다고 말할 정도로 비교적 안전한 공동체이고, 10명 중 4명은 평등하고 정의로운 공동체라고 생각되었다. 특이할 점은 교회의 평등과 정의로움의 정도는 서울 지역(26.4%/24.9%), 진보 성향(25.4%/24.2%), 낮은 소득 수준(25.1%/22.4%))에서 '그렇지 않다'는 부정의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다.
사회에 대한 인식은 교회와 비교해 전체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신체적 안전'과 '정서적 안전'에 대한 동의율은 각각 29.6%, 25.0%로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더 높았으며, '평등'과 '정의'에 대해서도 동의율보다 비동의율이 높았다. 절반 이상이 사회는 '불평등하며 정의 롭지 못 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평등'과 '정의' 정도 역시 교회/기독교 공동체보다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특히 여성, 나은 소득 수준, 진보 성향, 교회를 떠난 사람들은 사회가 평등하지 않다는 인식이 더 높았다.
송 박사는 "기독청년들에게 교회와 사회에 대한 인식은 다음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극명한 차이가 나타난다"며 "교회는 전체적으로 안전하고 평등하고 정의로운 공동체로 인식되는 반면, 마음을 터놓을 친구를 제외하고는 교회와 다르게 인식되고 있다. 이는 교회와 세계에 대한 대조적 인식은 전통적으로 교회가 갖는 이분법적 시각과도 연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기독청년이 평소 생활에서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차원에서 어떻게 느끼는지도 물어다. 조사 결과 특히 외로움은 성별, 연령, 신앙 정도가 변수가 되지 못했다. 다만 '사회와 교회에서 고립감과 자신을 무용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부정적 인신은 학력이 낮고(21.2%), 소득 수준이 낮으며(22.4%), 생활 불만족하는 사람(29.3%)에게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나는 쓸모있고 인정받는 존재라는 자기 긍정의 인식은 학력이 높고(69.3%), 소득수준이 높을수록(76.8%), 신앙 정도가 높을수록(81.3%) 높았다. 이에 송 박사는 "기독청년에게 자기 긍정과 부정의 감정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는 경제적 격차이며, 교회에서는 물리적 조건을 신앙의 눈으로 해석하는 신앙의 정도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 발표를 마치며 송 박사는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나듯이, 부정 감정 대부분은 학력, 소득 수준, 신앙 정도와 깊은 연관을 갖는다. 이는 청년들의 부정 감정이 이미 사회 규범에 의해 구조화 되었듯이, 새로운 사회 구조와 규범을 통해 언제든 다른 감정으로 세계와 조율 가능하다는 가능성도 시사한다"며 "구체적으로 신앙 정도가 높을수록 긍정의 감정- 자기 인정, 타인과의 관계, 생활 만족감, 미래에 대한 기대감, 자기 회복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또 "외로움, 불안, 분노의 마음, 이 세계에서 쓸모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자기 부정 인식을 가진 청년들이 교회 공동체에서 자신의 공허함과 쓸쓸함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교회를 이탈하고, 나아가 세계에서 스스로는 추방하는 방식을 선택한다면, 그것이 낮은 수치였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라며 "다수 청년들은 개인 구원과 신앙의 성숙을 교회의 주요 본질로 이해하고 있으나, 그것 이상으로 교회의 본질은 좌절과 실패로 인한 고립, 소통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 인정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데서 오는 분노, 경제적 취약성에서 오는 불안에 대해 서로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서로 도우며 살림으로 공동체의 상호호혜적이고 자발적 코이노니아를 회복하는 것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