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기독교신자 하동기씨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선언 기자회견'에서 연세대 신학과에 재학 중인 하동기씨가 병역거부 선언을 하고 있다. 하씨 오른쪽은 연세대 신과대학생들. ⓒ김정현 기자 |
연세대학교 신과대 학생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하라”며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13일 오전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기독교신자 하동기 병역거부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병역거부자 하동기씨(26)를했다. 하 씨는 이 대학 4년에 재학 중이다.
국내 개신교권에서 이 같이 ‘집단적’으로 병역거부권을 호소하고 나서기는 이번이 거의 처음이라 주목된다. 지금까지 국내 병역거부 이슈는 한 해에 500명이 넘는 병역거부자들을 배출하고 있는 ‘여호와의 증인’에서 주로 다뤄져 왔다.
연세대 신과대 학생회장을 지내기도 한 하씨는 입영일이었던 지난 7일 병무청에 병역거부를 통지했으며, 현재 경찰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출석교회는 없으며, “사랑의교회, 안산동산교회 등을 다녔는데 교회 성향이 나랑 맞지 않아 그만 뒀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하씨는 병역거부 이유를 ‘전쟁에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어떠한 전쟁도 모든 사람을 지킬 수 없으며, 어떠한 전쟁도 진정한 평화를 보장하지 못한다. 그래서 저는 모든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병역거부 결심은 2006년 평택에서 미군기지 확장 반대 운동을 하면서 하게 됐다. 하씨는 “그곳에 있던 군인들과 경찰들의 눈빛은 분노와 증오의 감정에 휩싸여 있었다. 스무 살 남짓의 청년들의 일선에 내세우고 그들의 뒤에 선 간부급의 사람은 ‘X 소대, 너희 동료가 맞고 있다.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건가!’라며 폭력을 선동했다. 누군가는 방패에 맞아서, 누군가는 돌에 맞아서, 누군가는 곤봉에 맞아서 피를 흘리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며 당시 경험이 자신에게는 ‘작은 전쟁’ 같았다고 말했다.
하씨는 “인생의 한 걸음이라도 예수께서 가셨던 길을 따라서 평화와 사랑의 걸음을 걷는 것이 내 인생에 있어 최고의 가치”라며 말을 맺었다.
이어진 지지발언에서는 NCCK 정의평화위원회 정상복 위원장,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이영 회장,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등이 발언했다.
정상복 위원장(NCCK 정의평화위원회)은 작년 12월 대체복무제 도입이 돌연 연기되어 하씨와 같이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감옥에 가는 사례가 계속 양산되고 있다”며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양심을 선언하는 불행한 일들이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NCCK는 앞으로 적극적으로 이 운동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NCCK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찬성하는 입장을 꾸준히 표명해왔으며, 지난 6월에는 이 문제에 관해 해외 기독교에서 공식 발언한 것을 모은 책자를 번역 발간하기도 했다.
양심수의 가족들로 구성된 인권단체인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의 이영 회장은 “사실은 우리도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그러나 사정을 듣고 보니 그런 청년들이야말로 인간의 가슴에 총을 겨눌 수 없다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장래희망이 목회자인 하씨는 “이번 일로 목회자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불확실해졌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며 살 것이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에는 연세대 신과대 학생들로 구성된 ‘종교극예술연구회’가 병역거부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앞으로 하씨는 후원회의 지지를 얻어 행보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조창근씨(연세대 신과대 3)는 “양심적 병역거부 및 대체복무제에 대한 뜻을 알리기 위해 세미나와 공연 등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병역거부권을 주장하는 각종 사회단체 34개로 구성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주최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