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민중과 프롤레탈리아 개념은 어떻게 다른가?

레비나스와 민중신학 비교 고찰 연구 논문 발표돼

revinas
(Photo : ⓒwww.flickr.com)
레비나스

민중신학과 레비나스의 철학을 비교 고찰한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김성호 박사(한신대 겸임교수)는 「신학사상」 최근호(제203집)에 발표한 논문 '민중신학과 레비나스'에서 레비나스와 민중신학 사이에 대화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며 이를 네 가지로 비교 고찰했다.

김 박사는 민중신학과 레비나스를 비교 연구하기에 앞서 민중신학을 우상화하는 경향을 우려하며 "민중신학자 서광선은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빌어 민중신학은 인식론적 '사다리'의 기능을 한다고 했다. 이것은 민중신학 자체가 진리는 아니지만 민중신학은 하나님의 실체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도구라는 의미다"라고 전했다. 민중신학의 인식론적 기능에 주목하며 그 자체의 목적화를 경계한 것이다.

김 박사에 따르면 민중신학과 레비나스의 대화지점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민중신학과 레비나스의 민중과 프롤레탈리아 개념 정의 비교였다. 그는 "민중신학자들은 다소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민중을 프롤레타리아에 국한시키지 않고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소외되고 억압받는 모든 사람들로 정의하며, 특히 민중을 역사 변혁적 주체로 상정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레비나스는 "민중의 정신과 민중을 향한 지식인의 투쟁을 옹호했고, 비록 레비나스의 타자가 반드시 민중이 아니라 해도 타자의 얼굴을 통해 타자는 무국적자, 이방인, 가난한 자, 프롤레타리아, 고아와 과부, 거지 등 민중임을 밝혔다"고 그는 전했다.

김 박사는 또 " 레비나스는 시편 104편에 대한 해석을 통해 노동과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더 나아가 민중신학이 보는 역사 변혁적 주체로서의 민중의 모습처럼 프롤레타리아에게서 적극적이고 책임적인 민중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민중신학의 민중과 다소 다르게 어쩌면 금욕적으로 보일 혁명가적 모습을 기대하는 것 같다. 이런 혁명가적 모습은 선(善)에 대한 애정에 봉헌된 절대적 나실인의 모습, 절대적 청년의 모습에 가까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이어 두 번째로 민중신학에서의 그리스도와 이웃을 레비나스의 이웃 및 그리스도와 비교 고찰했다. 그는 특히 "서남동과 레비나스의 공통점은 양자가 이웃의 얼굴에서 신(그리스도)의 얼굴을 보고, 타자의 절규에서 신(그리스도)의 말씀을 듣는다는 것이다. 레비나스는 물론 케리그마적 그리스도와 우주적 그리스도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세 번째로 민중신학의 민중과 메시아를 레비나스의 메시아 또는 메시아주의와 비교 고찰했다. 그는 "레비나스에게서 타자들의 고통과 세계에 대해 책임적인 사람이 메시아 또는 메시아주의다. 그러므로 안병무의 자기 초월적 민중 메시아나 서남동의 메시아적 역할을 담당하는 민중 메시아 담론은 레비나스의 메시아 담론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레비나스와 강원돈을 비교하며 "레비나스의 신은 강원돈이 말하는 바, 전통적인 초월적 신에 가려져 은폐된, 역사적 현실 속에서 구현되는 하나님의 존재방식과 일치한다"며 "그러나 강원돈이 존재론적으로 노동자를 하나님과 동일화하지 않고, 양자를 동일시할 경우에만 레비나스와 상통할 것이다. 왜냐하면 레비나스에게서 타자는 신의 흔적이지 타자가 곧 신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16세기 칼뱅은 충분히 진화론적 사유를 하고 있었다"

이오갑 강서대 명예교수(조직신학)가 「신학논단」 제117집(2024 가을호)에 '칼뱅의 창조론과 진화론'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 의미 밝혀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을 중심으로 집단리더가 구조화된 집단상담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를 통해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학철 교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 부정하는 이유는..."

연새대 김학철 교수(신학과)가 상당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을 부정하고 소위 '창조과학'을 따르는 이유로 "(진화론이)자기 신앙의 이념 혹은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모호성을 극복하는 원효의 체상용의 삼위일체론

아우구스티누스 사상과 원효의 체상용의 불교철학 사상을 비교 연구한 글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손호현 교수(연세대 신과대학)는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