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국전쟁>이 관람객 7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을 기록하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한 이 영화는 이승만의 농지개혁,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등 이승만의 공을 부각시켰다.
이에 반해 장기집권을 위해 3.15 부정선거를 저지르는 등 정치적 야욕에 눈이 멀었던 독재자적인 모습은 들추어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이승만을 미화시킨 편향된 영화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체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을 부각시키면서도 과에는 전혀 비중을 두지 않았다는 비평이었다.
실제로 해당 영화에는 한 관계자의 "이승만 전 대통령은 독재자가 아니었다"는 인터뷰 진술마저 등장한다. 이 때문에 일부 지식인들은 "건국전쟁은 쓸데없는 영화다" "건국전쟁 보는 내내 욕설을 참을 수 없었다" 등의 관람평을 남기며 심지어 잠재적인 영화 관람객을 향해 영화를 보지 말 것을 당부하기까지 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영화 관람 여부와 지도자의 공과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평가하는지는 개인의 자유 문제인데 그것을 통제하려드는 것은 또 다른 역사 왜곡의 가스라이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독재자'라는 이름으로 이승만의 공을 폄훼하는 것도 또 '건국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이승만의 과를 눈 감아주는 것도 모두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 왜곡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 특정 이념에 대한 숭배 의식임을 부정할 수 없다.
특정 이념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가히 종교적이어서 종종 이러한 이념이라는 잣대는 사람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등 선악 가치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는데 그 부작용은 사람을 편가르고 갈라치기 하여 특정 이념에 동의하지 않는 타자들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 시킨다는 점에 있다.
때문에 자본주의 또는 사회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이러한 이념을 절대 가치로 신봉하는 세력에게는 다른 이념 체계를 갖고 있는 상대방은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걸림돌에 불과하다. 그래서 말 보다 죽창을 드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특정 이념을 숭배하는 자들은 자아도취적이면서도 자기 기만적이기 때문에 이율배반적 태도를 곧잘 보인다. 이승만 독재는 비판하면서도 북한의 3대 세습 정권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못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성장을 칭송하면서도 유신 독재에는 침묵을 지키는 것이 그 좋은 예다.
오늘날 신앙인들 중에서도 신앙의 판단을 이념에 맡기는 이들이 더러 있다. 신앙 보다 이념을 앞세워 이념을 우상화하는 이들 이념의 우상 숭배자들은 특정 이념으로 타자의 신앙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며 정죄하기 일쑤다. 종교 중독과 다를바 없는 이념 중독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