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을 맞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종생 총무)가 시험대에 올랐다.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여하기로 한 NCCK가 연합예배 장소가 부자세습을 한 명성교회(담임 김하나 목사)로 알려지면서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교회와 사회의 관계와 소통을 위해 집단 지혜를 모으는 차원에서 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100주년을 맞은 NCCK의 연합과 일치의 정신을 되새기는 등 연합운동의 열기를 한껏 끌어올렸지만 찬물이 끼얹어진 모양새다.
NCCK 여성위원회를 비롯해 에큐메니칼 진영의 그룹에서는 장소가 변경되지 않는 한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일제히 발표했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NCCK는 22일 오후 2시 긴급 실행위원회를 열고 부활절 연합예배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을 하지 않기로 결의할 경우 교계 연합기구 간 연합운동 리더십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대 결의를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번복하는 등 경솔한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반대로 부활절 연합예배 참석을 결의할 시 명성교회 부자세습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대열에 동참함으로써 기득권에 저항하는 NCCK의 정체성 훼손이 우려된다.
특히 이번 부활절 연합예배에는 대통령 등 주요 정치인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이는데 교회 권력과 정치 권력이 결탁하는 욕망의 놀이터에 NCCK가 들러리로 소모되는 것은 부활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어느쪽이든 비판은 불가피하다. 선택은 NCCK의 몫이다. 친명성교회 인사로 불렸지만 명성교회와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NCCK 사업을 총괄해 온 김종생 총무가 부활절 연합예배 참여 문제로 취임 후 두 번째로 시험대에 올랐다. 김 총무를 비롯한 NCCK 실행위원들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