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개신교회의 위선적 이미지, 영화적 재료로 각광 받아"

장신대 성석환 교수, '기독교 사상' 특집 '영화와 한국 기독교'에 실은 글에서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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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제공= 넷플릭스)
▲'마스크걸'

"종교에 대한 영화의 상상력은 이중적이다. 한편으로 종교의 부재, 신비의 부재에 대한 신랄한 비판임과 동시에 '종교적인 것'에 대한 대중의 상실감에 기대어 철저히 상품화하려는 욕망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에서 대중영화와 개신교회가 벌이고 있는 치열한 투쟁은 1990년대 문화전쟁의 연장선상으로만 보기에는 개신교회 측의 반격이 너무도 미미하다. 영화의 상상력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는 개신교계의 무력감이 이제는 일상화되었다."

장신대 성석환 교수가 '기독교사상' 최신호(3월)에 '대중영화와 드라마에 폭로된 개신교회의 민낯, 반전은 가능한가'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 중 일부다. '영화와 한국 기독교' 특집으로 실린 해당글에서 성 교수는 영화와 기독교의 관계를 성과 속에 빗대어 설명하며 양자 간의 긴장 관계가 무너질 때 나타나는 종교적 소외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성속의 구분에서 오는 긴장감이 때로 차별의 기원이 되기도 하나, 돈과 권력의 횡포를 차단하고 신 앞에 고루 평등한 인간의 존엄을 드러내는 데에는 세속이 결코 침범할 수 없는 거룩한 영역과의 긴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이 긴장이 무력화되면, 종교는 이데올로기나 체제로 전락하고 장사치나 거짓 예언자들의 놀이터가 되고 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성속의 긴장이 사라지고 거룩한 종교적 공간들의 신비감이 사라질 때, 대중문화는 사라진 종교를 '종교적인 것'으로, 희미해진 거룩을 '거룩한 것'으로 물질화하고 상품화하는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한다"며 "종교에 대한 조롱과 야유의 방식이 노골적일수록 사라진 성속의 긴장에 대한, 신비의 부재에 대한 상실감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깊어진다. 해체나 교란의 포스트모던 기획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종교적인 것'에 대한 대중문화의 비판은 기성 종교를 전복하고도 남을 만큼 위태롭다. 특히 영화는 종교와 벌이는 상징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종교에 대한 영화적 상상력의 이중적인 면도 부각시켰다. 종교의 부재와 신의 부재를 재료로 삼는 영화가 동시에 '종교적인 것'에 대한 대중의 상실감에 기대어 그 '종교적인 것'을 철저히 상품화하려는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사라진 신비의 공간을 조롱하고 종교적인 것을 상품으로 내놓고 있는 대중문화의 전략에 개신교회는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성 교수는 "대중영화는 개신교회의 상징을 조롱하며 무차별적으로 상품화하지만, 개신교회는 여전히 '종교적인 것'을 본래의 거룩과 신비로 돌려놓을 역설의 그리고 역전의 열망이 없어 보인다"며 "문화 엘리트들이 자신들을 팔아 대중문화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멸망해가는 자신들의 왕국에 갇혀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영화 '친절한 금자씨', '밀양',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수리남' 등에서 개신교회의 위선적 이미지가 영화적 재료로 각광받게 된 점을 꼽으며 종교적인 것을 희화화 하고 조롱하는 것이 영화 흥행의 치트기가 되고 있는 현실을 고발했다.

특히 '퀸메이커' '마스크걸'에 대해서는 "개신교회의 구성원들은 모조리 악당이다. 성직자부터 신자까지 모두 위선자이며 이중인격자이다. '퀸메이커'에서 목사는 권력의 요구에 순응하며 돈과 명예를 맞바꾸는 일에 종교적 권위를 이용한다"고 했으며 "'마스크걸'에서 종교적 헌신이 뛰어난 이들은 겉으로는 신실해 보이지만, 약자와 억울한 이들 위에 군림하고 의로운 사람인 척 위선을 떤다. 선악의 드라마틱한 반전과 역전을 위해 개신교인들의 위선적 언행만큼 설득력 있는 재료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기독교 영화는 없으며 다만 기독교적 해석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한 성 교수는 "영화는 오늘의 시대를 가장 빠르고 민감하게 반영하고 재현한다. 만약 영화가 말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래서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자 한다면 개신교회는 어찌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개신교회의 각인된 이미지를, 개신교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전복할 새로운 내러티브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단이 만든 헌법을 무시해가면서 당당히 세습을 하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성직자의 범죄가 만연한 교회, 돈과 권력에 아부하는 고위 성직자에게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는 교회, 대중영화는 이러한 개신교회를 문제적 캐릭터로 캐스팅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대중영화를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반전을 이룰 수 없다. 개신교회가 희생과 섬김의 공동체로, 그래서 종교 본연의 가치인 '거룩과 신비'를 대표하는 공동체로 현대인의 일상에서 각인될 때, 비로소 반전의 기회는 올 것이다. 과연 가능할 것인가?"라며 글을 맺었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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