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종교인 10명 중 4명(38%)이 '신' 또는 '초월적 존재'를 믿고 또 47.2%가 '사주가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연구소)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무종교인의 종교 의식'이라는 '목회데이터포럼'을 개최한 연구소 측은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종교사회학)와 함께 기독교 조사 전문기관인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13일까지 현재 종교를 믿지 않는 전국의 만 19세 이상 무종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신 혹은 초월적 존재를 믿는지에 대한 질문에 33.7%는 '신의 존재는 믿지 않지만 초월적인 힘은 존재한다'고 응답했고, 26.1%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으며, 초월적인 힘도 없다'고 응답했다. 이 두 응답을 합한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는 비율은 59.8%였다.
한편 '신의 존재를 믿는다'(4.6%)는 응답과 '초월적인 힘이 존재한다'(33.7%)는 응답을 합한 비율, 즉 '신 혹은 초월적 존재'를 믿는 비율은 38.3%였다. 목데연은 "무종교인이라고 하더라도 3명 가운데 1명 이상은 신을 포함한 초월적인 힘의 존재를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또 무종교인들 중 37.0%는 '영혼이 있다'고, 33.1%는 '영혼은 없다'고 각각 응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29.9%였다.
종교의 사회적 필요성에 대한 질의 응답도 있었다. 조사 결과 무종교인의 56.9%가 '필요하다'(약간+매우)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매우 필요하다'는 4.7%였는데 이에 대해 목데연은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높지만 그 강도는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종교가 주는 유익으로는 '위안과 위로'(76.0%)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다음으로 '내적 평화와 행복'(72.7%), '고난과 고통을 이기는 힘'(66.1%), '삶의 의미에 대한 해답'(34.1%), '내세의 영생, 해탈 추구'(27.2%), '건강, 취업 등 목표 성취'(17.4%) 순이었다.
연구소 측은 "이 결과를 분석하면 무종교인들은 종교를 '내적 평안을 주는 것'으로 그 역할을 인식하는 반면 '궁극적 가치'를 주는 역할로는 보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사주가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동의한 비율은 47.2%였다. 이 밖에 동의율은 '부적은 때때로 행운을 가져다 준다' 28.9%, '점쟁이들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26.6%, '태어난 해의 별자리가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23.7%, '심령치료사들은 신에게 부여받은 치료의 능력을 갖고 있다' 15.5%였다.
'최근 1년 사이 점 등 무속·미신 행위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59.9%는 한 적이 '없다'고, 40.1%는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경험한 이들의 구체적 사례는 '사주'가 24.0%로 가장 많았고, '토정비결'(15.8%), '타로점'(14.6%) 등의 순이었다.
이 밖에 종교적 혹은 마음의 평안을 위해 '명상 또는 마음 수련 등'의 행위를 하는지에 대해선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70.6%였고 '해본 적 있다'가 29.4%였다. 구체적으로 '명상 또는 마음 수련'(18.5%)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어 '요가'(7.5%), '기도'(5.7%), '기공'(2.4%) 등의 순이었다.
연구소와 함께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정재영 교수는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무종교인들이 모두 종교성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두 번째 특징은 이러한 종교성이 기존 종교나 제도 종교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영적인 차원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마지막으로 무종교인이 관심 갖는 종교성은 본질적인 종교성이라기보다는 비본질적인 종교성이라고 할 수 있다"며 "종교성의 특징은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종교에 대한 이해나 관심의 차이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조사에서도 한국의 무종교인들은 본질적인 종교보다는 종교를 통한 심리적 평안을 추구하는 경향이 큰 것을 알 수 있다"며 "영성에 대한 이들의 관심 자체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이들의 영적인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방식으로 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 교수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