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지동설 입장에서 천동설 비판하는 것이 학문적 배타성인가?"

'전국 신학자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 손호현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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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베리타스)
▲'전국 신학자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 손호현 연세대 교수(조직 문화신학 전공)

'전국 신학자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 손호현 연세대 교수(조직 문화신학 전공)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 사태의 핵심을 '학문의 자유' 문제로 규정하고 '학문의 자유'를 오해하고 있는 서울신대 학교 당국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학교 당국이 지동설의 입장에서 천동설을 비판할 자유를 '학문의 배타성'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진단한 손 교수는 학문의 자유란 "한 교수가 책을 집필하거나 강의를 하는 데 있어서 오직 개인의 학문적 양심에 따라 'A'라는 입장을 'B'라는 입장 대신에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A'의 입장에서 'B'를 포함한 타 입장들을 자신의 저서와 수업에서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Q. 박영식 교수 징계의결 철회 촉구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는데 비대위 위원장을 맡게 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과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는 한국 신학계에서 마녀사냥과도 같은 '혐오의 정치'와 '학술 탄압'에 여러 교수님들이 희생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변선환 교수님, 이찬수 교수님, 손원영 교수님 등이 모두 그런 예입니다. 이제 또다시 서울신대의 박영식 교수님이 학교에 의해 사상검증을 받고, 타 교단 인사까지 포함된 신학검증위원회 조사에 기초해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 사태를 보면서 이번만은 동료 교수님들과 힘을 모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3월에 서울신대 이사장이 박영식 교수님에 대한 "중징계 의결 요구"를 한 이후에 한국문화신학회, 한국기독교교양학회 등 다양한 학술 단체들이 부당한 조치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뒤이어 4월 17일에는 연세대학교, 성공회대학교, 숭실대학교가 대학 차원에서 신앙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우려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또한 전국 조직신학자들 비상대책위원회도 그날 함께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심지어 4월 24일에는 박영식 교수님과 서울신대 황덕형 총장님이 모두 소속하고 계신 모학회인 한국조직신학회에서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처럼 박 교수님 사태에 대한 여러 교수님들의 우려와 관심이 모여서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전국 신학자 공동대책위원회'입니다. 원래 숭실대 이용주 교수님 등 다른 교수님들이 먼저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셨는데, 저도 미력하나마 나중에 힘을 보태게 된 것입니다.

Q. 한국조직신학회 등 학회원들이 박 교수 사태에 개입한 것을 두고 학내 문제를 학내에서 풀면 될 일을 박 교수가 외부 세력을 개입시켜 학교를 공격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서울신학대학교나 성결교단을 공격하는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 공격이라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공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울신학대학교와 성결교단이 보여준 신학적인 위상과 전통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일부 세력에 대해 학문 공동체가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서울신대 백운주 이사장님께서는 박영식 교수님이 성결교단의 창조론 입장을 저술에 반영하지 않고 있어서 "중징계"를 요구하신다고 하는데, 그러한 중징계 요구의 절차적 근거가 되는 것이 신학검증위원회의 보고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 교수님의 성결교단 창조론 위반을 심사하는 신학검증위원회에 심지어 타 교단 소속 그러니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목사이신 김영한 교수님이 위원으로 활동하셨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영한 교수님은 성결교단의 창조론에 관한 연구나 논문을 쓰진 적이 제가 아는 한 없으신 듯합니다. 성결교단의 창조론 위배 여부를 장로교 목사님이 심사한 격입니다.

그리고 사실 한 대학교수가 출판된 저술 혹은 논문을 가지고 그를 징계하려는 시도는 단지 해당 대학 혹은 교단의 내부적인 문제만은 아닙니다. 서울신학대학교는 교육부의 행정적 지도와 사립학교법이라는 국가의 법률에 규제를 받는 4년제 종합대학입니다. 그리고 사립학교법 제6조에는 "교수는 교육 및 연구에 있어 학문적 자유를 누린다"라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신대가 교육부와 법률의 감시와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는 식의 '내부적' 문제라는 견해는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서울신학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모두 성결교인이라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따라서 그들을 가르치는 교수를 학문과 신학 사상의 이유에서 징계하려는 것이 어떻게 교단 혹은 학교 내부의 문제만이 될 수 있겠습니까?

또한 한국조직신학회 등에서 학문적 자유의 훼손을 염려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그것은 외부적 개입이 아니라 내부적 개입입니다. 현재 서울신대의 총장이시며 징계의 행정적인 최종 결정자가 되시는 황덕형 교수님께서는 과거 한국조직신학회 회장을 역임하셨고, 현재도 회원이실 뿐만 아니라, 조직신학회뿐 아니라 다양한 신학의 다른 학회들이 공동으로 구성하고 있는 한국기독교학회의 회장을 올해부터 맡고 계십니다. 그리고 징계 대상자라고 지목된 박영식 교수님께서는 현재 한국조직신학회의 임원 곧 조직신학논총의 편집위원장을 맡고 계십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이 사태가 단순히 서울신대 학교의 내부적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지지 않을까요?

Q. 이번 사태의 발단이 무엇이라고 보시며 앞으로 사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실 것인지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가깝게는 창조신학 관련 세미나를 주최하기로 하신다 들었습니다.

박영식 교수님이 억울한 징계를 당하지 않도록, 그리고 박 교수님의 창조신학이 학문적으로 부당한 마녀사냥을 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저희들은 대학의 학자들입니다. 공동대책위원회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학문적으로 사태에 대한 엄정한 평가와 차분한 신학적 성찰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동료 교수님들과 함께 크게 3가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창조신학 컨퍼런스입니다. "나는 창조의 하나님을 믿습니다: 기독교 교양인을 위한 창조신학"이라는 제목으로 신학자들과 평신도들 모두를 위한 공개강좌를 5월 17일(금)과 5월 31일(금) 두 번에 걸쳐 연세대학교 원두우신학관 예배실에서 오후 3~5시에 개최할 예정입니다. 첫 번째 17일 컨퍼런스에서는 저를 포함해 모두 3분이 강의를 해주실 겁니다. 박영식 교수님이 "무로부터의 창조" 교리를 부정하셨다고 하도 그러셔서, 과연 그것이 사실인지 저는 "무로부터의 창조" 교리의 역사와 의미를 다룰 예정입니다. 이어서 김학철 교수님께서는 박 교수님처럼 기독교 대학에서 교양교육을 하고 계신 분들의 입장에서 볼 때 창조 논란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전해주실 계획이고, 정대경 교수님은 자신의 전공인 과학신학의 분야에서 창조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강의하실 예정입니다. 두 번째 31일 컨퍼런스에서는 홍국평 교수님이 구약의 창조신학을 강의해 주시기로 하셨고, 서울대 문리·천문학부 우종학 교수님이 과학자로서 창조과학이 지닌 학문성과 한계를 논의해 주실 예정이고, 마지막으로 박창훈 교수님께서는 존 웨슬리의 자연과학과 창조신학의 이해를 강의해 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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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전국신학자공동대책위 등이 공동 주최하는 2024 창조신학 컨퍼런스 포스터

두 번째는 <뉴스앤조이>라는 매체에 창조신학에 대한 시리즈를 5월 10일부터 막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베리타스>와 인터뷰를 하게 될 줄 몰랐기에 미리 <베리타스>에 문의하지 못한 걸 양해 부탁드립니다. 공대위 소속의 여러 교수님들이 언론 기고문 발표를 통해 기독교 교양인들에게 창조신학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또한 박영식 교수님을 향한 학술적 탄압이 얼마나 부당한지도 알릴 생각입니다. 대략 10~15편 정도의 기고문을 발표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서출판 동연에서 <창조신학>(가제)을 단행본 저술 형식으로 출판할 예정입니다. 사실 도서출판 동연은 박영식 교수님의 <창조의 신학>(2018년)을 출판한 곳이기에, 기독교 출판사로서의 학술적 명예를 심각히 훼손당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학교 측에서 박영식 교수님의 이 책을 앞으로 수업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요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저희 공대위에서는 앞의 창조신학 컨퍼런스와 언론 기고문들을 학문적으로 더욱 정교하게 하고 발전시켜 하나님의 창조 신비에 대한 차분하지만 깊이 있는 신학 소개서를 도서출판 동연과 함께 의욕적으로 펴낼 것입니다. 현재 15분 내외의 교수님들이 구약, 신약, 무로부터의 창조, 루터, 칼뱅, 웨슬리, 복음주의, 과학신학, 자연의 신학, 현상학, 그리스도인의 과학, 기독교교양학, 시작과 에너지, 방법론적 자연주의 등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집필 중이십니다.

Q. 박영식 교수 사태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인권 침해라는 의견이 거셉니다. 하지만 박영식 교수를 징계하려는 이들은 오히려 박 교수가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창조과학, 지적설계, 유신 진화론 등을 공정하게 가르쳐야 하는데 유신 진화론 쪽에 기울어 다른 학문을 비판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학문의 배타성을 보여주는 태도가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학문의 자유에 대한 정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사태는 본질적으로 '학문의 자유'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학문의 장에서 비판은 당연한 일입니다. 학자들의 상호 비판은 학문의 장에서 이뤄지고 있고 그럼으로써 상호 발전할 수 있습니다. 박 교수님도 수업과 저서를 통해 이런 비판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처럼 학문의 장에서 이뤄져야 할 건전한 비판이 교단 정치의 장으로 옮겨와 종교재판이 될 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정치적 탄압으로까지 보이는 이번 사태는 건전한 학문적 비판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일종의 폭력은 아닌가요?

사실 저는 얼마 전 이 사태 때문에 개최된 한국조직신학회 공청회에서 황덕형 총장님께 학문의 자유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신지를 직접 질문드린 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서울신대 교무처장을 맡고 계시는 이용호 교수님께서 4월 9일 입장문을 발표하셨기 때문입니다. 이용호 교수님이 맡고 계시는 보직의 특성상 교무처의 입장문이 학문의 자유에 대한 서울신대 전체의 공식적 입장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여기에 따르면, 조금 인용하면, "대학이 박 교수의 학문적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박 교수가 자신의 저서와 수업에서 창조 이해에 관한 학문적 다양성과 자유를 억압한 것이 문제"라고 하고 있습니다. 곧 박영식 교수님의 학문적 자유가 훼손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박 교수님이 창조신학만 가르치고 창조과학을 배제하고 반대한 것이 학문적 자유를 훼손하고 있는 "학문적 배타성"이라는 논지입니다. 저는 이것이 제가 이해하는 "학문의 자유"와 너무도 다를 뿐만 아니라, 나아가 매우 위험하고 우려스러운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해하는 학문의 자유는 한 교수가 책을 집필하거나 강의를 하는 데 있어서 오직 개인의 학문적 양심에 따라 'A'라는 입장을 'B'라는 입장 대신에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A'의 입장에서 'B'를 포함한 타 입장들을 자신의 저서와 수업에서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천체물리학 교수도 수업에서 비록 자신은 지동설을 지지하지만, '지동설'과 '천동설'을 동등한 진리의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강의하지는 않는 것으로 압니다. 대부분 지동설의 입장에서 천동설을 비판하겠지요.

하지만 서울신대 교무처의 입장문은 그러한 태도가 학문의 다양성과 자유를 해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학문적 배타성"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신대가 주장하는 학문적 자유란 'A'라는 입장뿐만 아니라 'B'라는 입장을 똑같이 가르치고, 나아가 'A'라는 입장이 지닌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다시 예시로 돌아가면, '지동설'을 주장하는 학자는 '천동설'도 똑같이 옳을 수 있다고 가르쳐야 하고, 나아가 자신이 믿고 있는 '지동설'이 지닌 문제점과 한계를 스스로 비판해야 학문적으로 배타적이지 않다는 논리입니다. 이것을 박영식 교수님의 경우에 적용하면, 박 교수님 자신의 '창조의 신학'뿐만 아니라, 이른바 창조과학회 등에서 지지하는 '창조과학'과 '지적 설계론'을 똑같이 가르쳐야 하고, 나아가 창조과학과 지적 설계론의 관점에서 자신의 창조의 신학이 지닌 문제점을 자기 비판할 때 비로소 학문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런 "학문의 자유"에 대한 규정을 이번 서울신대 교무처 입장문에서 처음으로 접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저서와 수업에서 제 자신이 가장 진리에 가깝다고 믿는 입장을 학자의 양심에 따라 선택하고, 거기에 기초하여 다른 입장들을 자유롭고 공정하게 비판하거나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학문의 자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런 저의 입장이 "학문적 배타성"의 입장이라고 한다면 대한민국에서 이런 의미에서 배타적이지 않은 학자가 어디에 있겠습니다? 대학의 중징계 대상이 되지 않을 교수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황 총장님께서는 당시 전화를 받으셔야 해서 공청회 자리를 잠시 떠나셨기에 충분한 토론의 시간을 가지지는 못해 아쉽습니다. 혹시라도 언제든 시간이 되시면 언론 등을 통해 공개적인 토론을 할 수 있으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소중한 기회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Q. 창조과학을 비판했다는 것이 박 교수 사태의 표면적인 이유이긴 하지만 앞으로 비슷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창조과학에 대해 신학적으로 건전한 토론을 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이번 창조신학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기도 하셨는데 창조신학과 창조과학은 어떻게 다르고 신학계 안에서 창조과학을 학문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교수님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창조신학은 성경과 교회의 역사에서 드러나는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신앙의 고백을 학문적으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무로부터의 창조" 교리를 들 수 있습니다. 그것은 2세기부터 발전하기 시작하여 13세기에 와서야 제4차 라테란 공의회에서 하나님께서 태초에 "무(無)에서(de nihilo)" 우주를 창조하셨다고 정식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창조 교리에서 구속력을 가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무로부터의 창조 교리에서 우주를 무로부터 창조하신 하나님이 바로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하나님이라는 것을 부인한다면, 공의회는 그런 사람들을 "이단자"라고 규정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창조신학의 핵심은 삼위일체 하나님이 무로부터 우주를 창조하셨다는 '사실'(fact)의 고백을 학문적으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른바 한국에서 상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창조과학은 삼위일체 하나님이 우주를 무로부터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이라는 '사실(fact)'의 고백이라기보다는, 마치 창조의 순간 자신이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하나님이 '어떻게(how)' 창조하셨는지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그 과정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사-신학적인 혹은 유사-과학적인 견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것은 창조주 하나님의 온전한 주권적 자유를 침해하는 태도라고 봅니다. 이른바 과거 프린스턴 신학의 성경에 대한 완전축자영감설에 기초해, 성경에 나오는 태초부터 지금까지의 연도를 문자적으로 모두 합산할 때 지구를 포함한 전체 우주의 나이가 대략 6000년이라는 주장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현대의 지질학 연구와 세계의 신학계에서 이런 견해를 지지하고 계신 분들은 극히 예외적인 소수로 보입니다. 하나님에게는 하루가 천년 같다는 구약성경의 말씀을 다시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Q. 박 교수 사태와 관련해 구조적인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총장과 이사장의 권력 남용 문제에 관한 한 타 신학교도 자유로울 수 없어 보입니다. 만약 총장과 이사장이 전횡을 일삼을 때 신학교 내에서 이를 견제할 기구나 조직이 있을까요? 없다면 앞으로 어떤 구조 개편이 좀 이뤄져야 한다고 보시나요?

총장과 이사장의 권력 오용이나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에는 사립학교법이 제정되어 있으며, 여기에 따라 대학평의회가 공정하게 구성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일반대학의 경우 학내 교수가 대학평의회의 의장을 맡지만, 신학교 혹은 신학대학의 경우 종종 외부인 곧 총장이 추천한 목회자가 의장을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이런 경우 본연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교수협의회의 임원이나 대학평의회의 교수대표가 징계위원회 일원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공평하겠지요. 더욱 원론적인 측면에서 볼 때, 신학교이든 신학대학이든 기독교 대학이든 혹은 비기독교 대학까지도, 그것의 행정 주체들이 학자의 자유로운 학문 탐구가 결국은 인류에 대한 봉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혜로운 성찰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고도 봅니다.

 Q. 박 교수 사태가 근본주의와 온건 복음주의 간 진영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이른바, 축자영감설을 신봉하는 근본주의 세력을 부추겨 박 교수를 이단시하고 교단에서 내쫓으려는 움직임이 우려스럽습니다. 건강한 신학 풍토를 만드는 일이 시급해 보이는데 앞으로 이런 쪽으로도 노력을 기울이실 계획이십니까?

앞에서도 언급했듯, 완전축자영감설이 우리 한국 교회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는 초창기에 박형룡 목사님 등을 통해서 우리가 미국의 근본주의 신학에서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개신교의 교황이라고까지 불리는 프린스턴 신학의 아버지 찰스 하지(Charles Hodge)는 자신의 논문 <영감>과 저서 <조직신학>에서 이러한 완전축자영감설의 기초를 놓은 학자입니다. 하지만 그도 한 인간이며 한 신학자입니다. 특히 찰스 하지에서 발생한 '사라진 성경 원본설', 그리고 성경의 원본을 필사하고 옮겨쓰는 과정에서 역사적인 혹은 자연과학적인 오류가 우리가 가진 성경 안에 발생했다는 설명은 나중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하였습니다. 그의 영감설 논지를 따른다면, 사실 근본주의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도 그에게서 유래한 미국과 한국의 근본주의가 성경의 문자적 해석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일견 역설적이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신앙의 선조에게서 전해 받은 현재의 성경은 이미 사라진 원본이 아니기에, 곧 불완전한 필사의 과정을 거쳐 오류를 포함한 채 전달된 복사분일 뿐이기에, 하지의 '사라진 성경 원본설'은 또한 성경의 내용을 전적으로 신뢰할 이유를 사라지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근본주의가 가능한지 저로서는 의아할 뿐입니다. 19세기 말 이후에도 성경 해석학은 우리 시대까지 계속 역사적으로 눈부시게 발전하여 왔습니다. 또 다른 매우 뛰어나고 경건한 세계의 학자들이 하나님의 진리를 찾고자 진지하게 애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단한 진리의 추구는 종교적인 진영의 싸움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지하고 차분하며 자유로운 신학적 토론과 학술의 보장만이 진리이신 하나님을 향해 기독교인이 조금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나님을 진리 자체라고 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박 교수 징계를 시도하고 있는 서울신대 교원징계위원회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널리 알려져 있듯이, 신학검증위원회가 가동되었던 21년 10월에 박영식 교수님의 징계 시효가 이미 지났습니다. 곧 징계의 이유가 된다고 주장하는 저술 <창조의 신학>(2018년)은 당시에 이미 사립학교법이 정한 징계사유의 시효(3년)를 초과했기에, 이후 서울신대에서 진행되었던 모든 징계의 과정 자체가 위법적이며 적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서울신대는 법률에 대한 엄밀한 검토도 하지 않고, 혹은 이러한 법률을 무시하고, 지난 4월 25일 징계위원회를 소집했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다시 6월 4일로 징계위원회를 연기했다고 합니다. 신학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게다가 징계 시효도 지났기에 절차의 위법성이 매우 의심됨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박 교수의 신학을 문제 삼으려고 끌고 가고 있는 것은 앞으로 전적으로 학교 법인이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이 문제에 대해 박영식 교수님과 학교 구성원, 그리고 안타깝게 지켜보는 성결교단 목회자들과 신도들에게 진심 어린 공개적 사과를 하고 징계 시도를 멈추는 것이 옳습니다. 그만 멈추십시오!

김진한 편집인 jhkim@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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