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학내의 학문적 균형과 다양성 도외시한 폭력적 조치"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전공 신입생 모집정지안'에 대한 한국종교학회 성명서

한신대학교의 2025년도 종교문화학과의 신입생 모집정지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한국종교학회가 최근 성명을 발표했다. 학회는 입장문에서 "금번의 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 모집정지안'이 학내의 학문적 균형과 다양성을 도외시한 폭력적인 조처일 뿐만 아니라 내부 구성원 및 당사자와의 충분한 의견 조율과 수렴 과정을 생략한 비민주적 졸속 행정"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성명 전문.

한신대학교의 '종교문화학과 전공 신입생 모집정지안'에 대한 한국종교학회의 입장문

순수 인문학의 전통과 존립이 총체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작금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난 30년 동안 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는 균형 잡힌 교양 및 전공 교육을 통해 따뜻한 인문학의 품성과 예지력을 지닌 인재의 양성에 힘써 왔고, 연구 능력과 학문적 역량을 갖춘 연구자들을 학계에 꾸준히 배출시켜 왔다. 특히 본 학과의 교수진들은 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종교학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학문적 리더로서 학계와 후학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우리 한국종교학회는 교육부가 무전공 모집을 골자로 내건, '대학혁신지원사업 개편안'이 인문학의 학문적 생태계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 우려하는 동시에, 그것이 촉발시킨 금번의 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 모집정지안'이 학내의 학문적 균형과 다양성을 도외시한 폭력적인 조처일 뿐만 아니라 내부 구성원 및 당사자와의 충분한 의견 조율과 수렴 과정을 생략한 비민주적 졸속 행정이라는 데에 뜻을 함께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내세우며 모집정지안의 철회를 강력하게 촉구는 바이다.

첫째, 종교문화학과의 학문적 자율성과 존재의의가 반지성적으로 훼손되어서는 곤란하다. 외부로부터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받는 것 못지않게, 대학 내에서 특정 학문 분야의 존립이 무분별하게 좌지우지되는 것도 심각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둘째, 대학 당국은 학문의 다양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학문의 생태계가 고루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학문분과 간의 양보와 타협, 분담과 상생을 위한 지혜를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적어도 그 과정에서 어느 일방에 책임을 돌려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셋째, 학생 모집과 관련된 제도의 개편에 있어 충분한 의견의 수렴 과정과 공감의 절차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내부 구성원과 당사자와의 대화가 간과된 정책의 수립은 부작용만 양산할 뿐 결코 제도의 안착에 도움이 될 수 없다.

넷째, 명실공히 한신대학교는 종교적 덕성과 윤리의식을 겸비한 성숙한 민주시민을 양성해 온 사학의 전당임을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다. 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가 구축해온 학문적 전통과 교육적 자산을 대학의 명성과 자존감을 제고시키는 밑거름으로 적극 활용하기를 촉구한다.

2024년 4월 9일

한국종교학회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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