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말씀 앞세우는 것만으로 출산 문제 해결 어려워"

이효주 교수, 「목회와상담」 5월호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목회신학적 제언' 연구논문 발표

초저출생 사회로 진입해 좀처럼 출산율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작금의 우니나라 현실에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목회신학적 제언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효주 교수(목원대, 목회상담학)는 등재학술지 「목회와상담」 5월호에 실은 연구논문에서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남성과 여성이 돌봅노동에 함께 참여하는 사회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교회들의 실천적 노력의 한계도 짚었다.

이 교수는 돌봄노동의 불평등 문제를 꺼내며 "2014년 남성홀벌이 가정의 남성이 투자하는 가사 시간은 평균 27분이며 맞벌이의 경우 남성은 28분을 투자한다. 2019에 맞벌이 부부의 남성이 38분, 남성 홀벌이 가정의 남성이 33분 가사일을분담하고있지만(2014년비교약10분의시간이증가), 맞벌이부부의 여성이 2시간 31분, 남성 홀벌이 부부의 여성이 4시간 05분을 투자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가사 일을 분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아이를 낳아 기르고 양육하거나 아픈 가족 구성원을 돌보고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는 등의 돌봄노동뿐 아니라 한 가정이 유지되어 가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끊임없는 돌봄노동이 필요하다. 집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세끼 밥을 먹고 옷가지들을 세탁하는 등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모든 활동이 돌봄노동에 해당하며,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누군가는 대부분 여성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여성을"돌보는 사람(carer)"으로 인식하고, 돌봄은 우리의 삶 구석 구석 스며들어있는 필수불가결한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서구 철학의 중심을 이루는"좋은 삶(the good life)"에 대한 묘사에서 돌봄의 자리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조안 트론트(Joan Tronto)는 돌봄에 대한 여성주의 이론을 제시하기도 한다.16) 돌봄은 심리적일뿐(care about) 아니라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돌보려고 할 때(care for)는 실제적이고 물리적인 노동과 시간을 투자 해야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특히 "저출생은 고스펙의 이기적인 여성들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이며 인류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문제다. 진화생물학적으로 배려가 없는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아이 낳기를 포기하거나 적은 아이를 낳기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 사회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더 나은 환경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이를 위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공동체의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함께 돌보는 사회를 제안하기에 앞서 허 교수는 정부가 저출생 문제 돌파구로 내놓은 정책인 "신생아 특례 대출"에 대해 "이와 같은 정책은'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구조적인 제도 개선을 꾀해야 한다"며 "여자들이 생계부양자로서의 참여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 예상되는이때, 한국 사회 남자들이가정에서의 돌봄노동에 참여 할 수 있도록 하는 유급 육아 휴직과 같은 제도 마련을 위해 국가와 기업 등이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가 돌봄에 참여하는 함께 돌보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 여겨진다"며 인간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하는 목회신학적 담론 구성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돌봄에 대해 "이것은 여성의 윤리가 아니라 인류 모두가 고민해야 하며 참여해야 하는 문제다"라며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 교회는 한국 여성의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돌봄노동에서의 불평등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정에서 돌봄노동의 불평등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하는 이유는 사적 영역에서의 돌봄노동에서의 불평등은 더 큰 차별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을 위한 인프라를 마련하지 않고, 남성을 가정에서의 돌봄 노동에 참여하도록 교육하고 의식을 개선하려는 노력과 제도 마련없이 저출생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여성에 대한 인프라 마련과 남성의 돌봄노동 참여 독려 없이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말씀을 앞세워 여성들에게 사명감과 당위성을 앞세우며 저출산 문제 극복을 희망하는 교회의 전략에 대해서는"맞지 않는 열쇠로 잠긴 자물쇠를 열려고 하는 시도와 같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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