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 신학대학원, 연세대 신학대학원 그리고 성공회대 신학대학원이 연대를 구축한 이른바, '한연성 신학 연구 네트워크' 제1차 심포지엄이 21일 오후 3시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프란시스홀에서 열렸다.
이날 전철 교수(한신대 신학대학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첫 심포지엄에서는 신익상 교수(성공회대 신학과 주임교수)가 기조발표를 했고 김정형 교수(연세대 신과대학 부학장)가 논찬을 진행했다.
'인공지능 시대, 기독교 문해력 교육의 방향 찾기'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신 교수는 "포스트휴머니즘이나 신유물론과 같은 물질 중심의 세계관이 그 폭과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며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기독교의 가르침이 대학 교양 교육 교육에서 여전히 유효할 수 있는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이 시도를 위해서 세 가지 성찰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첫째 대학 교육 내에서 기독교의 가르침이 어디에 위치하는가에 대한 성찰 △둘째,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기술-자본주의 시대 자체에 대한 성찰 △셋째, 기독교의 가르침이 차지하는 시대 네 위치와 인공지능의 시대가 갖는 성격에 대한 이해 등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어 기독교 문해력을 소개하면서 이 기독교 문해력이 선교를 대체해야 한다는 급진적 주장을 전개했다. 신 교수는 먼저 "기독교 문해력은 기독교를 지금의 삶과 연계한다"며 "기독교를 깊이 이해하고 통찰함으로써 창조하고 소통하며 의미 있는 정보를 길어낼 줄 아는 능력. 이 경우 기독교는 구체적인 삶에 대한 통시적이고 공시적인 컨텍스트로 읽히는 한에서 문해력의 텍스트가 된다. 다시 말해, 기독교는 구체적 삶이 궁극적으로 참조해야 할 최상의 '본문'이 아니라 구체적 삶을 영위하기 위한 중요한 문화적 '상황' 중 하나로서 문해력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독교가 문해력 내에서 갖는 컨텍스트적 성격은 기독교 문해력이 오늘날 시대적 상황과의 적극적인 대화 속에서 도달 가능하다는 현실을 상기시킨다"며 "대학 교양 교육 현장에서의 기독교 이해 수업에 대한 반감은 그 자체로 시대적 상황으로서 기독교의 진리에 의해 교정되어야 할 사회의 에토스가 아니라 기독교 공동체가 응답해야 할 시대의 부름이다"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특히 "기독교 문해력이 선교를 대체해야 할 더 중요하고 결정적인 이유는 기독교 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며 "신앙은 제도화된 교회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삶과 사회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출현했다. 그렇다면 신의 뜻을 이루는 삶과 사회를 이 세상 속에서 세우는 일이야말로 기독교의 중요한 주제이자 과제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기독교 문해력과 교양은 종교에 대한 반감 없이 함께 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독교 문해력은 오늘의 삶과 사회를 살아내기 위한 더 깊고 넓은 지혜의 출처로서 교양 교육과 마주한다"며 "이것이 기독교 문해력이 요청되는 오늘날 기독교 교양 교육의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기독교 문해력을 기독교 교양 교육의 하나의 중요한 상황으로 인식한 신 교수는 이어 또 다른 상황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들었다. 신 교수는 "놀라움이건 두려움이건 인공지능은 인류 문명이 언제든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숙명처럼 주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이 숙명을 낙관적으로 보느냐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담론의 향방이 정해질 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 상황을 횡단하기 위한 주요 질문들을 제기했다. 먼저 인지과학자, 신경과학자의 주장들을 인용해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성찰했다. 신 교수는 무엇보다 "인간은 뇌에 관해 많은 이해에 도달했지만 그 이해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창나게 많이 뇌에 대해 더 모른다"라며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참조한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인간지능 자체와 견줄 수 없는 다른 범주의 지능이다"라고 했다.
신 교수는 "그러나 동시에 인간지능의 일부인 뇌를 참조하였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인간지능처럼 원리적으로 알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며 "다시 말해 인공지능은 인간지능과 일대일로 대응하여 견줄 수 있는 지능은 아니지만 인간지능과 중첩되는 영역이 원리상으로나 기능상으로 존재한다 바로 이 두 사실 때문에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하나의 매우 중요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인공지능에 관한 담론들의 특성도 소개하며 "모두 인공지능 자체에 대한 담론이라기보다는 인공지능이 인류 문명 내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 것인가에 대한 담론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은 "우리가 아직 인곤지응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라고 신 교수는 전했다.
기독교적 문해력과 인공지능 시대라는 두 상황을 횡단하기 위한 두 번째 질문으로는 기독교의 응답으로서 '영성과 횡단적 가로지르기'를 제시했다. 신 교수는 "통합은 영성의 목표이자 그 목표에 이르기 위한 방법론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영성의 목표로서 통합을 이해할 경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전인성'과 '총체성'이 된다"고 말했다.
'전인성'과 '총체성'의 현대적 재해석을 위해 통합의 의미도 새롭게 고찰했다. 신 교수는 먼저 "횡단적 가로지르기"라는 통합의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어 '횡단적 가로지르기'란 "신유물론의 횡단성 또는 지도 제작법 을 차용하여 (transversality), (cartographical methodology), 선-결정된 것이라고 여겨지곤 하는 학제 간 또는 개념 간 경계선에 대한 논쟁 자체를 비-토대주의적이자 비-상대주의적인 관점에서 의문시하는 접근법을 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체의 경계들은 고정된 대상을 포착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 물질과 의미의 경계를 가로질러 생산되는 과정이자 결과물이기에31) 이 경계에 집착해서는 물질의 변형과 운동을 파악하는 데 실패하게 된다 따라서 횡단적 가로지르기는 경계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총체성의 폭과 전인성의 깊이 대해서도 고찰한 신 교수는 "횡단은 생명체 내부의 지도와 생명체 외부의 지도를 가로지르며 벌어지는 신체적 사건이 된다"며 "다시 말해 신체적 사건은 횡단하는 해석이며 그 횡단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은 신체 내부와 신체 외부 세계를 나누는 신체의 경계선을 가로지른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신의 발생에 뇌와 육체뿐만 아니라 육체 밖의 세계도 요청된다는 사실은 영과 육체와의 관계에만 집중해 온 전인성 이해가 더는 유효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며 "이렇게 육체 밖의 세계를 요청해야만 하는 전인성이라면 그러한 전인성은 총체성의 빛 하에서만 전인성일 수 있기에 현대 신경과학과 횡단적으로 가로 질러진 전인성은 충체성까지 횡단하게 된다. 전인성과 신경과학적 인간상과의 횡단적 가로지르기를 통해 우리는 평면과 입체 사이를 진동하고 일치와 불일치를 강고지르는 정신-물질 피드백으로서의 전인성을, 나아가 전인성과 총체성의 횡단으로서의 영성을 마주하게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