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설교] 진리와 사랑으로

한문덕 목사(생명사랑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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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생명사랑교회 홈페이지(https://www.agapao-zoe.com))
▲생명사람교회 한문덕 담임목사

성경본문

요한이서 1장 1-11절

[그리스도의 적대자들 사이에서]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요한이서는 요한복음서, 요한일서와 함께 요한 공동체와 관련된 문서입니다. 요한 공동체, 또는 요한 교회라고 불러도 좋은 이들은 예수께 사랑받던 제자 즉 '애제자'라고 불리는 사람을 통해 전해 받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생긴 공동체입니다. 초기 교회 전통은 예수님의 사랑받는 제자를 사도 요한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들과 관련된 공동체나 서신 앞에 모두 요한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요한복음서, 요한일서, 요한이서 등을 통해 이 공동체가 어떤 상황들을 겪으며 지내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공동체에서 나온 최초의 문서는 요한복음서인데, 기원후 100년경에 쓰였습니다. 이때 요한 공동체는 로마-유대 전쟁 이후 바리새파를 중심으로 다시 재건을 하기 시작한 유대교로부터 추방당합니다. 자신의 뿌리인 유대교 사회로부터 축출당한 이 사건은 이 공동체에게 큰 상처를 남깁니다. 이들은 이제 로마 제국 아래에서 박해를 받고, 같은 동족인 유대인들에게도 이단으로 여겨지며 멸시와 무시를 당하는 이들이 되었습니다. 즉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전부 자신들에게 적대적이었던 것입니다.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들은 요한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예수님의 새 계명 즉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권면합니다. 하나님 안에 예수님께서 거하시고, 또 예수님 안에 하나님이 거하시면서 하나가 되었듯, 요한공동체 구성원들은 하나님과 예수님 사이의 사랑을 본받아 서로 사랑하는 것이 살아남을 유일한 길이라는 것입니다. 로마가 지배하는 세상은 철저한 계급사회였고, 맘몬신에 의해 점령당해서 피식민지 백성들의 삶은 그야말로 비참했고, 유대인들은 말씀이 육신이 되셔서 우리 곁에 머무시는 메시아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요한 공동체 교인들을 박해했으니,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서로 사랑하여 하나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줄기가 되시는 예수님께 딱 들러붙어서 하나의 포도나무처럼 끈끈한 사랑의 관계를 만들어내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복잡한 내부 사정과 분열]

그런데 문제는 요한 공동체 안에 서로 너무나 다르고 다양한 이들이 함께 섞여 있다는 것입니다. 세례요한을 스승으로 모셨고, 예수도 그의 계승자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진짜 적통이 누군가를 따지는 사람들, 이방인 취급 받았던 사마리아인들, 여전히 유대교 회당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 자신이 그리스도인임을 숨기며 눈치를 보는 사람들, 회당을 박차고 나와 떳떳하게 그리스도인임을 주장해야 한다는 강경파들, 조직과 제도를 중시하는 베드로 계열의 사도계 제자들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 반대로 베드로보다는 예수의 이야기를 전해준 애제자를 깊이 존경하는 이들, 유대교 고위 관료이지만 몰래 예수님을 따르고 존경했던 이들, 부활한 예수를 제 손으로 만져보지 않고는 믿기 어렵다는 합리주의자들, 마지막으로 예수를 신령한 지식(靈知)의 소유자로 보는 영지주의 사상을 지닌 사람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과 성향의 사람들이 섞여 있었으니 이들은 언제나 갈등하고 분열로 치달을 위험이 있었습니다.

사마리아 출신 사람들은 진짜 성전은 그리심산에 있다고 할 것이고, 유대 회당 계열의 사람들은 예루살렘이 참 성전이라고 할 것입니다. 도마 같은 이는 눈에 보이는 것을 중요시하면서 실용적이고 실증적인 것에 주목하는 현실파이지만, 신령한 지식을 따르는 이들은 오히려 눈에 보이는 것을 천박하게 여겼을 것입니다. 세례 요한을 잊지 못하는 이들은 이 공동체에 남아 있긴 해도 예수의 뒤를 잇는다는 이들이 하는 행동을 마뜩치 않게 여기곤 했습니다. 때로 황홀경에 사로 잡혀 계시를 받았다는 사람들, 영의 흐름은 바람처럼 자유롭다면서 공동체의 법과 규칙, 관습을 제 멋대로 어기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다른 이들을 한 마음이 되게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요한 계열 문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바로 '진리'와 '사랑'입니다. 다툼과 분열이 생겼을 때 판가름할 기준으로서의 '진리', 그리고 다투다가 생긴 상처를 아물게 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사랑'이 매우 중요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요한일서가 작성되는 시대가 되면 영지주의에 깊은 영향을 받은 이들이 예수님의 성육신 사건을 거부하면서 하나님의 아들이 고난을 당하고 죽은 예수님과 같은 분일 수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정신은 고귀하고 육체는 천박하다는 이원론적 신념 속에서 부패하고 향락에 취한 비도덕적 삶마저도 정당화하려고 했고, 이것이 교회를 어지럽게 만들었습니다. 요한이서를 쓰게 된 때에는 이런 영지주의 성향의 그리스도인들이 아예 교회에서 떨어져 나갔고, 교회에서 나갔지만 여전히 이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성경 본문에 이런 자들은 인사도 하지 말고 집에 들이지도 말라는 말씀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요한이서 6절부터 제가 다시 한번 읽어 보겠습니다.

"사랑은 다름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명을 따라 사는 것입니다. 계명은 다름이 아니라, 여러분이 처음부터 들은 대로, 사랑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속이는 자들이 세상에 많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신을 입고 오셨음을 고백하지 않습니다. 이런 자야말로 속이는 자요, 그리스도의 적대자입니다. 여러분은 스스로 삼가서, 우리가 수고하여 맺은 열매를 잃지 말고, 충분히 포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십시오. 지나치게 나가서 그리스도의 가르침 안에 머물러 있지 아니한 사람은 누구든지, 하나님을 모시고 있지 아니한 사람입니다. 그 가르침 안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을 다 모시고 있는 사람입니다. 누가 여러분을 찾아가서 이 가르침을 전하지 않으면, 그 사람을 집에 받아들이지도 말고, 인사도 하지 마십시오. 그에게 인사하는 사람은, 그가 하는 악한 일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다중 위험 시대를 맞아서]

1세기 후반부터 2세기 초에 시리아에 존재했던 한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겪어야 했던 내우외환(內憂外患)들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했지만 오늘날 한국 개신교가 처한 상황도 만만치는 않은 듯 합니다. 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다중 위험 시대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들이 도처에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위험 요소는 뭐니뭐니해도 기후 위기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잘못으로 자연을 망쳐서 이제 자연이 우리에게 위험이 된 것입니다. 2016년 7-8월 유난히 더웠던 러시아 중북부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에서 12세 목동이 탄저병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어린이 50명을 포함해 지역 주민 90명이 몸에 이상을 느꼈고,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니 그중 8명이 탄저균에 감염됐다는 판정을 받습니다. 그런데 탄저균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이미 순록 2천 3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시베리아 역병'으로 알려진 탄저병이 이 지역에서 발생한 것은 1941년 이후 처음인데, 이것은 기후 위기가 불러온 이상 고온으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탄저균에 감염된 동물 사체가 그대로 노출되었기 때문입니다.

올 여름 대한민국도 동남아 국가들처럼 매우 더울 것이라고 하는 예고가 가득한 가운데, 지금 지구 전체가 더워지고 있어서, 극지방에 있는 얼음들이 매우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영구동토층에 박제되어 있던 온갖 바이러스와 균들이 다시 출몰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안에 얼만큼의 바이러스와 균이 있는지 전혀 모르고, 또 그것이 우리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북극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기에 북극에서 녹은 물이 바이러스를 담고 부산이나 인천 앞바다로 오게 되고, 그러면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한데,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지 현재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는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3년간 엄청 고생 했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코로나 19는 그 전에 사스나 메르스와 같은 종류의 바이러스라서 이미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고 빠른 시간에 백신을 만들 수 있었지만, 전혀 모르는 바이러스가 전염병이 되어 전 세계를 강타한다면 정말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둘째 우리에게 큰 두려움을 주는 것은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입니다. 이것은 선악과를 먹은 인간인 우리가 놀라운 지능으로 만들어낸 것인데, 이것이 도리어 인간을 배반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생긴 두려움입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형상을 따라 창조적 자유를 인간에게 부여하셨는데, 인간이 하나님께 감사하기는커녕 마치 자기가 하나님이 되어 살고 있는 것처럼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이 이제 머지않아 인간의 모든 지능을 뛰어넘는 단계가 도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14일(한국시간)에 오픈 AI사(社)는 새로운 인공지능 모델 'chat GPT-4o'를 출시했습니다. 4o에서 오(o)는 '모든 것'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옴니(omni)의 줄임말입니다. 옴니를 붙인 이유는 이번에 나온 인공지능이 기존의 기능 5가지를 모두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글자, 그림, 소리 등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multi modal) 기능이고, 둘째는 이미지를 분석하고 설명하며 생성하는 비전(vision) 기능, 셋째는 실시간 웹 정보 검색을 통해 얻은 최신 정보를 기반으로 한 깊이 있는 답변 기능, 넷째는 외부 응용프로그램 인터스페이스(API)를 호출해 새로운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펑션콜(function call) 기능, 다섯째는 데이터 해석 능력을 바탕으로 한 사업에 적절한 통찰을 제공하는 기능입니다.

이번에 시연한 것이 지금 전부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여러 가지로 실험해 본 결과, 정말 놀라운 성능을 보여 주었습니다. 정말 똑똑한 비서 하나를 곁에 둔 것처럼, 무엇이든지 물어보면 거의 실시간으로 답변을 합니다. 정보가 많고 명확한 종류일수록 올바른 답변을 내놓았고, 우리가 머리를 써서 오랜 시간 짜내야 할 것들도 GPT 4O는 순식간에 답변을 합니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 파김치를 찍어서 보내고 설명하라고 했더니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음식은 파김치입니다. 파김치는 주로 실파를 사용하여 만든 김치로, 김장김치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간편하게 만들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반찬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재료와 만드는 방법도 알려주고, 색깔을 보아하니 잘 숙성된 것 같다는 평가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을 사용한 딥 페이크 기술이 범죄에 사용되고 있고, 실로 무엇인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기 어렵게 만드는 지점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앞으로 인간은 매우 큰 혼란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전화 목소리만 듣고는 상대방이 정확하게 누구인지 확인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정말로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발달이 너무 빠르기 때문입니다. 타자를 쳐서 글로 물어보면 글로 대답해 주던 것이 1년 6개월 만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읽어내고, 들리는 질문을 이해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스스로 정보를 찾아내 인간의 목소리로 바로바로 답변을 해주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그 양과 속도에서 인간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속도를 보여줍니다. 문제는 정확성인데, 이것 또한 웬만한 사람들보다는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인공지능이 몰고 올 세계와 그 부작용을 과연 우리 인류가 감당할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이런 식의 변화발전은 수많은 사람의 직업을 위태롭게 할 것입니다.

이런 세상의 변화 외에도 우리에게는 늘 혹처럼 달고 다니는 위험들이 있습니다. 경제적 불황, 사회적 양극화, 전쟁의 위협, 실직과 생계 문제, 가정의 불화 등등 인간의 삶에는 언제나 곤경으로 빠트리는 유혹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위험은 신의 죽음을 외친 니체의 선포 이후에 직면하게 된 가치의 혼란입니다. 사람은 자기 나름의 삶의 의미를 찾고 보람을 찾아가며 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많은 이들이 자본주의 경쟁체제 안에서 시들어가고, 지치고, 허무와 무의미에 빠집니다. 무언가 결핍된 부분을 메꾸려고 거기에 돈을 채우려고 하거나 그밖에 다른 향락에 의존하지만 그것으로는 결코 채울 수 없습니다. 종교와 예술, 다양한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이런 것들을 헤쳐 나가야 하는데, 지금 한국의 일부 개신교는 얄팍한 혐오 감정, 보상 심리 같은 것을 이용해서 오히려 사람들을 더 망치고 있는 형편입니다.

[진리와 사랑으로]

그래서 오늘날도 여전히 우리에게 진리와 사랑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열린 마음으로 변하는 세상을 살필 줄 알아야 합니다. 복잡한 관계 속에서 빠른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에는 너무 빠르게 답을 내리면 곤란합니다. 오히려 지금 현실을 회피하지 말고 직면하면서 우리가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 무엇인지 공유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 판단하기 위해 함께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진리가 정해져 있어서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모두 통한다고 생각했지만, 오늘날처럼 복잡한 사회에서 이런 식의 진리는 별로 쓸모가 없습니다. 문제 해결은 언제나 구체적인 현장에서의 디테일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갈수록 불가능하고,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너무 먼 미래의 일을 계획하거나 기획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매 순간 신속하게 판단해서 적응하는 능력이 더 요청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려면 평소에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오늘날 진리는 매우 구체적인 현장에서 닥친 과제를 해결하는 실용적인 진리여야 하고, 그것이 교회에서 적용되려면 반드시 예수님의 정신이라고 하는 정확한 기준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첫 교인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역시 "사랑"을 외쳤던 것입니다.

진리를 갖춘 사랑, 진실한 힘에서 드러내는 사랑이 되려면 우리의 신앙이 성숙해야 합니다. 어린아이의 신앙이 아니라 어른의 신앙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어른은 무엇보다 책임지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누구를 책임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우리가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난 다음에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제대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벌어진 사건의 상처를 영원한 흔적으로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고, 어쩌면 책임진다는 말은 사실 불가능한 언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른의 자세로 당면한 문제와 과제에 책임을 지려 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 오히려 책임져야 하는 불행한 일들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교회의 목회와 선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교회가 평신도 중심의 사역을 표어로 하는 이유가 목사의 권위주의적 목회를 지양하는 것도 있지만,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세워가는데 구성원 전부가 책임을 지겠다는 다짐도 있는 것이지요. 교인 전부가 교회의 사역을 남 일로 여기지 않고, 교회를 위해서 책임지는 자세로 나아가려고 할 때, 우리 교회는 든든하게 서 갈 수 있고, 또 다중 위험 사회에서 생기는 위기들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는 이 시대에 절실하게 필요하고 요청되는 것은 역시 하나님의 깊은 신뢰 속에서 희망을 놓지 않는 일이고, 동시에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안전한 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중세 영국의 신비가 노리치의 줄리안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잘될 것입니다. 그리고 온갖 일들이 다 잘 될 것입니다." 그런데 줄리안이 이런 말을 할 때 유럽은 수십년에 걸쳐서 흑사병으로 당시 인구의 3분의 1에서 절반이 되는 사람이 죽었고, 말할 수 없는 고통 한복판에서 신음하던 때였습니다. 줄리안도 이 고통의 현장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계속 잃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그 한복판에서 북받치는 슬픔과 고통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서 기도하던 줄리안이 얻은 깨달음은 결국에 사랑의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잘 되게 하실 것이라는 희망이었습니다. 당시 다수의 교인은 자신들의 죄 때문에 하나님이 분노하셨고, 그래서 공포와 두려움에 떨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줄리안은 달랐습니다. 그녀는 하나님에게는 그 어떤 분노도 없다는 것을 밝혔고, 그분은 여전히 사랑의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말했습니다. 즉 줄리안의 희망의 언어는 단순히 정신 승리이거나 희망 고문이 아니라 실제로 더 큰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신앙의 고귀한 정신과 힘이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사랑은 좋을 때만 행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바로 슬픔의 한복판에서도, 고통과 고난 속에서도, 박해와 탄압 속에서도 사랑은 실천되어야 합니다. 사랑의 도전과 모험이 꽃 피우는 곳에서는 진실된 이야기들이 생겨납니다. 진실된 이야기는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그런 감동은 사람을 살립니다.

지난 주에 태국의 명승인 선교사님 부부와 청년 4명이 한국에 여행을 와서 서울에 머물렀습니다. 머무르는 동안 우리 생명사랑교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을 도왔습니다. 태국 선교에 참여했던 권수경, 오지윤 청년이 시간을 따로 내서 그들과 함께 했고, 교회에서 차량도 제공하고, 식사도 대접하면서 그들의 한국 경험이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어제 제가 군산으로 내려가는 이들을 배웅했는데, 그들의 얼굴과 눈빛에서 고마움이 묻어나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처음 한국을 방문한 태국 청년들에게 진실되고 아름다운 이야기 한 장면이 간직된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생명사랑교회는 진리와 사랑으로 계속 주님 예수님의 보여 주셨던 기쁜 소식의 이야기들을 이어 나가야 합니다. 규모가 크고 작은 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작으면 작은 대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진리와 사랑의 이야기들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평소에 노력하면 위기의 순간에 그 노력이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위험 가득한 사회 속에서 듣기 싫은 소식들도 계속 들려 오지만, 그럴 때 진리와 사랑으로 행하는 우리의 목회와 선교와 활동은 더욱더 뜻깊은 일이 될 것입니다. 요한이서 저자가 편지의 수신인들에게 했던 인사말로 오늘의 설교를 마칠까 합니다.

"목사인 나는 택하심을 받은 믿음의 자매와 그 자녀들에게 이 글을 씁니다. 나는 여러분을 진정으로 사랑합니다. 나만이 아니라, 진리를 깨달은 모든 사람이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 속에 있고, 또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할 그 진리 때문입니다. 하나님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려주시는 은혜와 자비와 평화가 진리와 사랑으로 우리와 함께 있기를 빕니다. 아멘."

다함께 기도하겠습니다.

* 설교 후 기도

거룩하신 하나님! 세상 곳곳에서 아픔을 호소하고 고통으로 울부짖는 소리들이 들려 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해수면의 온도가 높더니 전 세계 곳곳에 폭우와 우박이 쏟아집니다. 우리나라도 아직 오월이 지나지 않았지만 더위와 추위가 오락가락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 됩니다.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바뀌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지경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세상을 밝게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짙은 어둠을 깔리게 하기도 합니다. 가치의 혼란과 불안을 느끼는 많은 이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어서 이럴 때일수록 진리와 사랑이 더 요청됩니다. 진실한 사랑으로 우리의 길과 생명이 되어 주신 예수님을 본받아 우리 또한 진실한 사랑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세상을 향한 기쁜 소식을 진리와 사랑으로 전하는 우리가 되게 하소서. 우리의 친구이시자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 감사기도, 하나님께 감사하는 기쁨의 소식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우리의 깊은 곳까지 아시는 하나님!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주님의 은총에 감사하며 작은 정성을 모읍니다. 우리의 삶에 굴곡이 있고, 그늘이 있고, 때때로 헤어 나오지 못할 수렁이 있더라도 감사를 놓지 않게 하여 주소서. 불평과 불만으로 내게 주어진 삶을 헛되게 소비하는 일이 없게 하소서. 보이는 것에 취하여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게 하시고, 작은 일에 얽매여 큰 것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에서 건져 주소서. 주님께 예물을 드리면서 우리의 생각과 몸과 마음도 드립니다. 모두 받아주소서. 받으셔서 깨끗하게 하여 주소서. 곳곳에서 일어나는 하나님 나라 운동에 이 귀한 예물들이 쓰이게 하여 주소서. 무엇보다 우리가 물질의 노예가 되지 않게 하시고, 빵은 필요하지만 빵만으로 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늘 기억하게 하소서. 주님께서 부르실 때, 언제라도 달려 나갈 수 있도록 준비된 자가 되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 파송사

사랑하는 생명사랑교우 여러분! 전국의 성도 여러분! 어깨를 펴시고 똑바로 서십시오. 세상으로 당당하게 나아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진리를 추구하기를 멈추지 마십시오. 깊은 진리의 우물에서 자신만의 생수를 길어 올리십시오. 그리고 진리와 사랑으로 저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십시오.

* 축도

거룩하신 성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여러분이 지닌 것들을 굳건히 지켜주시고

거친 바다에서 여러분을 보호하시며

육지에서도 여러분을 지켜주시기를 원합니다.

사랑의 빛으로 가득하신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께서

서로 상대의 짐을 기꺼이 져 주고,

사랑하고 서로 아끼며 진리 안에서 살아가려는

여러분들의 발걸음을 이끌어주시며

활짝 연 가슴으로 누구든지 맞이하는 여러분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참 평화의 길로 인도해 주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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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형상은 인간우월주의로 전환될 수 없어"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가 '기후위기 시대의 신학적 인간 이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박 교수의 창조신학을 엿볼 수 있는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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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가 물질 배제하고 내세만 추구해선 안돼"

장신대 김은혜 교수(실천신학)가 「신학과 실천」 최신호(2024년 2월)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지구 신학의 형성을 위해 물질에 대한 신학적 반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