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하나님은 전능자로 군림하면서 우리를 돕지 않는다"

서울신대 김성호 연구교수, 힘 없는 그리스도 이해의 목회신학적 적용 제안

디트리히 본회퍼의 그리스도 이해를 목회 신학적으로 적용한 논문이 발표됐다. 김성호 박사(서울신대 연구교수)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2024년 5월호)에 투고한 '오늘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신가?'란 제목의 연구 논문에서 본회퍼에게 그리스도는 "공동체로 탈존하시며 역동적인 성도의 교제를 창조해 나가시는 분, 성육신 십자가 부활을 통해 창조를 해석하는 근거이시고 제자로 부르시는 분, 양심을 자유롭게 하시는 분, 고난 가운데 계신 하나님"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월적인 힘을 표상하는 전능자 그리스도 이해와 정반대되는 이러한 연약한 그리스도 이해에 대해 그는 "전능자가 아니라 한없이 연약하신 분으로 이 땅의 모든 존재들의 고난을 짊어지시고 함께 고통당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특히 본회퍼의 『옥중서신』을 인용한 김 박사는 "'그리스도인과 이방인들'이란 시에서 노래했던 고난 가운데 계신 하나님은 8일 후에 옥중에서, 하나님이 고난을 당하고 계셨고 그 분이 바로 십자가에 달린 하나님이시고 십자가에 달린 예수 그리스도시며 전능자 하나님이 아니라 그의 연약함과 그의 고난으로 세상을 돕고 계신다고 말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주목해서 바라보아야 할 점은 본회퍼가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도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해야 한다'거나 '타인의 고난을 짊어져야 함'의 윤리적 당위를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그는 이 땅의 고난과 고통이 있는 바로 오늘, 여기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신가에 대한 질문을 우선 던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또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고난 속으로 들어와 그 고난을 여전히 당하고 계신다. 본회퍼는 여기에서 담론을 마무리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바로 그러한 고난 당하는 모습으로 '세상을 돕는다'라고 말하고 있다"며 "본회퍼의 이러한 옥중 사상은 신정론적 질문에 대한 새로운 혜안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본회퍼의 고난 이해를 목회신학적으로도 적용했다. 그는 "고난과 고통 속에 있는 이웃을 대하는 자세는 고통을 제거하는 것에 목적을 두기 전에 도대체 신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절규하는 그들에게 고난 속에서 하나님의 존재방식을 말해주어야 한다"며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고난 당하는 수많은 이들이 전능자 하나님, 모든 것을 해결해 주고 구원해 주실 하나님을 찾을 때, 본회퍼는 고난 속에서 그들과 함께 고난당하고 고통당하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오늘, 여기와 우리의 그리스도라고 소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본회퍼에 의하면 하나님은 우리의 고난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여전히 우리를 돕고 계신다. 그 돕는 방식은 전능자로 군림하면서가 아니라 고난을 당하면서 느끼는 인간의 고통을 함께 느끼면서 아나 어쩌면 보다 더 심한 고통으로 함께 아파하면서 돕는 것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박사는 "이 땅의 목회자들은 본회퍼의 고난 속에 계신 그리스도 개념을 통해 연약하시지만 바로 그 연약한 모습으로 오늘, 여기에서 여전히 우리를 돕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로 그들을 인도하고 그들에게 고난 속에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 방식을 증거해야 한다"며 "여전히 고난받는 이웃 가운데 함께 고난 받는 실존적인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지수 기자 libertas@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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