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Jurgen Moltmann) 박사가 3일(현지시간) 튀빙겐에서 별세했다. 향년 98세. 독일 튀빙겐 대학의 조직신학 교수로 활발한 저술활동을 벌였던 몰트만 박사는 대표작 『희망의 신학』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 등을 펴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해당 작품의 번역서가 자신이 지도한 한국인 제자들에 의해 국내에서 출간되면서 큰 관심을 받았던 그는 서남동, 안병무 등 한국인 신학자와 교류하며 한국을 자주 방문했던 한국을 사랑한 세계적 석학이었다. 한국인 제자들로는 김균진. 이성희. 박종화. 김명용. 배경식. 이신건. 유석성. 김도훈. 곽미숙 박사가 있다.
몰트만 박사는 20세기 서구신학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성서신학자 루돌프 불트만(Rudolf Bultmann, 1884~1976)과 조직신학자 칼 바르트(Karl Barth, 1886~1968)의 영향을 받았지만 이들의 그늘에 갇히지 않고 이들을 비판하고 넘어서서 자기의 독자적인 신학체계를 수립했다.
몰트만에 따르면 하이데거의 실존주의 세례를 받은 불트만 신학은 실존주의적 해석학에 치우쳐 종말을 '현재적 결단'으로 치환하는 우를 범했다. 반면 바르트는 하나님의 계시의 절대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인간 역사에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몰트만은 바울 신학이 제시한 '희망'을 화두로 삼아 종말론적 희망의 신학을 전개한다. 그에게 희망이 결여된 믿음은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믿음이 아니며 또 종말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폐쇄적 종말론이 아닌 개방적 종말론을 선언한 것이다.
몰트만은 특히 바울 신학에서 등장하는 '종말'이 단순한 시간의 종료나 멸절이 아니라 예수라는 존재가 구현한 부활의 궁극적인 의미이며 실현이라고 본다. 그에게 있어서 그리스도의 부활은 희망의 궁극적 표현인데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부활과 희망은 불가분의 관계로 설정된다.
몰트만의 이러한 희망의 신학은 정치 신학으로 이어진다. 그의 희망의 신학이 종말론적 지평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몰트만의 희망은 단순히 미래에 대한 환상이 아니라 현재에 대해 끊임없이 모순관계를 설정하며 그것을 극복하는 것으로서의 종말론적 희망이다.
때문에 죄와 불의가 가득찬 세계 현실 속에서 불의와 타협하고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반동을 꾀하는 희망이다. 그래서 이 희망은 세계로 인해 고난도 받고 핍박을 받는 등 세계와 모순 관계에 놓일수 밖에 없다. '희망의 신학'이 체제 저항적인 '정치신학'으로 발전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한편 몰트만 박사의 별세 소식에 한국인 제자의 애도사도 발표됐다. 몰트만 박사를 자신의 연구단체(한국신학아카데미) 명예자문위원으로 위촉했던 제자 김균진 박사(한국신학아카데미 원장)는 5일 낸 추모사에서 "몰트만 교수의 신학은 한 마디로 "희망의 신학"이라 말할 수 있다. 함부르크 도시 전체가 연합군의 폭격으로 불바다가 되고, 자기 곁에 있던 친구가 파편에 맞아 온몸이 찢기는 참화를 보았던 그는, 파멸과 고난과 죽음 속에서도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을 기다리고 희망하는 성서의 말씀을 발견하고, 이를 그의 신학의 초석으로 삼았다"며 "어떤 고통과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에 대한 기다림과 희망 속에서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있는 세계를 추구해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는 세계 신학계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고 전했다.